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거래 시 후회하지 않으려면...지역 특성 감안한 평형 선택 필수

매물로 팔리지 않으면 온전히 본인 책임…수요 많은 지역 맞춰 집 골라야 팔 때 유리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부동산 거래는 매매 거래뿐만 아니라 전월세 거래와 같은 임대차 거래도 있다. 그런데 임대차 거래 경험이 많다고 해서 매매 거래를 잘한다고 할 수는 없다. 매매 거래의 특성과 임대차 거래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임대차 거래는 계약이 만기가 되면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 의무가 있다. 세입자인 임차인은 전입 신고와 확정 일자만 받아 놓으면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 이에 따라 임대 물건은 본인의 형편에 맞는 한도에서 본인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면 된다.

하지만 매매는 임대차 거래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매물이 팔리지 않는 것은 온전히 본인의 책임이다. 문제는 본인의 매물이 누군지도 모르는 매수인의 마음에 들어야 팔린다는 것이다.

이 특성의 차이로 임대차 거래는 본인의 마음에 드는 매물을 고르는 행위이고 매매 거래는 그 집에 거주한 후 나중에 다시 팔 때 매수인의 마음에 드는 매물을 고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 차이를 모르면 나중에 집을 팔 때 원하는 시기에 집이 팔리지 않아 고생하게 된다.

지역 수요에 맞는 평형 골라야 잘 팔린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드는 집을 어떻게 고를 수 있을까. 여러 요소가 있지만 방의 개수에 영향을 주는 평형 선택이 중요한 요소다. 방이 세 개 이상인 매물만 주로 찾는 지역에서 방이 두 개인 매물을 팔려고 하면 잘 팔리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방이 하나나 둘이면 충분한 지역에서 방이 네 개짜리 매물이라면 잘 팔리지 않는다. 대형 평형이라도 방 두 개짜리 매물 가격에 싸게 팔면 모를까, 그 지역의 수요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평형 선택이 나중에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핵심 조건이다.

그러면 어떤 지역에서 어떤 평형의 수요가 많은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서울을 예로 들어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한국의 전체 인구수는 5168만 3025명으로 2322만5281가구다. 가구당 가구원 수가 2.23명이라는 뜻이다. 반면 서울은 가구당 가구원 수가 2.17명 정도로 전국 평균보다 적다. 핵가족화가 더 심화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서울이라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양천구 2.50명 △서초구 2.44명 △노원구 2.38명 △송파구 2.35명 △강동구 2.33명 등은 가구당 가구원 수가 많은 상위 5개 지역이다. △관악구 1.78명 △중구 1.96명 △종로구 1.99명 △금천구 2.00명 △용산구 2.03명 등은 하위 5개 지역이다.

가구당 가구원이 많은 지역은 학군이 좋은 곳이 많다. 학군이 좋은 지역은 학령기 중학교 학생 자녀나 중학교 진학을 앞둔 자녀가 있는 가정이 그 지역 학군을 보고 전입해 가구원 수가 최소 3~4인 이상이다.

이런 지역은 99㎡(30평)대 이상의 수요가 많다. 반대로 가구당 가구원이 적은 지역의 특징은 학군은 떨어지지만 직장까지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다. 미혼이나 신혼 가구가 많아 1~2인 가구가 주류를 이룬다. 해당 지역은 66㎡(20평)대 이하의 수요가 많다.

그런데 지역별 가구원 숫자는 자치구 단위로만 집계돼 정교하게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동 단위로 분석하기 위해선 통계청의 5세별 주민등록 인구 자료를 활용해 만 10~14세와 만 15~19세의 비율이 높은 지역을 찾아내면 된다.

예를 들어 서울 425개 행정동 중에서 이 비율이 높은 지역은 대치1동(22.3%), 중계1동(20.7%), 중계본동(18.3%), 목5동(17.8%), 반포2동(17.7%), 대치2동(16.5%), 잠실2동(16.4%), 목1동(16.2%), 반포본동(15.7%), 광장동(15.6%) 등이다.

학군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지역이다. 이들 지역의 특징은 40~54세의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것이다. 결국 40~54세의 학부모와 10대의 학생으로 구성된 가구가 이 지역에 많아 99㎡대 이상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이다.

이 비율이 낮은 지역은 을지로동(2.2%), 신림동(2.3%), 가산동(3.0%), 영등포동(3.0%), 가리봉동(3.1%) 등이다. 20~34세가 많이 살거나 55세 이상 연령층이 주로 거주한다. 미혼이나 신혼, 혹은 자녀들이 이미 독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지역은 가구원이 많지 않거나 자녀가 어려 66㎡대 이하의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소득·자산 맞춰 택해야 마음고생 덜 한다

지역별 적정 평형을 알아내는 마지막 방법은 그 지역의 소득 수준을 보는 것이다. 누구나 좁은 집보다 넓은 집에서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소득과 자산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어 소득이 낮은 사람은 작은 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서울에서 소득이 높은 편에 속하는 강남구·서초구·용산구·송파구·종로구 등은 99㎡대 이상을 선호하는 지역이다. 반면 소득이 낮은 금천구·중랑구·도봉구·관악구·강북구 등은 소형 평형의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물론 이 지역은 집값이 싸 다른 지역의 소형 평형을 살 돈으로 대형 평형을 살 수는 있다. 하지만 수요가 적어서 싼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팔 때도 싸게 팔아야 한다. 이로 인해 팔 때 마음고생을 할 공산이 크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첫째 방법인 가구당 가구원으로 보면 용산구는 서울에서 다섯째, 종로구는 셋째로 가구원이 적은 지역이다. 소득 수준으로도 용산구는 셋째, 종로구가 다섯째로 높은 지역이다. 첫째 기준으로 이 두 지역은 소형 평형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볼 수 있고 셋째 기준으로는 중대형 평형의 수요가 많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가구원 수가 적더라도 반드시 소형 평형에서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소득이나 자산이 충분하다면 대형 평형에 사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결론적으로 본인의 상황도 중요하지만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평형을 선택해야 언제든 쉽게 팔 수 있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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