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시연·표준화 선도’…삼성·LG, 글로벌 6G 주도권 잡는다
입력 2021-06-29 06:21:01
수정 2021-06-29 06:21:01
5G보다 50배 빠른 차세대 기술…정부도 핵심 기술 개발에 2000억원 투입
[비즈니스 포커스]초성능·초대역·초공간·초정밀·초지능 등 데이터 고속도로의 미래인 6세대 이동통신(6G)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선제 대응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6G 테라헤르츠(THz) 대역 무선 통신 시연에 성공했고 LG전자는 미국 주도의 6G 연합 의장사가 됐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향후 5년간 2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6월 23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해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산업계와 연세대·카이스트·성균관대 등 학계, 한국전자통신연구원·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등 연구계 인사 20여 명이 모였다.
10년 주기로 판 바뀌는 통신 시장
다가올 6G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민·관이 모인 ‘6G 전략회의’였다. 이날 회의에는 로버트 랩슨 주한미국대사 대리도 자리했다. 지난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미래 신흥 기술인 6G에 대한 미래 지향적 동반 관계를 구축하고 공동 연구 등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회담의 후속으로 6G 논의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6G는 5G의 다음 세대 이동통신이다. 최대 전송 속도 1000Gbps, 무선 지연 시간 100㎲로, 5G보다 속도는 50배 빨라지고 무선 지연 시간은 10분의 1로 줄어드는 등 다양한 면에서 획기적 성능 개선이 예상된다. 올해부터 6G 관련 개념과 기술 요구 사항 논의를 시작으로 표준화에 착수하고 이르면 2028년부터 상용화에 들어가 2030년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통신 세대는 통상 10년을 주기로 전환됐다.
아직 5G의 전국망이 구축되지도 않았는데 6G를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미가 정상회담에서 신흥 기술인 6G에 동반 관계를 구축한 것은 이동통신 인프라가 디지털 뉴딜의 한 축인 ‘데이터 고속도로’의 핵심이자 국민 편의는 물론 사회와 산업 발전의 필수 기반 기술이기 때문이다.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 발 앞선 기술 개발과 표준 선점이 필수인데 최근 미국·중국·유럽 등 세계 주요국들이 5G 다음 세대 기술인 6G 선점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서 한국의 뛰어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경쟁력을 보다 고도화해 경제 반등의 모멘텀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대전환뿐만 아니라 미래 신산업의 성장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로서 국제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인 기술 개발 착수와 국제 표준 선점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디지털 대전환과 미래 신산업의 성장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 6G의 중요성을 요약하면 이와 같지만 6G에 따라 달라질 세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6G 기술은 1Tbps(1초에 1조 비트를 전송하는 속도)급 전송 속도, 저궤도 위성통신을 기반으로 공중 10km까지 통신 영역을 확대한다. 이러한 5G를 뛰어넘는 기술적 진화를 통해 실시간 원격 수술, 완전 자율주행차, 디지털 트윈 등 고도화된 융합 서비스가 대중화되거나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5G 시대에는 원격 진료가 가능했다면 6G 시대에는 끊김 없는 데이터 전송으로 원격 로봇 수술의 정밀도가 수십 배 높아지고 초저지연 성능을 필요로 하는 실시간 서비스도 지원돼 완전 자율주행 차의 대중화를 꿈꿀 수 있다. 더 나아가 공중·우주로 통신 범위가 확장돼 도로 위를 달리는 차에서 하늘을 나는 차, 플라잉 카로도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전송 시간 또한 획기적으로 감소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뛰어넘어 3차원 홀로그램을 이용한 확장현실(XR) 비대면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5G에서 기초적인 홈 네트워크가 가능했다면 6G를 통해 사람과 기계의 통신이 가능해지며 생각만으로 각종 기계 장치를 조종하는 인간과 기계를 연결하는 기술(HCI : Human-Computer Interface)이 주목 받을 것이라고 KB경영연구소 측은 내다봤다. 연구소 측은 “6G는 산업 생태계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며 일상생활과 공공 서비스를 비롯한 제조·의료·교통·금융·공공 분야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 동력이 될 신기술에 ICT 기업들의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5G 경쟁력 강화와 6G 선행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 연구소, 국내외 대학, 연구 기관들과 협력해 6G 통신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와 기술 개발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계획이다.
지난 6월 16일에는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와 함께 6G 테라헤르츠(THz) 대역에서 통신 시스템 시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테라헤르츠 대역은 5G보다 최대 50배 빠른 속도를 목표로 하는 6G 통신의 후보 주파수 대역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높은 주파수 대역일수록 전파 특성상 경로 손실이 크고 전파 도달 거리가 짧아지는 문제가 있어 기술적 난제가 있었는데 이번 시연에 성공함으로써 6G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 극복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최성현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장 전무는 “지난해 6G 백서에서 공유한 것처럼 테라헤르츠 대역은 6G 주요 주파수 대역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고 이번 시연은 이의 상용화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6G를 통한 미래 준비에 한창이다. 스마트폰 사업은 접었지만 6G 관련 선행 기술을 선점해 신사업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9년 한국과학기술원과 손잡고 ‘LG-KAIST 6G 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올해 초에는 글로벌 무선 통신 테스트 계측 장비 제조사 키사이트와 협업을 강화하는 등 6G 핵심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6월 3일에는 LG전자가 미국통신산업협회(ATIS)가 주관하는 ‘넥스트 G 얼라이언스(Next G Alliance)’의 의장사에 선정됐다. 협회가 6G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해 말 창립한 넥스트 G 얼라이언스는 미국 3대 이동통신사를 비롯해 통신 장비,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48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총 6개의 분과로 구성되며 분과별로 퀄컴·노키아·HPE·VM웨어·MITRE 등이 의장사를 맡고 있다.
LG전자는 6G 활용 사례를 발굴하고 이와 관련한 기술 요구 사항을 제정하는 역할을 맡았다. LG전자는 이번 의장사 선정으로 향후 6G와 관련된 선행 기술 논의와 서비스 방향성 제시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병훈 LG전자 미래기술센터장 전무는 “지속적인 준비를 통해 6G 이동통신의 표준화·상용화 단계에서 리더십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전문가로 활동한 김석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6G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또 하나의 열쇠”라며 “6G가 상용화되면 각종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6G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