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사회·경제적 활동이 벌어지는 가상 세계…개방성·상호 운용성 등 갖춰야
[비트코인 A to Z]“인공지능(AI)과 로봇에 의해 현실 세계의 일자리가 대부분 사라진 미래에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 어떤 가치 창출 활동을 하며 살아갈까.”
메타버스(metaverse)는 이 난제에 선명한 대안을 제시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가상의 사회에 접속해 원하는 캐릭터로 살아가며 경제 활동이 가능한 세계를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보여준 미래는 이미 먼 훗날의 공상이 아니다.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 등 다양한 가상 세계에 접속해 단순 취미 활동을 넘어 수억원 이상씩 돈을 버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단시간에 주목받으며 본질적인 통찰 없이 지나치게 남용되는 현상도 목격된다. 3차원(D) 아바타를 기반으로 인터랙션이 가능한 서비스는 모두 다 메타버스라며 자본 시장에서 높은 몸값이 불리기도 한다. 대부분의 메타버스형 서비스의 그래픽적 요소는 게임 산업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전혀 혁신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메타버스는 어떤 특성에 집중해야 할까. 어떤 조건을 갖춰야 진정한 인류의 신대륙이 될 수 있을까.
사실 메타버스는 아직까지 명확한 정의나 개념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추상적 용어다.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들이 각자 정의해 왔는데 대체로 언급되는 3가지 중요한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IP는 마이크로버스
메타버스의 개념을 그 어원인 ‘초월적(meta) + 우주(universe)’로 돌아가 충실하게 해석해 보자. 먼저 가상의 우주 공간이 반드시 3D로 만들어질 필요는 없다는 포괄적 전제가 가능하다.
오랫동안 인간의 지각 능력이 3차원으로 단정짓던 우주를 상대성 이론은 4차원, 초끈이론은 11차원으로 정의한 것을 상기하면 가상의 초월 우주가 3차원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즉, 1차원 혹은 2차원의 가상 공간에서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풍부하게 벌어질 수 있다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부터 추억 속의 PC통신이나 싸이월드까지도 메타버스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메타버스를 더욱 엄격한, 협의의 정의로 살펴보자. 이때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를 포함해 메타버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대부분의 지식재산(IP)은 사실 메타버스가 아니라 마이크로버스(microverse)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로블록스는 마치 레고(Lego)처럼 생산성과 접근성의 향상을 위한 수많은 제약과 폐쇄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를 과연 진정한 메타버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메타버스와 마이크로버스를 구분하는 속성은 무신뢰성(trustless), 개방성(openness),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 결합성(composability)이라고 할 수 있다. 이 4개 속성이 겹치지 않으면서 빠짐없이 완벽하게 분류되지 않는데, 무신뢰성은 다른 속성들의 상위 개념이고 결합성은 다른 속성들을 기초로 만들어진 응용적 속성에 가깝다. 또한 메타버스형 애플리케이션은 각각의 속성에 대해 이분법적 잣대로 분류되기보다 스펙트럼상의 특정 지점에 자리한다. 예를 들어 완벽한 무신뢰성을 가지는 메타버스는 존재할 수 없다. 4개의 속성은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할까.
진짜 메타버스 구분법 ‘4’
이러한 4개의 속성은 퍼블릭 블록체인 산업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개념이다. 디파이 등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들이 프로토콜 간 초월적 협력을 통해 시장 규모와 사용자 층을 빠르게 넓혀 가고 있는 비밀도 이러한 속성 덕분이다.
인류가 만들어 낼 초월적 우주, 메타버스의 궁극적인 모습도 이처럼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형성될 것은 자명하다. 당신은 한순간에 운영자에게 우주의 법칙이 조작될 수도 있고 평생 열심히 만든 자산을 다른 우주로 옮길 수도 없는, 그 위험하고 답답한 우주에서 살고 싶은가.
김서준 해시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