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다가온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무엇이 달라졌나

‘FSD 베타버전 9’ 출시로 기대감 충만… 안전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난제는 여전

[테크 트렌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20년 9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주차장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와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한 달 내에 완전 자율주행 전기차를 시범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튜브 캡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FSD : Full Self Driving) 베타 버전 9이 드디어 7월 10일 출시됐다. 이번에 출시된 FSD 베타 버전 9은 자동차에 장착된 카메라를 사용해 차량이 차로를 유지하고 도로의 교통 상황을 인식하도록 설계된 자율주행 운전자 지원 표준 소프트웨어다.

현재 나와 있는 오토파일럿(autopilot) 기능이 동일 차로 내에서 차량 간 거리를 조정하는 제한된 기능을 수행한다면 FSD 베타 버전 9은 차로 자동 변경, 자동 주차, 차량 호출 등의 좀 더 진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이번 베타 버전이 배포되자마자 테슬라의 주가가 4.38% 급등하며 자율주행차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방증했다. 일부 성미 급한 테슬라 베타 테스트 운전자들은 베타 버전을 무선으로 업데이트(OTA)한 후 새벽에 차를 몰고 나와 주행 테스트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생중계하기도 했다.

현재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성능 면에서 대체적으로 무난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FSD 베타 버전 9을 업데이트한 테슬라 차량이 안개가 낀 도로에서도 별 무리 없이 주행하고 반대 방향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감지하고 우회전도 순조롭게 수행했다. 주행 중 자동으로 상향등이 꺼졌다가 켜지고 도로 상황에 맞게 잘 운행되는 것 같아 보였다.

FSD 베타 버전 9 출시, 특징은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소위 ‘자동차의 마음(mind of car)’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운전자 인터페이스(UI)다. 이 새로운 자동차 시각화 보기(visualization view) 기능은 자동차가 도로 주변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컴퓨터 비전 시각으로 보여줘 운전자로 하여금 자율주행 상황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한다.

이전에는 내비게이션상의 주변 물체 모습이 단순한 박스 형태의 투박한 그래픽이었다면 새로운 내비게이션 화면은 주행 중 도로의 주변 차량과 사람들 그리고 신호등이 렌더링 형태로 제법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도로와 바깥 경계는 빨간색, 중간 상향·하향 경계선은 보라색으로 표시된다. 또한 실제 도로에서 건너지 말아야 할 선은 노란색으로 표시되고 앞 차가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빨간색으로 보인다.

이러한 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테슬라의 카메라 전용 자동 조종 보조 운전 시스템인 퓨어 비전(pure vision) 때문이다. 테슬라 비전(Tesla Vision)이라고도 불리는 이 시스템은 8대의 카메라와 심층 신경망(DNN : Deep Neural Networks)을 통해 주변 주행 환경을 촬영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주변 차량을 인식한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이미 북미 지역 테슬라 모델 3와 모델 Y 기종에서 전자파 기반의 레이더(radar) 센서를 제거했다. 이 말은 테슬라가 자율주행을 위해 더 이상 레이더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한 테슬라는 지난 6월 레이더 센서보다 성능이 1000배 낫다는 심층 신경망 훈련에 사용하기 위해 엔비디아 A100 GPU를 탑재한 자율주행용 슈퍼컴퓨터를 공개한 바 있다.

테슬라가 완전 자율주행을 위해 카메라 비전과 심층 신경망에 의존하는 이유는 레이다와 라이다의 사용이 전기차의 컴퓨팅 능력을 저하시켜 전력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레이다는 정밀성이 떨어지고 라이다도 사용하기 위해서는 고해상도 지도화가 필요한데 이러한 지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도 거론된다.

하지만 레이다와 라이다를 없애고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무엇보다 카메라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거리 측정이 어렵다. 실제로 미국 신차 충돌 테스트(NCAP) 기관인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테슬라 모델 3와 모델 Y에 부여한 최고 안전 등급을 회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두 모델에서 레이더를 제거하면 충돌 방지 같은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레이다는 폭우나 폭설 같은 악천후나 가시성이 떨어지는 야간에도 데이터 제공 능력이 우수하다.

이런 이유로 지엠 클루즈, 구글의 웨이모, 오로라 등 글로벌 경쟁사들은 대부분 레이저를 사용해 거리를 측정하고 차량 주변의 정확한 실시간 고해상도 3D 지도를 생성하는 라이다(LiDAR) 방식을 카메라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은 아직 진행형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FSD 베타 버전 9 출시는 향후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는 데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테슬라의 ‘인공지능(AI) 데이’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FSD 9 구독(Subscription) 서비스마저 나오면 자율주행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의 시너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FSD 구독 서비스는 FSD를 사용하기를 원하지만 FSD 패키지를 즉시 구매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고객 확보 차원에서 한층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FSD 구독 옵션을 사용하면 테슬라 차주나 임차인은 제한된 시간 동안 또는 필요에 따라 FSD 기능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테슬라가 자율주행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통해 이루려는 것은 소프트웨어로서의 자동차 회사로 진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 자동차 산업이 제조업 기반의 하드웨어 제품이라고 하면 테슬라가 출시하려는 자율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자동차가 서비스로서의 운송(mobility as a service)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테슬라의 FSD 베타 버전 9이 출시되고 순수 컴퓨터 비전에 기반한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올해 안에 5단계(level 5) 자율 주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FSD 베타 버전 9 출시로 4단계 자율주행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초 분기 실적 발표 시 5단계 완전 자율주행이 올해 말에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볼 때 테슬라가 목표로 하는 완전 자율주행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좀 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0에서 5까지 6개 단계로 돼 있고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는 5단계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대부분이 레벨 2.5 정도이고 레벨 5단계에 해당하는 완전한 자율 주행 차량은 아직 없으며 여전히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특히 머스크 CEO도 지난 5월 캘리포니아 자동차국에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올 연말까지 준비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더욱이 진정한 의미의 완전 자율주행이 구현되려면 단순히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능만 갖추면 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를 둘러싼 주행 환경과 통신 등 인프라와 이를 인식하는 카메라·라이다·레이다·AI 그리고 윤리적·법적 장치가 완비된 총체적이고 협력적인 자율주행 생태계가 전제돼야만 한다.

그 무엇보다 갈 길 바쁜 테슬라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안전 문제다. 자율주행 오류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토파일럿 기능을 이용해 운전대를 잡지 않고 자신의 소셜 미디어 동영상을 게시한 테슬라 운전자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치명적인 충돌로 사망했다. 현재 테슬라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서 오토파일럿 관련 충돌 사고에 대해 정밀 조사를 받고 있는 것도 무려 24건이다.

향후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는 안전성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물류, 도시와 도시 수송, 여객 운송 분야의 순으로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심용운 SKI 딥체인지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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