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도심 자율 주행 상용화에 주목하는 이유

최근 AI 데이에서 슈퍼컴 ‘도조’ 공개
자체 데이터 기반 자율 주행 AI 고도화

[돈 되는 해외 주식]

(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의 테슬라 공장. /UPI 연합뉴스


테슬라 AI 데이가 최근 열렸다. 테슬라가 최근 몇 년간 자율 주행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켜 왔고 향후 자체 슈퍼컴퓨터의 도입으로 그 속도가 얼마나 빨라질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동안 자율 주행 기술의 발전은 시장의 기대보다 훨씬 느렸다. 레벨 3 이상(운전의 책임이 운전자에서 자율 주행 시스템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단계)의 자율 주행 서비스 출시 계획은 상당 부분 지연되고 있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많은 연구·개발(R&D)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업체들은 사업부를 매각하기도 했다.

사실 고속도로 등에서 앞차를 일정한 간격으로 따라가는 크루즈 컨트롤 등의 기능은 이미 상용화돼 있고 기술적 난이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도심에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고속도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이 일어나고 수많은 에지 케이스(흔하지 않은 사례)가 발생한다. 안전과 직결되는 자율 주행은 돌발 상황에 대해 시스템이 사람과 유사할 정도 혹은 그 이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자율 주행은 수많은 에지 케이스와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모든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자율 주행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많은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로 자율 주행 인공지능(AI)을 훈련시켜야 한다. 테슬라는 특히 경쟁사와 달리 미리 만들어진 지도나 라이다·레이다 등 고가의 센서를 사용하지 않고 범용 센서인 카메라만 이용하기 때문에 카메라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AI의 성능이 매우 중요하다.

테슬라의 이번 AI 데이에서 역설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완전한 자율 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그야말로 방대하다는 점이었다. 테슬라는 8대의 카메라에서 이미지 정보를 취합한다. 주행 환경 등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일정 부분 예측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2.0, 4D 라벨링 등을 적용하면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를 얼마나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지가 중요하다. 이에 테슬라는 2D 이미지를 기반으로 3D 벡터 스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는 인공 신경망 아키텍처를 수년 동안 고도화해 왔다. AI에 기반한 주행 계획과 제어 시스템을 도입했고 라벨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자체 라벨링 팀과 오토 라벨링 기법을 발전시켰다.

테슬라는 나아가 100만 대가 넘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데이터로 자율 주행 AI를 훈련시킬 수 있는 슈퍼컴퓨터를 발전시키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6월 세계에서 다섯째로 빠른 AI 훈련용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아예 칩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개발한 슈퍼컴퓨터 도조를 공개했다. 도조는 AI 학습에 최적화한 칩을 처음부터 설계한 것이다. 모듈 구조를 가지고 있어 확장이 용이한 만큼 성능 개선과 원가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지난 7월 소프트웨어 2.0과 4D 라벨링 기술 등을 도입한 FSD(Full Self Driving) 버전 9을 일부 테스터에게 시범 공개했다. 도심 등 복잡한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라는 의미로 도심 자율 주행이라고도 불리는 V9은 이후 2주에 한 번씩 업데이트되고 있는데 발전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예를 들어 최근 출시된 V9.2는 V9.1 대비 좁은 길에서 큰길로 합류할 때 가속 속도가 빨라졌다. 차가 멈춰 있을 때 추월할지, 기다릴지에 대한 판단도 자연스러워졌고 교통 취약자에 대한 인식률도 12% 개선됐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도 2주마다 업데이트 버전이 출시되고 V10이나 V10.1부터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V9 이상의 버전이 상용화하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술 격차는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구독 서비스에 대한 채택률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년 도조가 상용화하면 AI 훈련의 속도와 질이 한 단계 레벨업 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의 영향으로 경쟁사들의 자율 주행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완전한 자율 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의 양이 방대해지면서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고도화한 AI 아키텍처나 슈퍼컴퓨터를 구현하는 일의 기술적 난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데이터 확보에서부터 슈퍼컴퓨터까지 수직 통합돼 있어 경쟁 진영 대비 높은 효율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자율 주행 시장에서 선발 업체와 후발 업체의 격차가 상당 폭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테슬라의 도심 자율 주행 상용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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