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취직 공포, 이젠 전체 세대 문제
정년 연장, 민간‧공공 간 격차 확대
공공 기관 정년, 선택 적용 필요
경제의 가장 중요한 투입 요소 중 하나인 노동 시장을 좀 살펴보자. 노동 시장은 바로 경제 상황에 따라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경제 상황에 따라 시차를 두고 결과가 나타난다. 취업률, 실업률, 취업자 수 증감 등의 형태로 말이다.
노동 시장도 다른 경제 정책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그리고 정책이 균형을 결정하는 곳이다. 24시간이라는 주어진 시간 안에서 가계는 노동을 공급하고 가계 또는 기업은 노동을 수요한다. 그리고 최저임금, 주휴 수당, 법정 노동 시간 등이 정책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 노동 시장의 현황은 상당히 좋지 않다. 경제는 성장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일자리는 그렇게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 60대 이상의 고령층과 20대 청년층에 일자리 사업으로 들어가 취업자 수에 잡힌 것을 제외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경제활동인구와 일시 휴직자 증가 그리고 기저 효과를 제외하면 모든 세대에 걸쳐 취업자 수는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까지 취업이 되지 않았던 일부 세대만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전체 세대로 실직의 공포와 취업의 공포에 질려 있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정년 연장의 문제가 나오고 있다. 인구가 줄고 있고 일할 사람이 없으니 정년을 연장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것이 정작 일하고 있는 사람과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먼저 수요 측면에서 너무 민간 부문과 차이가 많이 난다. 민간 부문에 있는 고용인이나 세금을 내는 사람들로서는 허탈해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나 공공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년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민간에서는 정년보다 5~10년 정도 정년이 짧다. 여기에 정년이 연장되면 민간의 정년은 같기 때문에 실제 정년의 차이는 더 크게 난다.
예를 들어 정보기술(IT) 등의 업종들은 매우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에 한 회사에서 50대 중반을 넘기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생 2모작을 찾고 다모작을 기존 업종이나 새로운 업종에서 찾기도 한다.
물론 정년 연장 때까지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정부나 공공 기관의 정년 연장의 경우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에 한해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공정하게 할 필요가 있다. 20대와 30대는 그 직장을 준비하기 위해 엄청난 준비를 한다. 그리고 최근 실직에 놓여 있는 30~50대는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정부나 공공 기관의 경우에는 바로 정년 연장이 아니라 고용인에게 일할 의사를 묻고 일할 의사가 있다면 어떤 기준을 두고 새로 고용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물론 새로 고용한다고 하더라도 조건 등을 이전과 유사하게 진행하면 된다.
언제나 비리가 가장 많은 곳은 노동 시장이다.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와중에 고용하거나 실직하는 경우에도 그렇다. 지금 같이 엄청나게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 노동 시장을 예전보다 훨씬 유연하게 하는 상황에서 정년을 연장하게 되면 비리 등이 개입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회사를 그만두거나 정년이 끝난 상황에 비리가 알려지면 처벌하기도 어렵다. 반면 준비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피해만 주는 셈이다. 정년 연장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공정, 조금 더 길게는 노동의 공정, 더 길게는 교육의 공정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