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한국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미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7000만 명을 넘은 상황에서 통신 3사는 가입자를 가져오고 뺏기는 양상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통신사들은 ‘탈통신’으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자회사를 통해 음원과 동영상 등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반면 점유율 3위의 LG유플러스의 행보는 다소 차이가 있다. 자회사를 통해 신규 사업 영역에 진출하는 대신 해외 플랫폼과 적극적으로 손잡으며 생태계를 다양화하고 있다. 해외 플랫폼의 한국 상륙에 도움을 주고 자사 고객에겐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전략이다.
스포티파이와 ‘윈-윈 전략’ 구사
LG유플러스는 8월 10일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와 한국 통신사 독점 제휴를 맺고 요금제 연계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LG유플러스 5G·LTE 가입자에게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3~6개월간 무료로 제공한다. 사용하는 요금제의 월정액이 8만5000원(부가세 포함) 이상이면 6개월간, 미만이면 3개월간이다.
LG유플러스와 스포티파이는 공동 마케팅도 펼친다. 스포티파이 서비스를 한국 시장에 확산하고 확보한 빅데이터로 다시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번 제휴로 LG유플러스 고객은 한국 음원을 포함해 세계 178개국에서 제공 중인 7000만 개의 음원, 40억 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로 고도화된 음원 추천 서비스를 받는 동시에 다른 이용자들과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다. 정혜윤 LG유플러스 IMC담당(상무)은 “글로벌 1위 음원 플랫폼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혜택을 만들어 나가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출시된 스포티파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음원 플랫폼이다.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세계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스포티파이의 점유율은 34%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멜론·지니·플로 등 국산 플랫폼에 밀려 2%의 미미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멜론과 지니 등은 SK텔레콤·KT와 제휴, 통신사 가입자들에게 혜택을 주면서 성장했다. SK텔레콤은 멜론을 카카오에 매각했다가 5년 만인 2018년 다시 플로를 내놓으면서 음원 시장에 진출했다. 음원 플랫폼이 이통사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서비스라는 판단에서다. KT는 자회사 지니뮤직을 통해 ‘지니’를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엔 KT가 보유한 지니뮤직 지분을 신설 법인 케이티시즌에 현물 출자하며 콘텐츠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유일하게 음원 플랫폼을 운영하지 않는 LG유플러스로서는 스포티파이를 통해 음원 시장에 간접적으로나마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스포티파이로서도 통신사를 등에 업는다면 한국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이러한 전략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달아오르고 있는 한국의 OTT 플랫폼 시장에서 최대 관심사는 넷플릭스의 대항마 ‘디즈니플러스’의 상륙 시기다. 디즈니플러스는 11월 중순 한국에 들어올 것이라고 최근 공식 발표했다. 밥 차펙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8월 12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오는 10월 내 일본 서비스를 확대하고 11월 중순엔 한국·대만·홍콩 등 8개 시장에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디즈니플러스는 ‘어벤져스’ 등 마블 시리즈와 ‘겨울왕국’, ‘엑스맨’ 등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영화는 물론 픽사애니메이션·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넷플릭스에 이어 둘째로 많은 1억1600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최근 한국에서 넷플릭스는 물론 웨이브·티빙·시즌 등 국내외 OTT들의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디즈니플러스까지 경쟁자로 합류한다면 OTT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파트너로 유력하게 꼽히는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8월 6일 올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를 논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최창국 LG유플러스 미디어콘텐츠사업그룹장은 “양 사가 긍정적으로 협상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LG유플러스는 디즈니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 효과’ 톡톡히 누린 LG유플러스
해외 플랫폼과 손잡는 LG유플러스의 전략은 다른 통신사와는 상당히 차별화된 형태다. SK텔레콤은 지상파 방송사들과 손잡고 자회사 콘텐츠웨이브를 통해 OTT ‘웨이브’를 운영 중이다. KT는 자체적으로 운영해 왔던 OTT 플랫폼 ‘시즌’을 ‘케이티시즌’으로 분사해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특히 양 사는 디즈니가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격적인 투자를 시사했다. 관건은 ‘독점 콘텐츠’와 ‘자체 콘텐츠’다. SK텔레콤은 2025년까지 1조원을 웨이브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시즌도 2023년까지 콘텐츠 지식재산(IP) 1000여 개를 확보하기 위해 4000억원을 투자한다.
LG유플러스가 외국 OTT 플랫폼과 제휴를 추진하는 것은 디즈니플러스가 처음은 아니다. 2018년 LG유플러스는 한국 통신 3사 중 최초로 넷플릭스와 독점 제휴했는데 이른바 ‘넷플릭스 효과’를 성공적으로 누렸다. 제휴한 이듬해인 2019년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는 거의 매 분기 10만 명 안팎으로 증가했고 올해 1분기 처음으로 5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디즈니와 제휴한다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디즈니플러스와 제휴하게 되면 콘텐츠 결합 상품 기반으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을 높여 갈 수 있고 자회사 LG헬로비전의 기업 가치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LG유플러스는 이전에도 글로벌 플랫폼들과 적극적으로 손잡아 왔다. 2017년 애플 뮤직과 제휴하고 5개월간 애플뮤직을 체험할 수 있는 혜택을 한국 최초로 선보였다. 또 지난 3월에는 한국 최초로 유튜브 프리미엄을 담은 새 요금제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15일 구독 서비스 ‘유튜브 프리미엄’과 5G·LTE 통신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유튜브 프리미엄팩’을 출시했다.
향후 이러한 전략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글로벌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한국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와의 결합을 통해 가입자 수를 늘릴 수도 있다.
비통신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또 다른 플랫폼과 제휴할 가능성도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디지털 혁신 기업’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2025년까지 미디어·인터넷데이터센터(IDC)·신사업 등 비통신 사업 분야의 매출 비율을 현재 20%에서 30% 수준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타 통신사에 비해 속도는 늦었지만 비통신 영역은 계속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한국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미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7000만 명을 넘은 상황에서 통신 3사는 가입자를 가져오고 뺏기는 양상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통신사들은 ‘탈통신’으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자회사를 통해 음원과 동영상 등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반면 점유율 3위의 LG유플러스의 행보는 다소 차이가 있다. 자회사를 통해 신규 사업 영역에 진출하는 대신 해외 플랫폼과 적극적으로 손잡으며 생태계를 다양화하고 있다. 해외 플랫폼의 한국 상륙에 도움을 주고 자사 고객에겐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전략이다.
스포티파이와 ‘윈-윈 전략’ 구사
LG유플러스는 8월 10일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와 한국 통신사 독점 제휴를 맺고 요금제 연계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LG유플러스 5G·LTE 가입자에게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3~6개월간 무료로 제공한다. 사용하는 요금제의 월정액이 8만5000원(부가세 포함) 이상이면 6개월간, 미만이면 3개월간이다.
LG유플러스와 스포티파이는 공동 마케팅도 펼친다. 스포티파이 서비스를 한국 시장에 확산하고 확보한 빅데이터로 다시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번 제휴로 LG유플러스 고객은 한국 음원을 포함해 세계 178개국에서 제공 중인 7000만 개의 음원, 40억 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로 고도화된 음원 추천 서비스를 받는 동시에 다른 이용자들과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다. 정혜윤 LG유플러스 IMC담당(상무)은 “글로벌 1위 음원 플랫폼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혜택을 만들어 나가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출시된 스포티파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음원 플랫폼이다.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세계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스포티파이의 점유율은 34%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멜론·지니·플로 등 국산 플랫폼에 밀려 2%의 미미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멜론과 지니 등은 SK텔레콤·KT와 제휴, 통신사 가입자들에게 혜택을 주면서 성장했다. SK텔레콤은 멜론을 카카오에 매각했다가 5년 만인 2018년 다시 플로를 내놓으면서 음원 시장에 진출했다. 음원 플랫폼이 이통사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서비스라는 판단에서다. KT는 자회사 지니뮤직을 통해 ‘지니’를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엔 KT가 보유한 지니뮤직 지분을 신설 법인 케이티시즌에 현물 출자하며 콘텐츠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유일하게 음원 플랫폼을 운영하지 않는 LG유플러스로서는 스포티파이를 통해 음원 시장에 간접적으로나마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스포티파이로서도 통신사를 등에 업는다면 한국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이러한 전략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달아오르고 있는 한국의 OTT 플랫폼 시장에서 최대 관심사는 넷플릭스의 대항마 ‘디즈니플러스’의 상륙 시기다. 디즈니플러스는 11월 중순 한국에 들어올 것이라고 최근 공식 발표했다. 밥 차펙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8월 12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오는 10월 내 일본 서비스를 확대하고 11월 중순엔 한국·대만·홍콩 등 8개 시장에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디즈니플러스는 ‘어벤져스’ 등 마블 시리즈와 ‘겨울왕국’, ‘엑스맨’ 등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영화는 물론 픽사애니메이션·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넷플릭스에 이어 둘째로 많은 1억1600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최근 한국에서 넷플릭스는 물론 웨이브·티빙·시즌 등 국내외 OTT들의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디즈니플러스까지 경쟁자로 합류한다면 OTT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파트너로 유력하게 꼽히는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8월 6일 올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를 논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최창국 LG유플러스 미디어콘텐츠사업그룹장은 “양 사가 긍정적으로 협상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LG유플러스는 디즈니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 효과’ 톡톡히 누린 LG유플러스
해외 플랫폼과 손잡는 LG유플러스의 전략은 다른 통신사와는 상당히 차별화된 형태다. SK텔레콤은 지상파 방송사들과 손잡고 자회사 콘텐츠웨이브를 통해 OTT ‘웨이브’를 운영 중이다. KT는 자체적으로 운영해 왔던 OTT 플랫폼 ‘시즌’을 ‘케이티시즌’으로 분사해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특히 양 사는 디즈니가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격적인 투자를 시사했다. 관건은 ‘독점 콘텐츠’와 ‘자체 콘텐츠’다. SK텔레콤은 2025년까지 1조원을 웨이브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시즌도 2023년까지 콘텐츠 지식재산(IP) 1000여 개를 확보하기 위해 4000억원을 투자한다.
LG유플러스가 외국 OTT 플랫폼과 제휴를 추진하는 것은 디즈니플러스가 처음은 아니다. 2018년 LG유플러스는 한국 통신 3사 중 최초로 넷플릭스와 독점 제휴했는데 이른바 ‘넷플릭스 효과’를 성공적으로 누렸다. 제휴한 이듬해인 2019년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는 거의 매 분기 10만 명 안팎으로 증가했고 올해 1분기 처음으로 5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디즈니와 제휴한다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디즈니플러스와 제휴하게 되면 콘텐츠 결합 상품 기반으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을 높여 갈 수 있고 자회사 LG헬로비전의 기업 가치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LG유플러스는 이전에도 글로벌 플랫폼들과 적극적으로 손잡아 왔다. 2017년 애플 뮤직과 제휴하고 5개월간 애플뮤직을 체험할 수 있는 혜택을 한국 최초로 선보였다. 또 지난 3월에는 한국 최초로 유튜브 프리미엄을 담은 새 요금제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15일 구독 서비스 ‘유튜브 프리미엄’과 5G·LTE 통신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유튜브 프리미엄팩’을 출시했다.
향후 이러한 전략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글로벌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한국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와의 결합을 통해 가입자 수를 늘릴 수도 있다.
비통신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또 다른 플랫폼과 제휴할 가능성도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디지털 혁신 기업’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2025년까지 미디어·인터넷데이터센터(IDC)·신사업 등 비통신 사업 분야의 매출 비율을 현재 20%에서 30% 수준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타 통신사에 비해 속도는 늦었지만 비통신 영역은 계속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