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찾기 분주한 바이오 ‘빅3’

바이오 신약 개발 속도 내는 셀트리온…사업 다각화 나선 삼성바이오로직스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 실험 중인 셀트리온 연구원.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삼성바이로직스·SK바이오텍 등 한국 바이오 ‘빅3’가 새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를 넘어 케미컬 의약품 사업, 의약품 위탁 생산(CMO),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셀트리온, 케미컬 의약품 ‘캐시카우’도 확보

셀트리온은 영국의 항체 약물 접합체(ADC : Antibody-Drug Conjugate) 개발사 ‘익수다 테라퓨틱스(Iksuda Therapeutics, 이하 익수다)’에 지분을 투자해 ADC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 확보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래에셋금융그룹과 총 4700만 달러(약 530억원)를 투입해 영국 ADC 개발사인 익수다의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기존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항체를 기반으로 자체적 고부가 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기존 항체 치료제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으로 ADC 특화 전문 기업 익수다가 적합하다고 보고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익수다는 B세포 림포마 치료를 적응증으로 하는 ‘IKS03(Anti-CD19 ADC)’를 비롯해 4개의 전임상 단계 ADC 파이프라인과 약물·항체 결합체 플랫폼 기술인 ‘링커 페이로드 플랫폼’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혈액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유방암·위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등 항암제를 확보한 상태다. 향후 익수다의 ADC 기술을 활용해 더욱 다양한 항암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자체 ADC 플랫폼 기술을 개발해 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도 독자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케미컬 의약품 사업 분야에서도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근 다케다제약 아·태 지역 권리 자산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면서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케미컬 의약품 사업 연구·개발(R&D) 강화를 위해 다케다로부터 아·태 지역 18개 ‘프라이머리 케어’ 제품 자산을 총 2억7800만 달러(약 3069억원)에 인수했다. 인수는 싱가포르에 설립한 자회사 ‘셀트리온 아시아태평양’을 통해 진행했다. 다케다가 아·태 지역 9개국에서 판매하던 전문 의약품과 일반 의약품 브랜드 25개 제품의 특허·상표·판매권 등을 확보했다.

셀트리온은 이에 따라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 질환 치료제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아·태 지역 당뇨병·고혈압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각각 3조원·2조7600억원이다. 이 시장은 2030년 11조원 규모로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다케다 제품 자산 인수를 통해 기존 바이오시밀러는 물론 케미컬 의약품을 강화해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외국계 제약사에 의존하던 필수 의약품 시장의 국산화로 국민 보건 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부터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 유통될 연 수억 회 접종 분량의 모더나 백신에 대한 무균 충전·라벨링·포장 등의 공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사진) 모더나 백신 완제 공정 설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 백신 원료 의약품 위탁 생산에도 뛰어들었다. 인천 송도의 기존 설비에 백신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안에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cGMP) 인증을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종합 바이오 제약사를 장기적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기존 단일 클론항체(mAb)를 넘어 빠르게 부상하는 유망 시장의 수요에 충족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규모의 4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4공장은 내년 부분 생산, 2023년 전체 가동을 목표로 한다. 4공장의 생산량은 연 25만6000리터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 시설인 3공장(18만 리터)의 기록을 스스로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건설에 1조7400억원을 투입한다. 향후 제2 캠퍼스 부지 확보를 진행하면 전체 투자비는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9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누적 투자액인 2조1000억원에 버금가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다양화해 시장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팜테코, 유전자·세포 치료제로 사업 영역 확장

(사진) 프랑스 제노폴의 이포스케시 본사. /SK(주) 제공


SK바이오텍도 그룹 지주회사 SK(주)의 전폭적 투자를 등에 업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SK(주)는 2017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 2018년 미국 앰팩(AMPAC)을 차례로 인수했다. 2019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CMO 통합 법인 SK팜테코를 설립했다. SK(주)는 SK팜테코를 통해 지난 3월 프랑스 유전자·세포 치료제(GCT : Gene·Cell Therapy) CMO 이포스케시를 인수했다.

이포스케시는 최근 2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5000㎡ 규모의 2공장은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5800만 유로(약 800억원)가 투입되는 2공장은 1공장이 들어선 프랑스 바이오 클러스터 제노폴에 자리한다. 이포스케시는 2공장이 완공되면 현재의 두 배이자 유럽 최대 수준인 1만㎡ 규모의 유전자·세포 치료제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신규 공장은 미국과 유럽의 cGMP 기준에 맞춰 설계됐다.

유전자·세포 치료제는 유전 결함으로 발병하는 희귀 질환을 1~2회 유전자 주입으로 완치하는 개인 맞춤형 의약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임상 개발 중인 바이오 의약품 중 약 50%가 유전자·세포 치료제다. 고가의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월등한 치료 효과로 시장이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2025년까지 연평균 25% 성장해 현재 가장 큰 바이오 의약품 시장인 항체 치료제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세포 치료제 분야는 소수의 글로벌 CMO 기업 외에는 쉽게 진출하지 못하는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포스케시는 유전자·세포 치료제 R&D의 핵심이자 체내에 치료 DNA를 투여하기 위한 유전자 전달체(바이러스 벡터) 생산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독보적 기술력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첨단 시설까지 갖추게 되면 본격적인 상업화를 통해 매출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SK의 설명이다. SK(주)는 CMO 통합 법인 SK팜테코가 보유한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와 생산·품질 관리 역량을 이포스케시와 공유해 글로벌 경영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SK(주)에 따르면 SK팜테코는 지난해 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글로벌 사업 확장 전인 2016년 대비 약 7배 증가했다. 2~3년 안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주)는 2023년을 목표로 SK팜테코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훈 SK(주) 바이오 투자센터장은 “이포스케시는 증설을 통해 급성장이 예상되는 유전자·세포 치료제의 대량 생산과 상업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해외 시장 확장 등 SK팜테코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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