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소송 끝 하청 비정규직 직고용 판결 받은 현대위아 [법알못 판례 읽기]

대법, 고용 의사 표시 소송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손 들어줘

[법알못 판례 읽기]




현대위아가 협력 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직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소송이 시작된 지 7년 만이다.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고들은 현대위아 평택 1·2공장에서 자동차용 엔진 조립 업무 등을 담당한 노동자다. 공장은 현대위아가 먼저 주문 생산 정보를 작성해 협력 업체와 공유하면 사내 협력 업체 노동자가 주문 생산 정보를 입력하고 해당 정보가 생산 정보 모니터에 뜨면 이를 토대로 조립 라인이 돌아가는 식이었다.

1공장에서 근무하던 A 씨 등은 실린더 헤드 등 가공 라인을 6개월씩 순환하면서 완성된 엔진 주요 구성품을 검사했고 불량을 발견하면 현대위아(피고) 소속 직원에게 보고했다. 그러면 현대위아 직원은 불량품을 수정장으로 보내 수정할 것인지 그대로 조립 라인에 투입할 것인지 등을 결정했다.

2공장에서도 1공장과 마찬가지로 사내 협력 업체 직원들은 작동 중인 컨베이어 공정 부분에 자리해 조립 중인 엔진 등이 도착하면 컨베이어 작동을 중단시킨 후 그때그때 부품 조견표를 대조해 조립 업무를 수행했다. 작업이 완료되면 다시 벨트 컨베이어를 작동시켰다.

A 씨 등은 현대위아가 파견 노동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허용하는 파견 범위를 벗어난 ‘불법 파견’을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원청 회사가 파견 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하거나 파견 금지 업무에 사용하면 직고용해야 한다.

이들은 “피고와 사내 협력 업체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도급 계약은 그 실질에 있어서 노동자 파견 계약에 해당한다”며 “사용 사업주인 피고는 2년을 초과해 파견 노동자인 원고들을 사용하거나 노동자 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 노동자인 원고들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파견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고용된 원고들에 대해서는 사내 협력 업체에 고용돼 피고에게 파견된 때인 입사일에 원고들에 대한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했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 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다.

반면 현대위아, 즉 피고 측은 “피고는 엔진 생산 공정 중 일부인 조립 공정을 특정해 사내 협력 업체에 도급했고 원고들은 사내 협력 업체 소속 노동자들로서 피고가 아닌 사내 협력 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아 도급받은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노동자 파견 관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맞섰다.

원고 손 들어준 1·2심

1·2심은 모두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원고용주가 노동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제3자가 노동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 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노동자가 제3자 소속 노동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돼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노동자의 선발이나 노동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노동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노동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이어 “이 사건 도급계약에 의하면 사내 협력 업체는 원칙적으로 엔진 조립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하지만 사내 협력 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이 사건 도급계약에 기재된 엔진 조립 업무 이외에 가공 업무, 출하 검사, 자재 검수, 외주 검사, 내구 시험, 개선반, CKD 파견, 품질 파견, 설비 청소, 공장 청소나 도색 작업 업무 등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작업표준서, 중점관리표, 작업 공정 모니터, 부품 조견표의 구체적인 작업 지시성이 인정되고 그 작성자를 피고로 인정하는 이상 피고가 사내 협력 업체 노동자들에게 직·간접적인 지시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고는 원고의 ‘고용 의무 발생 시점’이란 기재일부터 그 고용 의무를 부담한다”고 결론 내렸다.

2심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피고는 사내 협력 업체에 대해 피고의 생산 계획에 따라 중식 작업과 연장 및 휴일 근로를 지시했고 원고들을 포함한 사내 협력 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과 연장근로 등은 위 지시에 전적으로 구속됐다”며 “사내 협력 업체가 소속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노무 관리에 관한 결정 권한을 피고를 배제한 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 역시 “직고용해야”

대법원 또한 앞선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확정지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현대위아 협력 업체 소속 A 씨 등 60여 명이 낸 고용 의사 표시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현대위아)는 원고(노동자)들에게 고용 의사 표시를 하라”고 최종 판단했다.

대법은 “공정에 필요한 전체 인원이나 공정별 투입 인원에 관한 실질적 작업 배치권, 현장 및 휴일 근로 지시권 등 사내 협력 업체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노무 관리에 관한 결정 권한은 피고에게 있었다”며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노동자 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은 “사내 협력 업체는 엔진 조립 업무에 필요한 공장, 기계 설비 등을 피고로부터 무상으로 임차했다”며 “사내 협력 업체가 고유한 기술이나 자본 등을 투입하거나 피고 이외에 다른 업체를 상대로 사업을 영위했다고는 보이지는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사내 협력 업체가 도급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독립적 기업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돋보기]

‘노동자 파견 관계’ 성립 기준은?

앞선 판례들에서 노동자와 회사 사이의 ‘노동자 파견 관계’가 성립됐는지 보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정해져 있다. 법원은 계약의 목적, 업무 수행의 과정 그리고 계약 당사자의 적격성에 비춰 이를 판단한다.

먼저 계약의 목적은 구체적인 일의 완성에 대한 합의가 있는지(계약 목적이 명확한지 여부, 계약 목적에 대한 시간적 기한이 명확히 정해져 있는지 여부 등), 일이 완성된 후 인도와 수령의 필요가 있는지, 일의 완성 이전까지 대가 청구를 할 수 있는지(파견의 경우는 객관적인 일의 진척 정도와 관계없이 업무 시간의 양에 따라 대가 지급 청구 가능), 일의 불완전한 이행이나 결과물의 하자가 있을 경우 이에 따른 담보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파견 사업주는 인력 조직이나 선발에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책임 부담)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업무 수행의 과정은 수급인이 작업 현장에서 노동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 감독과 이에 수반하는 노무 관리를 직접 수행했는지(구체적으로 출근 여부에 관한 감독, 휴가와 휴게에 관한 관리 감독, 노동자에 대한 교육 및 훈련에 대한 부담 등), 수급인의 업무 수행 과정이 도급인의 업무 수행 과정에 연동되고 종속되는지, 업무 영역에 따른 조직적 구별이 있는지 아니면 직영 노동자와 부분적인 업무의 공동 수행을 하는지, 계약 대상이 되는 일 이외의 사항에 노무 제공을 하는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따진다.

마지막으로 계약 당사자의 적격성은 도급 계약의 목적이 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전문적 기술 능력, 고도의 전문 인력 보유, 작업복이나 기타 보호복 제공, 노무 작업 재료의 공급, 독립된 사업 시설 보유)을 보유하는지 여부, 전문화된 영역으로 특화가 가능한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남정민 한국경제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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