‘코로나19 암흑기’ 끝 부활 드라마 쓰는 파라다이스

비용 절감과 내수 공략으로 ‘포스트 코로나’ 채비

[마켓 인사이트]



카지노·복합 리조트 업체 파라다이스가 재기를 노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빠르게 늘면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억눌렸던 여행 욕구가 분출되면서 호텔·관광·레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란 전망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 1년간 급격하게 줄어든 매출과 늘어난 차입금 때문에 신용 등급이 흔들리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복합 리조트를 앞세워 내국인 고객부터 공략하면서 실적 회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코로나19 암흑기'에 흔들리는 신용도

파라다이스에 지난 1년은 단어 그대로 암흑기였다. 파라다이스는 1972년 콘티넨탈관광으로 설립됐다. 1997년 상호를 파라다이스로 바꾸고 200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연결 기준으로 서울·인천·부산·제주의 카지노와 국내외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오랜 업력을 토대로 한 인지도와 전문 인력에 힘입어 업계 1위의 시장 지위를 자랑해 왔다. 지난해 기준 파라다이스의 시장점유율은 56.1%에 달한다. 2017년엔 동북아시아 최초 복합 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를 선보이기도 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이라는 높은 진입 장벽 덕분에 파라다이스는 무리 없이 사업 안정성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파라다이스에 코로나19는 예상하지 못한 초대형 악재였다. 그 어느 업종보다 코로나19라는 부정적 영향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장기화하면서 파라다이스의 사업 근간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국 방역 정책에 따라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 격리가 시행되고 장거리 여행 수요가 위축되면서 해외 우수 고객(VIP)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해외 VIP는 파라다이스의 핵심 고객 기반이다.



파라다이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4539억원으로 전년 대비 53.7% 줄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까지 연결 기준 매출 감소 폭은 전년 대비 65.4%에 이르렀다.

카지노 고객 유치에 수반되는 프로모션 비용과 관광진흥기금·개별소비세 등 매출에 직접 연동되는 변동비는 크게 줄었지만 연결 기준으로 862억원의 영업 적자가 났다. 유·무급 휴직을 시행하고 비(非)카지노 시설을 셧다운하면서 고정비 절감에 안간힘을 썼지만 큰 소용이 없었다.

파라다이스는 카지노 이외에도 인천 복합 리조트와 부산 특급호텔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정책과 예방 차원의 자발적인 휴업, 확진자 방문에 따른 임시 폐장으로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영업 현금 창출 능력이 약화되면서 재무 부담이 한순간에 눈덩이처럼 불었다. 파라다이스는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해왔다.

보수적 재무 정책으로 2015년까지 오랜 기간 부(-)의 순차입금을 나타냈다. 하지만 파라다이스시티에 1조5000억원의 투자가 집행된 상태에서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순차입금이 빠르게 늘었다. 파라다이스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19년 말 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2000억원이 됐다.

수익성도 저하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파라다이스가 주력으로 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운영 사업은 다른 레저 관련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파라다이스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2013년만 해도 21.3%였지만 2019년엔 5.3%로 크게 꺾였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도입되고 고객 유치에 수반되는 숙식·엔터테인먼트 비용 증가, 파라다이스시티 개장에 따른 감가상각비를 포함한 고정비가 늘어난 탓이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자 한국 신용 평가사들은 파라다이스의 신용 등급을 앞다퉈 낮춰 잡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파라다이스의 회사채 신용 등급(A)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고 한국신용평가는 ‘A’였던 회사채 신용 등급을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복합 리조트 경쟁력, 포스트 코로나 기대

사면초가였던 파라다이스의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다. 시장 안팎에선 해외 여행이 재개되면 외국인 방문객이 증가하면서 파라다이스가 가파르게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관측한다.

증권사들이 특히 파라다이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복합 리조트에 있다. 카지노 사업자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진화된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실적 회복 가능성과 함께 성장 잠재력 역시 크다는 논리다.

실제 수치로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파라다이스의 영업 손실 규모는 122억원이다. 시장 추정치는 마이너스 157억원이었다. 시장의 추정치보다 선방한 셈이다.

여기엔 인력 구조 조정과 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 업체에 비해 ‘새는 돈’을 막아낸 효과가 컸다. 삼성증권은 경기 회복기에서 파라다이스의 비용 효율화가 빛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고 하나금융투자는 파라다이스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비용 감축과 선제적인 가동률 축소가 맞물려 분기 영업 손실 규모가 3개 분기째 감소했다”며 “급격한 코로나19 종식 환경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올 하반기부터는 50억원 미만의 분기 적자 규모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재무 부담도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류연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중 부산 호텔 사무동을 매각해 올 상반기 내 매각 대금이 유입될 예정”이라며 “영업 실적 부진으로 약화된 현금 흐름을 보완하고 추가적인 재무 부담 확대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호텔 사무동 매각 대금은 약 1500억원이다. 매각 예정 자산의 장부가액은 682억원이다. 대규모 시설 투자도 일단락된 상태여서 과거에 비해 사업 환경에 대한 대응 능력도 개선됐다.

파라다이스는 일단 올해는 내수 수요에 무게 중심을 둘 방침이다. 카지노라는 본업의 경쟁력이 여전하기 때문에 각종 비용 절감을 추진하면서 내수 중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코로나19 이후 시기를 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카지노 사업은 고객 외연을 넓히기 위해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채널을 활용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고 복합 리조트의 강점을 결합한 상품 출시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신용 평가사들은 올해 하반기 이후 코로나19 사태 추이와 카지노 수요 회복 여부, 보유 자산 매각,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 부담 완화 여부를 종합적으로 관찰해 향후 신용도에 반영할 방침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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