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인텔 인수로 낸드 사업 글로벌 선두 도약

[100대 CEO]
약력 : 1965년생. 영동고.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 서울대 대학원 석사. 스탠퍼드대 무기재료공학 박사. 1990년 현대전자. 2000년 인텔. 2010년 카이스트 교수. 2013년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 2016년 SK하이닉스 최고운영책임자(COO). 2018년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현).



“D램에 이어 낸드 플래시 사업에서 글로벌 선두권으로 도약하겠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올해 3월 진행한 주주 총회에서 한 말이다. 이 메시지에는 SK하이닉스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담겼다.

이 사장은 30여 년간 반도체 분야에 몸담아 온 전문가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카이스트 교수 등을 역임했다. 인텔 재직 당시 최고 기술자에게 수여되는 인텔 기술상을 3회나 수상했고 ‘최고의 공정 전문가’로 통했던 정통 ‘인텔맨’이다. 이런 부분을 높이 인정받은 이 사장은 SK하이닉스를 한 차원 높은 첨단 기술 중심의 회사로 변모시킬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2018년 말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 사장은 최고경영자(CEO)로서 맞이했던 2019년 첫날 신년사에서 “‘기업 가치 100조원’을 달성해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SK하이닉스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 사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한 2019년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심화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았다. 메모리업계는 수요 감소와 고객 재고 증가 등으로 가격이 급락했고 어려운 시황이 지속됐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이 사장은 투자와 제품 생산을 조정하며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갔다. 그 결과 이 사장은 취임 2년 만에 기업 가치 100조원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고 D램 생산에 극자외선(EUV) 장비를 도입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데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특히 이 사장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이끌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퀀텀점프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중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였다. 이번 인수를 통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낸드 시장점유율은 기존 세계 5위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인수 과정은 현재 대만까지 승인하며 절반의 고개를 넘어섰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들로부터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 한다. 총 8개국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 SK하이닉스는 이번 대만의 승인으로 중국·영국·싱가포르·브라질 등 4개국만 남겨 두고 있다. 하이닉스가 목표한 연내 인수까지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핵심 인력 관리도 적극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올해 6월 기술 사무직(일반직) 임금은 평균 8%, 생산직은 약 9% 인상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 사장은 4월 온라인으로 연 직원 간담회에서 “엔지니어들의 자존심을 세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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