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잭팟 야놀자, 확장성 한계 벗어날까[야놀자, 쿠팡 될까 위워크 될까②]
입력 2021-08-19 06:00:33
수정 2021-08-19 06:00:33
플랫폼 확장성, 기술력 입증 등 과제 산적
‘모텔 대실앱’ 인식 개선 시급
숙박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려진 야놀자가 ‘테크 기업’으로 환골탈태를 꿈꾼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블록체인·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로 데이터를 모아 예약, 호텔 운영, 레저 소비 등 여행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가 야놀자를 통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숙소·레저·교통·맛집 등이 탑재된 야놀자 슈퍼앱(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앱)으로 한국 시장의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을 주도하고 야놀자 클라우드로 글로벌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겨냥한다.
여행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Ⅱ로부터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야놀자의 험난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란 의견이 나온다. 플랫폼 확장성, 기술력 입증, 기업 이미지 개선 등 야놀자 앞에 놓인 해결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비전펀드의 참여로 야놀자는 9조원에 가까운 몸값을 인정받았다. 2019년 싱가포르 국부펀드 등에서 2000억원 이상을 투자 받으며 유니콘(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벤처기업) 반열에 오른 지 2년 만에 데카콘(기업 가치 10조원 이상인 벤처기업)으로의 도약을 앞둔 것이다. 하지만 비전펀드도 실패 사례가 적지 않다. 디디추싱처럼 규제 이슈로 상장 후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위워크처럼 상장조차 못한 기업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야놀자처럼 기업 가치가 단기간 급등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엑시트(자금 회수) 구간 확보를 위해선 상장 때 최소 3배 수준의 기업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상장 후 시가 총액이 약 27조~30조원 수준이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단기간에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야놀자가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인터파크 인수전에서 잠재 후보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야놀자는 배달 앱 요기요의 인수도 검토했었다.
기업공개(IPO) 이슈도 있다. 그간 야놀자는 한국 주식 시장 상장을 준비 중이었는데 비전펀드가 투자 논의 과정에서 ‘미 증시 입성’이라는 조항을 걸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투자 금액의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증폭시키기 위해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은 전 세계 주식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시가 총액이 2%도 안 된다. 즉 미국에 상장하는 게 10배 정도 주식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며 “손 회장으로선 본인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나스닥 상장을 제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야놀자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결국 한국이라는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까지 커버리지를 넓혀야 하는데 익스피디아·트립닷컴·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와 견줘 확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야놀자의 매출 대부분은 한국에서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 플랫폼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에서 성공한 후 다른 나라로 확장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가 됐기 때문”이라며 “주가 측면에서도 플랫폼 이용이 확장되면서 이용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의 주목을 끈 클라우드 사업도 글로벌 호텔 자산 관리 시스템(PMS) 1위인 오라클과 내공에선 차이가 난다. IT업계 관계자는 “호텔업계는 글로벌 체인망으로 돼 있는데 오라클과 야놀자는 고객 풀에서 차이가 난다. 오라클 서비스인 오페라는 전통 특급 호텔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구축돼 있고 대학에서도 오페라에 대해 강의를 개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 오라클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이다. 인프라부터 서비스 상품까지 오라클 기술로 구현해 안정적인 반면 야놀자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현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클라우드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해 비용을 절감하는 상품을 내놓는 것은 트렌드다. 야놀자만이 가진 강점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또 기술력에 대한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의 분석 자료와 레퍼런스도 없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여전히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은 ‘모텔 대실앱’에 그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광고와 판매 수수료 수익이 절반을 훨씬 웃돈다. 최근 야놀자가 ‘테크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TV 등 각종 채널을 통해 중독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야놀자는 기술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가 야놀자·기술·클라우드를 연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