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오형수 K트래블아카데미 대표가 보는 여행의 미래
여행업계의 ‘버티기’가 계속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트래블 버블이 시행되면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와 오형수 K트래블아카데미 대표를 만나 여행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트래블 버블이 시행된다. 앞으로의 전망은.
정란수) 트래블 버블이 열리면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단체여행에 위험성이 있다. 학술목적, 사업목적, 직계가족 대상의 여행시장이 재개가 되면서 안전함이 확보가 되면 그때 단체가 따라갈 것이고, 이후에 일반 단체, 개별 여행으로 확대될 것이다. 마치 북한 관광과도 같다고 보면 된다. 남북 간 교류가 끊긴 이후 첫 북한 방문은 특수한 사업 목적으로만 허가되다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면서 단체 여행이 시작됐고, 시일이 흐른 후에야 육로관광이 열리고 약간의 개별성을 허용하는 형태로 바뀌었는데,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여행 역시 그러한 수준을 그대로 거치게 될 것이다.
오형수) 각국 방역에 대한 신뢰도가 지금은 우리가 월등하다. 인바운드쪽을 준비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작년만 해도 국내-아웃바운드-인바운드 순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봤는데, 지금은 국내-인바운드-아웃바운드 순이 될 것 같다.
-여전히 불안감도 크다.
정란수) 델타바이러스 역시 우려되는 부분인데 사실 또 언제 국가 간 이동이 중단될지 알 수가 없다. 백신이 나와서 여행의 준비가 끝난 게 아니라, 치료제가 나와야 한다. 신종플루 당시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나왔을 때 활성화가 이뤄졌듯이 백신만으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형수) 정상화 기미가 조금 보였지만 변이 바이러스 등의 문제로 다시 또 주춤할 것 같다.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얼마나 대응할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 이제 여행사들은 투-트랩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 트래블 버블 등의 시행으로 하반기 시즌 상품을 만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여행 재개가 중단되거나 지연될 수 있는 만큼 재무적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오형수) 대형 여행사들의 ‘겨울잠’ 전략이 문제다. 사스나 메르스 당시에 수요가 순간 증발한 것을 경험한 대형 여행사는 버티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런데 코로나 상황에서는 경험이 독이 됐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에 맞춘 상품들을 내놔야 하는데도, 실상 인프라가 없는 상태다. 현지 인력이 한국으로 귀국했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여행상품을 기획하기에 앞서 점검하고, 안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여전히 가격 전쟁을 하고 있다. 적어도 코로나 이후의 상품은 어떠한 안전 대책을 가졌는지를 설명해야 하고, 감염 발생 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논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해야 하는데 준비가 안되는 게 문제다.
-여행업계 살아나려면.
오형수) 한국의 방역 역량과 경험이 충분한데 인바운드 재개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인바운드 측면에서는 중국 수요가 중요하다. 제주는 무비자도 되는데, 중국 수요를 어떻게 다시 끌어올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것 같다. 아웃바운드는 글로벌하게 바라보는데, 한국 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중국과 일본, 괌, 사이판, 태국, 베트남이 전체 출국자의 70~80% 이상이다. 미국과 유럽은 여행의 관점에서 보면 두 시장 합쳐도 20%가 안 된다. 모든 지역을 통틀어 생각하면 여행이 시기상조겠지만 우리나라 여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와의 트래블 버블이 일어나면 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안정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란수) 인바운드 재개는 국가적 역량의 문제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일 국민심리의 문제다.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있어야 개방이 가능한데, 다들 반대하는 데 여행업계가 원한다고 개방할 순 없다. 그래서 더 학술 공익적 목적, 인도적 목적, 사업 목적 등 소극적 교류가 진행되어야 한다. 서서히 교류가 진행된 후 안전함이 인식되어야 인바운드 역시 활성화될 수 있다. 여행업계에서도 경제적 부분보다 사회적, 국가적으로 인바운드가 재개되어야 하는 이유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
-지난 한 해 국내여행이 크게 활성화됐다. 앞으로도 유지될까.
정란수) 국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청년들을 중심으로 눈에 띄는 도시재생부터 로컬과 관련한 사업이 발굴됐고, 여행에 대한 탄탄한 기틀을 마련한 것 같다. 문제는 해외여행이 향후 재개됐을 때도 국내여행이 유지될 것인가이다. 콘텐츠가 강화됐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여행은 ‘저렴한 여행’이라는 인식이 고착화된 부분이 있다. 정부에서 여행을 장려하고 비용을 지원하면서 가격경쟁력이 오히려 약해진 것이다. 지금이 국내 여행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전환점에 와 있다고 본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