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 찾는 MZ세대’…블로그의 화려한 부활

지난해 3억 건 포스팅 생산하며 역대 최고 기록…인플루언서 보상 프로그램도 강화

[비즈니스 포커스]


2000년대만 해도 ‘파워 블로거’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마치 지금의 인기 유튜버처럼 말이다. 양질의 정보부터 일상의 기록까지 모두 '블로그'로 통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동영상 플랫폼의 성장과 광고성 내용이 많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블로그의 전성기도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텍스트보다 영상으로 정보를 얻는 것에 익숙해지고 긴 글보다 짧은 글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기 때문이었다.

지난해부터 ‘휴면 상태였던 블로그를 되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인맥들로 북적거리는 다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대신 이웃들과의 조용한 교류를 택했다고 말한다. MZ세대가 이끈 블로그의 부활 ‘오늘일기 다들 쓰셨나요?’

지난 6월 인터넷 커뮤니티와 각종 SNS에서는 네이버의 오늘일기 챌린지 참여를 독려하는 게시물이 가득했다. 네이버는 지난 5월 24일부터 6월 3일까지 일상 이야기를 업데이트하면 1만5000원 상당의 네이버페이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11일간 진행했다. 이보다 앞서 네이버는 5월 초부터 오늘일기 챌린지를 진행했지만 여러 아이디로 복사하고 글을 붙여넣기 하는 어뷰징 형태의 참여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로 캠페인을 3일 만에 종료한 바 있다. 그만큼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는 방증이다.

둘째로 문을 연 오늘일기 챌린지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네이버에 따르면 ‘오늘일기’ 챌린지 참여자 중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가 80% 이상을 기록했고 챌린지 이후 글 생산량은 33%, 사용자 수는 14% 증가했다. 챌린지가 종료된 후에도 ‘#블챌’, ‘#오늘일기’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의 일상을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기는 블로거들도 많다. 2주간 진행된 ‘오늘일기’ 챌린지에서는 ‘다이어트 일기’, ‘가계부 일기’, ‘드라마 후기 일기’ 등 다양한 주제가 발견됐다.



지난해 네이버 블로그는 3억 건에 가까운 포스팅을 생산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포스팅이 늘어나면서 그간 외면받았던 블로그는 새로운 정보 교류의 장으로 떠올랐다. 특히 블로그의 부활에는 레트로 열풍을 일으킨 ‘MZ세대’가 주축 역할을 맡았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 건수에서 20대가 34.6%를 차지했다.

올해도 블로그의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블로그를 새로 만드는 사용자도 늘었고 콘텐츠 생산량도 증가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새롭게 개설된 신규 블로그는 전년 대비 120% 증가했고 신규 블로거 중 30%는 2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기준 블로그에 꾸준히 기록을 남기는 활성 블로거는 전년 대비 12% 증가했고 월평균 콘텐츠 생산량도 28% 늘었다. 한성숙 네이버 사장은 지난 4월 진행된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 블로그가 20대를 중심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트렌디한 매체로 부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생산되는 콘텐츠는 그간 ‘동영상’과 ‘짧은 글’이 대세를 이뤘다. 어떤 정보를 검색할 때 유튜브를 켜느냐, 포털 사이트를 켜느냐로 요즘 사람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였다. 그간 가장 많이 쓰이는 SNS였던 인스타그램도 사진을 업로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블로그의 부활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는 ‘광고’에 대한 피로 때문이다. 플랫폼의 유저가 많아질수록 광고 협찬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유튜브 또한 지난해 ‘뒷광고’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네이버 블로그도 2010년대 들어 광고성 게시물이 많아지면서 유저들이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광고를 피해 자신만의 일상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블로그를 다시 택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나만의 공간’에 대한 욕구도 블로그의 부활을 이끌었다. 구독자와 조회 수로 채널의 성패를 좌우하는 대신 타인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게시글을 올리는 공간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인스타그램 또한 ‘좋아요’를 없앨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했다. 게시물과 관련한 숫자가 주는 피로함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길게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이다. 네이버 블로그와 함께 카카오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도 순항 중이다. 전문성이 필요한 정보는 물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긴 글로 쓰고자 하는 창작의 욕구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부 활동이 줄면서 생활 반경이 좁아지자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기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네이버 블로그 김보연 리더는 “네이버 블로그는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면서도 타인과의 일정 거리를 유지하기를 원하는 젊은층에게 ‘느슨한 연대감’을 안겨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네이버 블로그는 MZ세대에게 일상의 에세이 툴로서 새로운 창작 경험을 줄 수 있도록 기술적 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로그마켓’으로 구매 기능 더해


블로그 열풍이 지나가는 바람에 그치지 않으려면 다양한 창작자들을 블로그라는 플랫폼 안에 잡아 둬야 한다. 유튜브가 성장한 비결로 제일 먼저 꼽히는 것은 유튜버들에게 수익을 분배하는 ‘동반 성장’을 내세우며 크리에이터들을 모았다는 점이다. 양질의 창작자들이 많이 몰리는 플랫폼은 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 블로그 또한 창작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을 마련함으로써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을 다시 확보하고 있다.

먼저 네이버는 창작자 중심의 검색 서비스인 ‘인플루언서 검색’을 통해 보상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에 선발되면 자신의 블로그와 네이버TV 등 네이버 채널뿐만 아니라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외부 채널도 한곳에 모아 보는 ‘인플루언서 홈’을 개설할 수 있다. 또 ‘키워드 챌린지’에 참여해 특정 키워드 검색 결과에 자신의 콘텐츠를 노출할 수 있다. 키워드 챌린지의 콘텐츠는 인플루언서 검색 결과로 노출된다.

특히 네이버 인플루언서 활동을 통해 채널의 영향력과 광고 수익을 키운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블로거들 사이에 인플루언서 검색을 통한 보상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인플루언서 검색 개편 전후로 월 5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는 인플루언서는 3배 가까이 증가했고 연 1억원 이상의 광고 수익을 거두는 인플루언서도 늘어나고 있다. 또 지난 5월부터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상위 창작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 보상 범위도 확대해 헤드뷰 등 프리미엄 광고가 적용되는 인플루언서가 최대 5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네이버가 지난해 12월부터 선보인 ‘블로그마켓’도 20대 사용자들을 사로잡은 요인으로 꼽힌다. 블로거 누구나 손쉽게 온라인 커머스를 시도해 볼 수 있는 블로그마켓은 6월 기준 누적 거래액 16억원, 누적 거래 건수는 3만 건을 돌파했다. 블로그마켓은 핸드메이드 등 한정판 제품이 많아 차별화된 제품을 선호하는 2030 구매자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블로그의 다양한 활용법을 알리기 위한 ‘라이프로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블로그 활용과 관련된 영상, MZ세대 대상 뉴스 레터, 블로그 인터뷰 등을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업로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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