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금호석화·아워홈까지…유리 천장 뚫은 여성 리더들

경영 성과·능력 중심의 새바람 불면서 요직 진출 활발
‘1960·1970년대생’·‘이화여대’·‘경영학’ 전공자 많아

[스페셜 리포트] 약진하는 재계 여성 리더 20

남성 중심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최근 여성 리더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재계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오너가 있는 기업에서는 개인의 능력보다 성별과 출생 순서로 후계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던 보수적인 오너 기업에서도 능력주의가 확산되며 경영 능력이 뛰어난 딸들이 유력 승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래픽=임지행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은 기업들에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여성 인재들을 전진 배치해 변화된 환경에 따른 새로운 경영 전략과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이 낡은 관행을 버리고 인재들을 등용하면서 여성 임원과 최고경영자(CEO)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을 이끄는 여성 리더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한경비즈니스는 견고한 ‘유리 천장’을 깨고 정상을 향해 전진하는 재계 여성 리더들에 주목했다. 남다른 성과와 리더십을 보여준 여성 리더 20인을 선정해 면면을 살펴봤다.

가장 많은 여성 리더를 배출한 대학은 ‘이화여대’였다.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박주형 금호석유화학 전무,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유희원 부광약품 사장, 임상민 대상 전무,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등 6명이 이화여대 출신이었다.

해외에서 학부나 MBA,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유학파는 9명이었다. 전공(복수 전공 포함)은 ‘경영학’이 가장 많았다. 구지은 아워홈 대표,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 등 6명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연령대는 1960년대생부터 1990년대생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었다. 1960년대생 7명, 1970·1980년대생 각각 6명, 1990년대생은 1명이다. 그중 1980~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여성 리더는 7명이었다. 박주형 전무, 임상민 전무, 김지원 대표, 김슬아 컬리 대표, 김연수 한글과컴퓨터그룹 부사장, 이경후 CJ ENM 부사장,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전략팀 과장이다. 여성 리더 20인 중 오너 일가는 13명, 전문 경영인은 6명이었고 창업가는 1명이었다.

1960·1970년대생이 주축…밀레니얼 세대 CEO들은 성장 중

구지은 아워홈 대표는 범LG가 최초의 여성 CEO다. 구 대표는 일찍이 뛰어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남매 간 경영권 분쟁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오빠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의 보복 운전 논란을 계기로 장자 승계 원칙을 깨고 후계 1순위 자리를 탈환했다.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은 2014년 대표에 올라 한국 우유 가공업계 최초의 여성 CEO가 됐다. 출산 감소로 일반 우유 매출이 정체되자 고급 유제품과 치즈, 커피 전문점 폴바셋, 성인 영양식 셀렉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실적은 물론 기업 가치까지 끌어올렸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한경비즈니스 선정 재계 여성 리더 20인 중 유일한 창업가다. 억대 연봉의 꿈의 직장인 골드만삭스를 퇴사하고 2014년 컬리를 창업해 ‘샛별배송’ 서비스로 새벽 배송 시대를 연 인물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한 물류 혁신을 통해 창업 7년 만에 매출 1조원에 육박하는 회사를 일궜다.

김연수 한글과컴퓨터그룹 부사장은 2020년 한컴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그룹운영실장을 맡아 매출 성장과 신사업을 이끌어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남다른 투자 감각으로 2015년 인수한 아이텍스트그룹의 CEO·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3배 이상 성장시켰다.

김은희 한화역사 대표는 한화그룹의 첫 여성 CEO로 주목받았다. 1978년생인 김 대표는 사업 혁신과 신사업 추진의 적임자로 2020년 한화역사 대표에 전격 발탁됐다.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그룹 내 최연소 CEO다.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는 한세예스24그룹의 2세 경영인이다. 디지털 경쟁력 강화 전략을 펼쳐 의류 당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초격차 역량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을 접목해 한세엠케이를 패션테크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자산 관리와 리스크 관리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보수적인 금융권의 유리 천장을 깨고 2019년 한국 증권업계 첫 여성 CEO에 올랐다. 핀테크·빅테크 기업 등 디지털 초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역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박주형 금호석유화학 전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딸로 2015년부터 구매·자금 담당 임원을 맡고 있다. 오빠인 박주형 부사장과 2021년 6월 나란히 부사장·전무로 승진하면서 박 전무의 경영 보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전략팀 과장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다. 미국 코넬대를 졸업한 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근무한 재원이다. 중국 유학 후 2019년 10월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그룹 지분 2.93%를 보유해 서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다.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사장은 2016년 지주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서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의 컬렉션을 선보이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통한 지속 가능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1987년 한국씨티은행에 입행해 30여년 만에 CEO가 됐다. ‘노력파’ 리더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기업금융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20년 씨티그룹이 여성인 제인 프레이저 CEO를 선임한 직후 한국 민간 은행 첫 여성 행장이 됐다. 한국씨티은행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다.

제약업계 여성 리더로 유희원 부광약품 사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해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원으로 일했다. 2015년부터 부광약품을 진두지휘하며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이끌고 있다.

‘업계 최초’ 타이틀 거머쥔 한성숙·구지은·박주형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사장은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장녀로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2018년 콜마비앤에이치 부사장을 맡으면서 회사의 건강기능식품 사업부 매출 성장의 구심점을 만들었다.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2020년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부사장은 미국에서 공부하며 글로벌 경영 감각을 익혔다. CJ 미국지역본부 마케팅팀장 재직 시절 비비고 만두로 미국 내 만두 시장 1위를 달성했고 한류 컨벤션·콘서트 ‘케이콘(KCON)’을 역대 최대 규모로 성사시키는 등 사업 역량도 검증받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순발력과 위기 대응 능력이 뛰어난 CEO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한국 관광 산업이 침체를 겪을 때 이 사장이 중국 최대 여행사와 중국 외교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협조를 구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호텔신라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방역과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은 2021년 3월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와 대상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자매 경영 체제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다. 임 부회장은 대상홀딩스 전략담당중역과 대상 마케팅담당중역 보직을 동시에 수행 중이다. 동생인 임상민 대상 전무는 대상 전략담당중역으로 신사업 발굴과 투자, 경영 목표 수립 등을 담당한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패션·뷰티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디자인 전공을 살려 백화점 매장 디자인을 바꾸고 인테리어 고급화에 아낌없이 투자해 이제까지 백화점 매장 공식을 깨는 ‘파격적인 경영 실험’을 펼쳤다. 그 결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는 1986년 IBK기업은행에 입사해 부행장, 여신운영그룹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2020년부터 IBK캐피탈 대표를 맡아 기업금융과 투자금융(IB)에 힘을 쏟으며 회사의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사장은 네이버 첫 여성 CEO다. 네이버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7년 취임 이후 커머스·핀테크·콘텐츠·클라우드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해 글로벌 디지털 영토를 확대하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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