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마트 송파구서 시범 서비스…익일 배송·새벽 배송 넘어 ‘분 단위’ 배송 경쟁 본격화
[비즈니스 포커스]결론부터 얘기하면 정확하게 ‘10분’이 소요됐다. ‘쿠팡이츠 마트’를 통해 필요한 상품을 주문한 뒤 전달받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쿠팡은 현재 서울 송파구 일부 지역에 한해 주문한 상품을 15분 안에 집 앞에 배달해 주는 쿠팡이츠 마트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8월 2일 이런 서비스가 실제로 가능한지 확인해 보기 위해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 직접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
우선 쿠팡이츠 애플리케이션(앱)을 열고 배달 받을 주소지를 송파구 아파트 단지로 설정하니 기존에는 앱 내부에 보이지 않던 ‘마트’ 카테고리가 생성됐다. 이를 클릭하자 원하는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화면이 변경됐다.
초콜릿과 음료수 등 총 다섯 가지를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했는데 가격은 편의점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별도로 배달료 2000원이 추가됐다.
상품을 주문하고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41분이었다. 휴대전화 창에는 약 14분 후인 12시 5분에 배달이 완료될 예정이라는 안내 메시지가 떴다. 하지만 실제 소요된 시간은 이보다 짧았다. 시곗바늘이 11시 51분을 가리키자마자 쿠팡이츠 로고가 박힌 오토바이가 도착했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정말 10분 만에 받아볼 수 있었다. 집 앞 가까운 편의점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퀵커머스’가 유통업계를 관통하는 새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퀵커머스는 빠른 배송을 의미하는 ‘퀵(quick)’과 상거래를 뜻하는 ‘커머스(commerce)’를 합친 단어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1시간 이내에 원하는 곳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쿠팡을 비롯해 수많은 기업들이 최근 이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사업 진출을 결정하면서 시장경쟁이 뜨거워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뜨겁게 달아오르는 퀵커머스 시장퀵커머스는 그동안 우아한형제들이 사실상 선점해 독주 중인 시장이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통해 2019년 11월 생필품을 주문할 수 있는 ‘B마트’를 운영한 것이 그 시초다.
배민은 도심에 콜드체인(냉장·냉동 운반 및 보관) 시스템을 탑재한 소규모 물류센터(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를 구축하고 가장 먼저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근 지역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라이더를 그곳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배달 시간은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정도 걸린다.
처음부터 사업이 잘된 것은 아니었다. 서비스 시작 후 한동안 큰 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그대로 묻히는가 싶었다. 하지만 이내 상황이 반전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어 닥친 것이 결정적이었다.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B마트 이용자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그리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B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서비스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B마트의 도심형 물류센터 수는 30곳을 돌파한 상태다. 또 현재 서울을 넘어 수도권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다.
이런 B마트의 선전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최근 들어 수많은 기업들이 퀵커머스 시장에 참전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조용했던 시장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먼저 쿠팡은 7월부터 쿠팡이츠 마트 서비스를 신설하며 퀵커머스 시범 서비스에 돌입하며 배민을 긴장시켰다.
현재 쿠팡은 서울 송파구 석촌역 인근에 MFC를 구축했다. 그리고 15분 내 상품을 집 앞에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진행하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쿠팡답게 배민 B마트와 비교할 때 훨씬 빠른 속도를 무기로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속도의 차이를 가른 것은 배송 방식이다. 쿠팡이츠 마트는 주문이 들어오면 인근을 돌던 배달원을 물류센터에 배치하는 B마트와 달리 물류센터 내에 20여 명의 라이더들을 상주시키고 있다.유통 공룡들도 점포 활용해 서비스 준비 이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빠르게 상품을 봉투에 담아 배송을 시작한다. 이를 통해 획기적으로 배송 시간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쿠팡이츠 마트의 정식 서비스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쿠팡의 사업 스타일을 감안할 때 향후 빠르게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도심형 물류센터를 구축해 나가며 퀵커머스 확장에 열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대기업들도 잇달아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것을 선언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현대백화점과 GS리테일이 대표 주자다.
현대백화점은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전기트럭, 이른바 ‘이동형 MFC’를 활용해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30분 내에 배송해 주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7월 시범 운영했다.
4대의 이동형 MFC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주변을 순회하다가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재고를 가진 배송지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동형 MFC가 배송을 진행하는 구조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10월까지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뒤 다른 점포들에도 퀵커머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GS홈쇼핑과 통합을 완료한 GS리테일도 퀵커머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최근 편의점·슈퍼마켓 배달 주문 전용 앱 ‘우딜-주문하기’를 론칭했다. 앱에서 편의점 상품을 주문하면 1시간 내에 물건을 가져다준다.
앞으로 전국에서 운영 중인 1만50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 플랫폼으로 활용하며 퀵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퀵커머스를 염두에 두고 자사의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삼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마트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운영하는 자회사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온라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퀵커머스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인근 지역에 1시간 내 상품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이미 선보이기도 했다.
스타트업 중에서는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와 신선식품 새벽 배송 업체 오아시스마켓이 손잡고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든다. 이들은 최근 합작 법인 ‘주식회사 브이’를 설립했다. 올해 안해 관련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계속 증가하면서 결국 빠른 배송 속도가 유통 기업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며 최근 많은 기업들이 퀵커머스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분석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