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00억원 돌파, 미디어 커머스 첫 코스닥 상장…고객 중시·역발상 능한 젊은 조직
[비즈니스 포커스]2020년은 미디어 커머스 기업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하 브랜드엑스)엔 기념비적인 해였다. 브랜드엑스는 지난해 8월 한국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는 최초로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동시에 브랜드엑스의 대표 브랜드 ‘젝시믹스’가 한국 레깅스 시장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브랜드엑스는 젝시믹스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위생용품·화장품·다이어트 식품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도전적인 사업 확장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올 법하지만 브랜드엑스의 전략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서 고객의 니즈를 포착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췄고 이를 신사업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 목소리에 귀 기울여 탄생한 ‘1위 레깅스’
젝시믹스의 명성 덕분에 패션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브랜드엑스는 온라인에 최적화된 브랜드 연구·개발(R&D)과 소셜 네트워크 기반의 마케팅 노하우를 보유한 제조 기술 미디어 커머스 기업이다.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서 브랜드엑스는 지속적으로 고품질 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브랜드엑스 관계자는 “여러 매체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자사 몰을 이용하는 고객의 정체성과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프라인에서 고객과 대면하는 대신 온라인을 통해 커뮤니티와 고객 후기 등으로 신뢰감을 형성하고 있다.
애슬레저 브랜드 젝시믹스는 탁월한 몸매 보정력과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한국 레깅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중국·홍콩·베트남·대만·일본·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2019년 10월에는 일본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한국을 넘어 해외 시장도 활발하게 공략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의류 시장은 디자인·활동성·기능성을 겸비한 애슬레저 트렌드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운동복과 일상복의 개념이 사라졌고 재택근무의 활성화로 보다 편한 옷을 찾게 됐다. 이처럼 애슬레저 시장이 성장하자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런 경쟁 속에 왕좌를 차지한 젝시믹스의 성공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초기 레깅스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Y존의 부각으로 불편함을 겪었다. 젝시믹스는 오랜 연구·개발 끝에 레깅스 제품에 ‘마찌 패턴(삼각무 패턴 : 사타구니 부분에 원단을 한 겹 더 댄 형태)’를 적용해 Y존을 완벽하게 커버했다. 또 몸매 보정을 위한 인체공학적 패턴 디자인, 특히 배 말림이 없는 허리선 설계 등이 연달아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해 2월 출시한 블랙라벨 시그니처 360N 부츠컷 팬츠는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탄생한 대표적 제품이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허물어진 라이프스타일을 적극 반영한 신개념의 ‘웍슬레저 레깅스’인 ‘블랙라벨 시그니처 360N 부츠컷 팬츠’는 늘어난 재택근무와 탄력 근무 등으로 회사 내 혹은 퇴근 직후 운동이나 야외 활동을 즐기는 여성들을 위해 설계했다. 종아리 아래부터 발목까지 와이드하게 퍼지는 라인으로 여성 고객층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젝시믹스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역발상’이다. 타 브랜드들이 오픈 마켓 입점에 몰두하는 사이 젝시믹스는 소비자 직접 판매(D2C : Direct to Consumer) 방식으로 자사 몰을 통한 판매를 진행했다. 젝시믹스는 D2C 구조를 적용해 유통 거품을 최소화하고 그 비용을 R&D에 재투자함으로써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췄다. 현재 젝시믹스의 자사 몰 판매 비율은 90% 이상, 재구매율은 80% 이상이다.
신규 사업들로 ‘시너지 창출’
이러한 전략을 기반으로 지난해에도 브랜드엑스의 성장 행진은 지속됐다. 브랜드엑스의 2020년 연결 매출액은 13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2% 증가했고 지난 3년 연속 매년 두 배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5월에는 코스닥시장 상장 10개월 만에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 4개 부 중 가장 우량하고 대표성 있는 기업들로 구성된 우량기업부 반열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브랜드엑스의 특징은 직원들의 평균 나이가 30.8세(2021년 7월 기준)인 ‘젊은 조직’이라는 점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직원들은 고객들의 니즈를 시시각각 반영하며 브랜드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여기에 브랜드엑스 경영진은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와 수평적 조직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직원들을 향한 복지는 결국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브랜드엑스 자체 R&D센터의 경쟁력을 주목하고 있다 . 브랜드엑스는 이곳에서 빠르게 변하는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전략을 세운다. 신제품을 직접 테스트하고 신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고객의 의견을 반영한 업그레이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엑스의 R&D센터는 의류디자인팀·용품신발디자인팀·테크니컬팀(패턴·샘플실)으로 구성돼 있다.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상의 핏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애슬레저 상품을 매 시즌 새롭게 출시하고 있다.
소재 개발은 각 퍼포먼스에 적합한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2~3년의 기간에 걸쳐 개발된다. 기존에 있는 원사가 아니라 새로운 원사를 발굴해 젝시믹스만의 편직 배합으로 자체 개발한 원단을 사용하고 있다. 패턴 설계와 상품 개발에서는 아시안의 체형에 맞는 핏(fit)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각 원단의 물성에 따라 인체의 볼륨을 살려 주면서 근육을 잡아 줄 수 있는 패턴을 설계한다.
젝시믹스와 함께 브랜드엑스는 위생 습관 브랜드 ‘휘아’, 자회사인 다이어트 식품(HMR) 제조·판매 기업 ‘쓰리케어코리아’, 젤 네일 브랜드 ‘젤라또랩’과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현재 브랜드엑스가 시행하고 있는 사업들을 살펴보면 최근의 트렌드와 매우 가까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브랜드엑스의 강점인 트렌드를 포착하는 전략 덕분이다. 또 브랜드엑스는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이루다마케팅’을 통해 최근 트렌드와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온라인 마케팅을 선보이며 독보적 성과를 내고 있다.
신규 사업을 전개할 때 고려하는 것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다. 동시에 브랜드엑스는 신규 브랜드를 출시하기 전 시장의 반응을 파악하는 ‘파일럿 브랜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을 1억원 미만으로 설정해 위험을 낮추고 고객의 수요와 리뷰를 반영해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제품군 위주로 생산한다. 또 파일럿 브랜드 출시 후에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브랜드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브랜드엑스 관계자는 “기존 브랜드와 자회사를 확장하면서 신규 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최소 ‘영업이익률 10%’를 지키며 외형 성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