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여는 韓 기동 장비·군용차의 미래…국내 넘어 해외에서도 달린다

미군 트럭 국산화에서 시작해 50여 년 걸쳐 독자 모델 개발

[비즈니스 포커스]

기아의 대표 소형 군용차 '레토나(K-131)'. 출처: 기아


기아는 한국 유일의 군 기동 장비·차량 체계를 갖춘 기업이다. 1973년 방위 산업체에 지정된 이후 한국군의 표준 차량을 생산해 왔다. 군용 차량 개발 전문 연구소와 전용 생산 설비 및 체계를 갖추고 있고 군 요구 성능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차종 개발과 전력화 경험 및 완벽한 종합 군수 지원으로 군 전투력 지속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전문 메이커인 만큼 일반 차량에 적용되는 첨단 기술과 엔진·변속기 등 부품 공용화, 생산 설비와 협력 업체 등 기초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군용 차량의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다. 경제적인 가격에 차량을 공급해 국가 방위와 경제적인 군 운용에도 일조하고 있다.


미군 트럭 국산화에서 한국군 독자 모델 개발까지

군용차는 처음부터 군용으로 제작된 표준 차량과 민수 차량을 도입해 쓰는 차량으로 나뉜다. 표준 차량은 민수 차량에 비해 견고하고 험지 돌파 능력을 갖춘 지프와 트럭 등이다. 전·후면 범퍼에 부대 번호와 차량 호수가 적혀 있어 일반 도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민수 차량의 교체 주기는 5~7년이지만 표준 차량은 구조·강도 보강으로 15~20년에 달한다. 생산 대수는 민수 차량은 차종당 연간 10만 대 이상, 월 8300대 이상이다. 반면 표준 차량은 연간 300~400대, 월 25~30대 수준이다.

생산 설비 역시 차이가 있다. 민수 차량은 공정 세분화와 자동화로 대량 생산 체계가 구축된 반면 군수 차량은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다. 같은 차량이더라도 작전과 용도에 따라 별도의 생산 라인이 필요하다.


기아는 한국군이 원하는 표준 차량을 개발·생산·납품하기 위해 크게 3세대를 거쳐 왔다. △미군 트럭을 국산화한 군 전용 차량 개발 △민수 차량의 군용화 △한국군 독자 모델 개발 등이다.

1970~1980년대에는 정부 주도로 미군 트럭을 벤치마킹해 차량 전 부품을 군 전용으로 설계, 신규 개발했다. 당시 한국군이 원하는 차량 성능은 종·횡경사 등판과 도섭, 전자파 대책, 야지 주행과 내구성, 화기·장비 탑재 등이었다.

기아의 대표 중형 트럭 2½톤 트럭(K-511) 뒷모습. 출처: 기아


이 시기의 대표 차량은 흔히 ‘두돈반’이라고 불리는 2.5톤 트럭(K-511)이다. 2.5톤 트럭의 크기는 민수용 5톤 트럭과 비슷하다. 2.5톤 트럭에도 5톤 정도의 물량이 실린다. 단, 민수용 트럭은 포장도로 수송 능력을, 군용 표준 차량은 야지 수송·견인 능력으로 표시해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군용 차량은 전쟁 시 야지에서 운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5톤 트럭의 포장도로에서의 수송 능력은 4.5~5톤이다. 야지에서는 약 2.5톤(2270kg)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1.25톤(K-311) 트럭의 포장도로 수송 능력은 2~3.5톤, 5톤 트럭(K-711)은 9~11.5톤에 달한다.

1990년~2000년대에는 민수 차량의 부품을 표준 차량에도 적용해 부품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당시 생산된 차량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 등 분쟁 지역에 투입돼 각종 임무를 수행했다. 전쟁 국가에서 차량이 운용되다 보니 잔고장 발생 시 빠르게 수리·정비할 수 있도록 민수 차량의 부품이 적용된 것이다.

이 시기의 대표 차량은 ‘레토나’라고 불리는 0.25톤 지프(K-131)다. 1996년 나와 일선 부대의 대대장급에서부터 장군 등이 공무 관용 차량으로 활용했다. 대대 1호차, 사단 1호차 등이 그것이다.

1996년 첫 등장할 시기의 개발사는 ‘아시아자동차’였다. 하지만 아시아자동차가 기아에 합병되면서 기아 광주 공장에서 생산됐다. 6명 이하의 인원이나 소형 물자·장비를 수송하는 차량이다. 대전차 미사일이나 무반동총 등을 탑재하는 파생형 모델도 있다. 2012년 이후 민수 차량이 ‘1호차’로 활용되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기아는 2010년대 들어 한국군의 독자 모델 개발에 집중해 왔다. 민수 차량을 기본으로 군의 요구 규격을 적용하는 개조 방식을 택했다. 기아의 대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모하비의 베어 섀시(차체 프레임에 엔진 등의 주요 구동 장치를 부착한 반제품)에 군용 장비를 장착하는 방식이다.

또한 한국군의 미래 전투 체계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기아는 최신 자동차 기술을 군용차에 접목하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공군 비행장 등 군 기지 내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이 군에서 상용화되면 미래 전투 지역에서 여러 물자를 보급하는 무인 수송 차량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아가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IDEX 2021'에 전시한 신형 4인승 카고 콘셉트카. 출처: 기아


기아 군용차, 한국 넘어 해외에서도 달린다

기아는 한국군에서 입증한 군용 차량의 성능과 품질을 바탕으로 매년 평균 2개국씩 신규 수출하고 있다. 현재 필리핀·수단·인도네시아·칠레 등 20여 개국에 차량을 공급 중이다. 일부 국가는 현지 생산을 통한 산업화 지원과 상대국 정부와의 협력 강화로 국가 간 군사·외교적 관계에서도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국제 방산 전시회에도 참여해 수출 확대를 위해 군용 차 알리기에 적극적이다. 기아는 올해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IDEX 2021’에 참가해 새 엠블럼으로 단장한 군용차 신제품을 선보였다. ‘4인승 카고’와 베어 섀시 등 콘셉트카 2종을 소개했다.

이들 차량은 현재 기아가 운영 중인 소형 전술 차량을 기반으로 7톤급 차량 수준의 프레임 강성을 확보하고 225마력 엔진, 8단 자동 변속기 등을 장착했다.

4인승 카고 콘셉트카는 병력과 각종 무기를 운반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완전 무장한 병력 8명을 포함해 약 4톤의 물자를 수송할 수 있다. 베어 섀시 콘셉트카는 차량의 기본 뼈대를 이루는 프레임과 엔진 등 파워트레인만 장착된 차량이다. 장갑차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장비를 개발·장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췄다.

기아 관계자는 “한국군 군용 차량의 선진화 및 군 기동력 향상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다양한 전술 임무 수행을 위한 고기동성과 높은 능력을 확보한 혁신적 신제품과 신규 수요 창출로 2025년 글로벌 군 기동 장비를 선도해 해당 분야의 톱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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