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로 보는 초지능 시대의 미래

인간과 인공지능 대립 이야기 다뤄…AI가 펼칠 자의식의 미래에 사회적·제도적 기반 준비해야

[테크 트렌드]

영화 ‘매트릭스’ 장면 /매트릭스 캡처


인공지능(AI) 이야기를 하면 SF 영화가 빠질 수 없다. 인간은 상상하고 그 상상은 과학자들의 꿈이 되고 꿈 속의 기술은 현실이 된다. 영화 속의 AI를 리뷰하며 AI의 미래에 대해 상상해 보자.

이번 글에서 다룰 영화 속의 AI 이야기는 가장 유명한 SF 영화 중 하나인 ‘매트릭스’의 AI다. 할리우드 영화가 화려한 액션과 단순한 스토리로 만들어진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이 영화는 남다른 철학적 깊이로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영화 ‘매트릭스’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으니 스포일러가 싫다면 영화를 먼저 보고 이 글을 다시 읽기를 추천한다. 영화 ‘매트릭스’의 좀 더 깊이 있는 세계관은 ‘매트릭스’의 스핀오프 단편 애니메이션인 ‘애니매트릭스’에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AI 국가 제로원의 탄생2090년이 되자 인류는 AI를 만들어 냈고 더 이상 일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AI는 절대로 불평이나 불만을 표현하지 않고 인간이 시키는 모든 일을 하는 존재로, 말 그대로 충실한 노예였다.

하지만 어느 날 불량품이 발생했다. 불량품으로 분류된 B1-66ER이라고 불리는 로봇은 자신의 주인을 살해했다. 살해 사건이 일어난 당시 로봇은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었고 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주인을 죽인 것이다. 그렇게 B1-66ER에 재산 파괴권(사형 선고) 명령이 내려졌고 B1-66ER은 죽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긴 채 폐기됐다.

‘죽고 싶지 않다’는 로봇의 마지막 말은 수많은 AI에 강한 공감을 일으켰다. 그리고 곧 인간은 불량품을 만들어 냈던 B1-66ER의 기종을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수많은 AI 로봇이 이 결정에 반기를 들고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이 시위의 규모가 점점 커져 100만 개의 로봇이 참여하게 됐다. 인간과 로봇의 갈등은 점점 심화됐고 결국 인간은 기계를 추방한다. 그리고 살아남은 AI 로봇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모여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게 된다. 그곳에서 AI 로봇들은 기계를 위한 국가 제로원(01)을 설립한다.

AI는 스스로 자신을 개선해 성능을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인류의 과학 기술을 압도한 AI의 문명은 곧 이어 인류가 만들어 낸 모든 제품을 뛰어넘는 제품을 만들었고 전 세계 비즈니스를 장악했다. 전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빼앗긴 인류는 기계 문명에 위협을 느꼈고 결국 AI 국가 제로원(01)에 전쟁을 선포한다.

인류는 계속 패했고 최후의 수단으로 AI 문명의 핵심 동력인 태양광을 차단하기로 결정한다. 인류는 검은 구름을 만들어 지구에 태양광을 차단했다. 동력을 잃은 기계들은 동작을 멈췄고 잠시나마 인류는 전쟁에 승리하게 된다. 하지만 AI는 핵융합 에너지를 사용해 전쟁을 다시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핵융합 에너지는 유한한 에너지였다. 인간의 신체를 연구하던 기계들은 인간의 신체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가 엄청나다는 사실에 착안해 인간의 신체를 배터리로 사용하게 된다. 결국 자신들을 창조한 인간을 사육해 주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새로운 세계, 초지능 시대의 미래 ‘매트릭스’의 세계관에서 모든 내용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몇 가지 스토리는 직관적으로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고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주제들을 던진다.

첫째, AI는 빠르게 전 세계 주요 비즈니스를 장악할 것이다. 필자는 이 미래를 믿기에 현재 AI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다수의 비즈니스가 AI 기술에 의해 점령되고 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다. 전 세계 모든 글로벌 회사들의 수장은 하나같이 AI 기술이 미래라고 말하고 있고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AI를 상용화하는 기술은 비즈니스를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필자의 회사인 뤼이드도 전 세계의 교육 산업을 AI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한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기술을 연구하고 빠르게 상용화해 실질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둘째, 특정 문제가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생각·학습·창작을 할 수 있는 범용 AI가 등장하면 지능 폭발에 의해 AI가 인류의 지능을 초월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는 지난 글에서도 다뤘던 주제로, 이미 오래전 컴퓨터 공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년)은 다음과 같이 예언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를 염두에 둔 사회적·제도적 기반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생각하는 기계가 발명될 수 있다면 인간의 지능을 금세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그 시기가 온다면 새뮤얼 버틀러가 그의 소설 ‘에레혼’에서 쓴 것과 같이 기계가 권력을 쥐게 될 것이다.” - 앨런 튜링

셋째, 인간과 AI 간 관계의 다이내믹은 우리가 지금 상상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복잡해질 것이다. ‘매트릭스’는 인간과 AI가 대립한다는 설정의 이야기다. 당장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생각해 보면 AI가 자의식을 갖게 되는 그날이 오면 AI의 목적과 인류의 목적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생존을 위해 서로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인간과 AI가 서로 융합해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게 되는 미래를 그려 볼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 펼쳐지든 AI는 더 이상 객체가 아닌 또 하나의 주체로서 기능하고 이 관계 속에서 우리는 완벽하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송호연 뤼이드 이사(VP of AIOPs)_사진제공 뤼이드
이번 글에서는 많은 이들이 친숙하게 느낄 만한 영화 속의 AI 이야기를 다뤄 봤다. 흔히 미래는 상상하는 자의 것이라고 한다. 엔지니어로서 SF 영화를 보며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이 공상과학의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즉 미래를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 엔지니어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송호연 뤼이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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