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CEO, 명문고 대신 해외파 강세…SKY 비율은 여전, 세대교체 더 빨라져

4050세대 젊은 CEO 49%…‘서울대 경영’ 단일 학과 1위, 여성 CEO는 1명 불과

[스페셜 리포트]

한경비즈니스가 NICE평가정보와 함께 선정한 ‘2021 한경비즈니스 100대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역들이다. 올해의 100대 CEO 진입은 예년보다 더 특별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전대미문의 상황을 딛고 매출을 유지하거나 늘렸기 때문이다. 올해 조사에서는 73명의 CEO가 전년과 동일하게 100위 안에 안착했고 지난해 100위에 포함된 기업 중 20명의 CEO가 새 선장으로 자리했다. 7명의 CEO가 신규 진입한 대신 7명의 CEO는 아깝게 고배를 마셨다. 100대 CEO 중에서는 ‘1961년생·유학파·서울대·경영학과 출신들이 가장 많았다. ‘해외고 졸업’, ‘1960~1970년생’, ‘SKY’, ‘경영·경제학.’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2021 100대 최고경영자(CEO)’를 분석한 결과 CEO의 표준 모델은 이같이 나타났다. 전년도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세대교체가 더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고교 동문 파워가 뚜렷하게 옅어졌다는 점이다. 그 대신 해외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이들이 늘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와 경영·경제학의 비율이 높았던 것은 예년과 동일했다.



1963년생 토끼띠 CEO 14명 ‘최다’

1957년생(2019년), 1961년생(2020년), 1963년생(2021년).

100대 CEO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2019년까지 1957년생 닭띠 CEO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면 2020년에는 1961년생 소띠가, 2021년에는 1963년생 토끼띠가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CEO의 연령이 2년 새 여섯 살이나 젊어진 것이다.

58세의 토끼띠 수장은 권광석 우리은행장(24위)을 비롯해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30위), 서석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36위), 박정호 SK텔레콤 대표(42위),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51위), 권준학 NH농협은행장(57위),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59위) 등 총 14명이다. 세대교체 현상은 평균 연령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올해 100대 CEO의 평균 나이는 1961년생이고 1963년생을 주축으로 1960~1970년대생이 71명으로 과반이었다. 2019년까지는 1950년대생의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1960~1970년대생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특히 40대 젊은 CEO가 지난해 1명에 비해 3명이나 늘었다.

이은형 하나금융투자 대표(1974년생),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1975년생), 김범석 쿠팡 의장(1978년생) 등 4명이다. 작년까지 100대 CEO 중 막내였던 조원태 회장은 김범석 의장에게 ‘최연소 CEO’ 타이틀을 내줬다. 김 의장은 올해 처음 ‘100대 CEO’에 진입해 평균 연령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이은형 대표는 증권업계에서는 최연소 CEO로 파격 인사란 평가를 받았다. 1974년생 CEO는 증권업은 물론 주요 금융권을 통틀어도 최연소로, 하나금투 임원진조차 대부분 1960년대생이다. 젊은 피 수혈로 안정보다 변화를 감행해 급격한 사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경영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하나금융지주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을 이끄는 대표 기업 수장의 연령대가 낮아진 이유는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한 변화와 도전이 요구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사물 인터넷(IoT)·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삶을 빠르게 파고들면서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내수 위축과 수출 둔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과거의 성공 방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젊은 CEO를 파격적으로 내세우며 개혁의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물론 새 시대의 정답이 꼭 젊은 피의 수혈만은 아닐 것이다. ‘2021 100대 CEO’에는 경험과 연륜을 갖춘 65세 이상 CEO들이 상당수 선정되며 관록을 자랑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1951년생)을 필두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1952년생),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구자열 LS 회장(1953년생) 등 총 10명이다.



출신 고교 의미 약해져, ‘SKY’ 강세 여전

또다른 변화는 출신 고교에서 나타났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재계 CEO들의 출신 학교는 ‘경복고·경기고’ 등 명문고의 비율이 높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그 영향이 미미했다. 지난해 CEO 8인의 출신고였던 경복고(서울 종로구 소재)는 올해에는 4명으로 반이나 줄었다. 경복고 동문은 이재현 CJ 회장(17위),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25위), 김형 대우건설 사장(90위),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92위) 등 4명이다.

이어 경기고·휘문고 출신이 각각 3명으로 나타났다. 경기고(서울 강남구 소재)는 지난해 5명, 휘문고(서울 강남구 소재)는 지난해 2명의 CEO를 배출했다.

명문고의 비율이 낮아진 반면 올해 최다 CEO를 배출한 출신 고교는 ‘해외’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유학한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파운턴밸리고),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타처고),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마리안고), 김범석 쿠팡 의장(디어필드아카데미) 등 4명과 일본에서 유학 시절을 보낸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아오야마가쿠인고) 등 총 5명이다.

비공개를 요청한 이들도 전년 8명에서 올해 10명으로 늘었다. 블라인드 채용이 기업에서 확산되며 출신 고교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CEO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00대 CEO 배출 1위 대학은 서울대다.

지난해 27명이던 서울대 출신 CEO는 올해 32명으로 크게 늘었다. 고려대와 연세대 출신 CEO는 각각 14명으로 나란히 2위를 차지했다. 전년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렇게 소위 ‘SKY’ 출신 CEO는 총 60명으로 전체의 과반을 차지했다.

‘SKY’ 다음으로 성균관대와 한양대 졸업생이 각각 4명을 배출했다. 100대 CEO 중 비수도권 대학 졸업의 비율은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13명이 비수도권 대학을 나왔지만 올해에는 8명에 그쳤다.



해외 대학 출신 CEO는 9명으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외국인 CEO 두 명을 제외하면 총 7명의 CEO가 해외 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김범석 쿠팡 의장(하버드대),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애머스트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뉴욕주립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멘로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서던캘리포니아대) 등 6인과 일본 유학을 한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아오야마카쿠인대) 총 7명이다.

전공은 상경계열 전공자가 39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중 경영학 전공자는 27명으로 올해에도 ‘원톱’을 유지했다. 올해 100대 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단일 학과는 서울대 경영학과(9명)다. 박성호 하나은행장,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박상규 SK네트웍스 사장 등이다. 이어 경제학(12명), 법학·전자공학과(7명), 화학공학(6명), 기계공학(5명) 순이다.

이공계열 출신 CEO는 36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 늘어났다. 어문계열 전공자는 4명이었고 농학(+식물보호학)과 의학을 졸업한 이들도 각각 3명, 1명에 달했다. 100대 CEO 중 유일한 의대생 출신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으로, 산부인과 의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10년 동안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로 근무하다가 교보생명에 입사했다. MBA를 포함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CEO는 63명이었다. 그중 박사 CEO는 총 13명이다.

100대 CEO 중 여성 CEO는 박정림 KB증권 사장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지난해(2명)보다 줄었다. 유일한 여성 CEO인 박 사장은 증권가에서도 첫 여성 CEO로 2019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1986년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에 입사하며 금융권에 발을 디뎠고 한국인 최초로 세계리스크관리전문가협회 임원을 지낸 ‘리스크 관리통(通)’이다. 박 사장은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 동기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선정방법

한경비즈니스는 NICE평가정보와 공동으로 2000년부터 ‘대한민국 100대 기업’을 선정해 왔다. 지난 2020년부터는 이를 ‘한경비즈니스 100대 CEO’로 재편했다. 기업보다 경영자에게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다.

평가 대상은 비상장사를 포함해 외부 감사를 받는 기업의 CEO다. 정부 산하 공단과 비상장 공기업, 협동조합 및 외국계 기업은 제외했다. 2020년 1~12월 1년간 결산 자료를 기준으로 선정했다. 12월 결산 법인이 아니면 해당 기간 내 종료되는 회계 기간을 기준으로 삼았다. 자료는 NICE평가정보가 각 사가 공시한 재무 자료를 정리해 분석했다(연결재무제표 기준, 연결재무제표가 없는 곳은 개별 재무제표). 매출액을 기준으로 상위 100개 기업 CEO를 ‘100대 CEO’에 선정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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