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의 성공 비결 ... 영국 귀족문화 접한 뒤 가죽 제품으로 성공 [명품 이야기]

승마에서 영감 얻은 홀스빗 장식·웹 줄무니...구찌 고유 상징으로 자리잡아

[류서영의 명품 이야기] 구찌①

구찌 뱀부백. /한경DB

구찌의 창립자 구치오 구치는 1881년 밀짚모자 생산을 가업으로 하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밀짚모자는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열여섯 살이 되던 해인 1897년 영국으로 가는 모험을 단행했다. 그가 선택한 첫 직장은 런던 사보이 호텔의 벨보이였다.

그의 비전은 원대했다. 사보이 호텔에서 일하면서 익힌 영국 귀족과 상류층의 격조 높은 취향과 문화를 고국인 이탈리아 고유의 기술에 접목해 명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1902년 피렌체 고향에 돌아와 가죽 제조 업체인 프란지에서 가죽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는 1921년 마흔 살이 되던 해 마침내 피렌체의 비냐 누오바 거리에 구찌라는 상호로 가죽 피혁 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첫 매장을 열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교통이 발달해 여행과 휴양 문화가 유행했다. 이에 발맞춰 구찌는 여행용 가방 생산을 전문 주력 사업으로 삼아 전력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자 핸드백·트렁크·장갑·신발·벨트 등의 컬렉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생산하기 시작했다.

여행용 가방에서 핸드백·장갑·신발·벨트로 영역 확대

구찌 제품들은 특히 승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1940~1950년대 구찌가 선보인 홀스빗 장식(사진 ①)은 승마 시 말에게 물리는 재갈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다. 홀스빗 장식과 함께 등자(발 안장) 장식, 전통 안장 끈에서 착안한 그린-레드-그린 웹(Web·사진 ②) 줄무늬 등은 구찌 고유 브랜드의 상징이 됐다.

① 홀스빗 장식의 가방

웹은 구치오 구치가 말의 안장을 고정하는 데 사용하는 끈에서 영감을 받아 처음 만들어졌다. 시각적 강렬함과 트렌디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웹은 문화와 인종을 초월해 젊고 역동적인 구찌다움이라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대표적 아이콘이다. 그린-레드-그린 컬러 콤비네이션은 1950년대 초반부터 구찌의 대표적인 상징이 됐다. 아울러 이탈리아와 유럽을 뛰어넘어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구찌의 비주얼적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게 됐다.

홀스빗 장식은 가죽 스웨이드 벨벳 등의 소재 위에서 빈티지한 느낌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실크에 반복적 패턴으로 프린트되거나 하이 주얼리의 디테일로 사용되는 등 다양한 구찌 제품들에 선보여 왔다. 홀스빗은 시간을 초월해 사랑받고 있는 구찌의 클래식 로퍼 신발에서 가장 중요한 디테일이기도 하다.

재갈 모양의 홀스빗은 1953년 브라운·블랙 컬러의 부드럽고 편안한 가죽 소재 남성 모카신의 장식으로 소개됐다. 곧 이 신발은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알랭 들롱, 클라크 게이블, 존 웨인, 프레드 아스테어 등의 사랑을 받았다. 1968년 탄생한 여성 모카신 또한 럭셔리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세련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홀스빗 금속 장식이 달린 로퍼 신발은 ‘디자인과 장인의 기술을 통한 획기적인 패셔너블한 시도’라고 인정받았다. 그 덕분에 1985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영구 전시되고 있다.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중 모든 물자는 전쟁에 사용돼 금속과 가죽 소재가 부족했던 시기였다. 당시 구치의 첫째 아들인 알도 구치는 나폴리산 마섬유를 이용한 다이아몬드 무늬가 서로 연결되는 원단을 직조해 디아만테 캔버스를 제작했다. 이 디아만테 캔버스는 구찌를 상징하는 첫번째 프린트가 됐다.

1940년 후반에 피렌체 구찌 아틀리에에서 처음 사용한 대나무 장식은 구찌만의 공정 방법에 따라 뜨거운 온도에서 엄격히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장식 중 하나다. 이 뱀부 스타일은 사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자원 부족으로 일본에서 대나무만을 유일하게 수입할 수 있던 그 시기에 핸드백에 사용될 고급스러운 가죽 소재 손잡이를 대신할 만한 적절한 가격의 가방 손잡이로 개발됐다. 예상외로 즉각적으로 고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 구찌에 정착된 소재다.

대나무 손잡이의 뱀부백 , 전 세계에서 인기 끌어

1947년 말안장의 곡선에서 영감을 얻어 대나무라는 획기적인 소재를 사용한 뱀부백(사진 ③)은 구찌의 고유한 브랜드 상징이 돼 큰 인기를 얻으며 성공을 거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뱀부는 디자인적인 요소 외에도 실용적 기능과 함께 동시대 트렌드에 적합한 구찌의 디자인 콘셉트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돼 왔다. 뱀부 아이콘에서 영향을 받은 아이템은 우산 핸들, 스카프, 시계 스트랩, 주얼리, 하이 힐의 굽 장식 등 광범위하다.

② 그린-레드-그린 웹

구치오 구치에게는 알도 구치, 바스코 구치, 로돌프 구치 등 세 아들이 있었다. 첫째 아들 알도 구치는 1953년 미국 뉴욕 58번가 사보이플라자 호텔에 구찌 매장을 열었다. 이는 이탈리아 최초로 뉴욕에 진출한 브랜드다. 셋째 아들 로돌프 구치는 밀라노의 명품 패션 거리인 몬테나폴레오네에서 구찌 매장을 열었다. 이에 따라 구찌는 글로벌 브랜드의 서막을 열었다.

72세의 나이로 창업자 구치오 구치가 사망한 뒤 첫째 아들과 셋째 아들이 각각 지분 50%씩 공동 경영권을 가졌다. 알도 구치는 남다른 비즈니스 감각을 발휘해 구찌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61년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구치오 구치의 이름을 딴 GG 로고를 채택해 캔버스 소재의 전설적인 구찌 로고를 탄생시켰다. 또한 GG 로고는 가방뿐만 아니라 액세서리와 의류에 사용됐다. 또한 그는 같은 해 둥근 모서리의 가방 형태인 재키 백(Jackie Bag)을 만들었다. 재클린 오나시스는 공식적인 행사장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개인 모임에 이 백을 자주 들어 재키 백이라고 불리는 계기가 됐다. 알도 구치가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GG 로고를 개발한 것은 루이비통의 아들 조르주 비통이 1896년 창업자 루이뷔통을 기리기 위해 모노그램 LV 로고를 만든 것과 일맥상통한다.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과 교수

사진 자료 : 구찌 코리아
자료=사라 게이 포든 ‘하우스 오브 구찌(다니비앤비)’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