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 한국인 최초 美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헌액
입력 2021-08-02 05:55:01
수정 2021-08-02 06:26:10
자필 서명 명판 영구 전시…정의선 현대차 회장 “아버지는 평생 자동차를 사랑한 분”
[컴퍼니]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세계 자동차 산업의 최고 권위로 꼽히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한국인 최초로 헌액됐다.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디트로이트에서 6월 22일 ‘2020·2021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열고 정몽구 명예회장을 헌액했다. 정 명예회장의 자필 서명이 음각된 대리석 명판도 디트로이트 자동차 명예의 전당 기념관에 영구 전시된다.
1939년 설립된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세계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성과와 업적을 토대로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발전에 중대한 역할과 기여를 한 인물을 엄선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한다.
역대 수상자는 △1967년 포드 창립자 헨리 포드 △1969년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1984년 벤츠 창립자 칼 벤츠 △1989년 혼다 창립자 혼다 소이치로 △2018년 도요타 창립자 도요타 기이치로 등이 있다.
정 명예회장은 2001년 ‘자동차 산업 공헌상’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면서 그동안 쌓아 온 공든 탑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크게 인정받았다.
헌액식에는 정 명예회장을 대신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수상자로 참석했다. 정의선 회장과 정 회장의 부인인 정지선 씨를 비롯해 정성이 이노션 고문, 선두훈 영훈의료재단 이사장,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부회장, 정명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브랜드 부문 사장,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 등 가족들도 함께했다.
정의선 회장, 헌액 연설에서 부친 업적·철학 소개
정 회장은 “정 명예회장은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을 영광스러워했으며 현대차그룹의 성장과 함께 전 세계 직원과 딜러뿐만 아니라 현대차와 기아를 신뢰해 준 고객이 있었기에 이러한 업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고 정 명예회장의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아버지는 현대차그룹을 존재감이 없던 자동차 회사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며 “탁월한 품질과 성능을 향한 그의 열정은 현대차그룹 제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토대가 됐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또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현재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최고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지금의 기세를 멈추지 않는 동시에 기존의 틀을 과감히 탈피하고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사명을 실현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정몽구 명예회장, 세계 거점에서 현장 경영 앞장
헌액식에서는 정 명예회장의 인터뷰와 경영 활동, 업적을 조명한 헌정 영상도 상영됐다.
이형근 현대차 정몽구재단 부이사장(기아 전 부회장)은 영상에서 “정 명예회장 집무실에 있는 커다란 세계지도에는 곳곳마다 현대차와 기아를 나타내는 스티커들이 부착돼 있다”며 “그는 회의 때마다 지도를 가리키며 질문들을 쏟아내곤 했다. 전 세계에 있는 거점들을 자주 방문했고 언제나 직원들을 따뜻하게 살폈다”고 회상했다.
정 명예회장은 기아 인수를 주도해 인수 첫해 흑자로 전환시켰다. 또 현대차·기아를 세계 5위권 자동차 회사로 성장시켰다. 품질 경영이란 철학을 바탕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나 균일하게 고품질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표준 공장 건설 시스템도 확립했다.
미국 시장에서 실시한 ‘10년 10만 마일’ 보증 카드는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강자로 성장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동시에 생산과 연구·개발(R&D)의 글로벌화를 추진해 안정적인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수많은 자동차 산업의 위기에도 현대차그룹이 생존하고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정 명예회장은 미래에 대한 직관이 뛰어난 대담한 리더”라며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와 완벽한 품질을 향한 끊임없는 열정, R&D에 대한 전폭적 지원으로 현대차그룹을 존경받는 자동차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존 크래프칙 전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정 명예회장은 모든 임직원이 최고 품질의 자동차 기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자신감을 갖고 업무를 추진하도록 만들었다”며 “그는 제품에 집중했고 모든 차량이 뛰어난 품질과 안전성을 갖출 수 있도록 큰 관심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수소 사업도 정 명예회장의 혜안이 돋보인 결정이다. 그는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을 중요하게 인식해 다른 기업이 기술력 등의 어려움으로 포기하는 순간에도 수소 전기차 개발을 독려해 세계 최초로 수소 전기차 양산을 성공시켰다.
정 명예회장은 혁신 리더십과 경영 철학은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 이전부터 인정받아 왔다. △2004년 ‘비즈니스 위크’ 최고 경영자상 △2005년 ‘오토모티브뉴스’ 자동차 부문 아시아 최고 CEO △2009년 미국 ‘코리아 소사이어티’ 밴 플리트상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세계 100대 최고 경영자상 등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올해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2021년 통합 행사로 열렸다. 정 명예회장을 비롯해 2020년 선정된 토마스 갤러허 제뉴인 파츠 전 회장, 헬렌 로더 아퀘트 전 GM 자동차 디자이너 등이 함께 헌액됐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