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이 대규모 아파트 공급 이끌 유일한 해답[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국내 인구 19% 서울 밀집, 아파트는 15.2% 불과…10여 년간 재건축 막은 결과 아파트 값 폭등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서울에서 2015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용산구 청파동2가 청파1구역. /한국경제신문


정부가 현 부동산 시장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이 공급 부족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서울 등 인기 지역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지난 몇 년간 집값이 크게 올랐다는 전문가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

공급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주택총조사 결과를 근거로 실상을 파악해 보자.

서울시는 한국에서 경기도 다음으로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다. 한국 인구의 18.7%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고 가구의 19.1%가 서울에 거처를 두고 있다. 이는 인구 관점에서 서울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 정도인 것을 의미하며 아파트 수요의 19% 이상이 서울에 몰려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고소득자일수록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서울의 아파트 수요가 다른 지역보다 클 것이라고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아파트는 총 1166만1851채로, 그중 15.2%인 177만 2670채만이 서울에 들어서 있다. 인구 비례에 따르면 한국 전체 아파트의 약 19%가 서울에 있는 것이 정상이어서 서울에 221만5752채가 있어야 하지만 현실에선 44만3082채의 아파트가 부족하다.


과거보다 개선된 서울 주택 보급률은 빌라 영향

서울에 주택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주택 보급률이 100%가 되지 않는 지역은 서울이 유일하다. 2019년 기준 전국의 주택 보급률은 104.8%인 반면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6.0%다.

물론 과거에 비해 조금씩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2010년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4.4%로 9년 동안 16.6%포인트 만큼 개선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점이 문제다. 서울에 주택 공급량이 부족하니까 건설하기에 어려운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빌라 등을 마구잡이로 지었기 때문이다. 전국에 있는 다세대 주택(빌라 포함)의 35.7%, 다가구 주택의 23.6%, 연립 주택의 21.2% 등이 서울에 있다. 15.2%에 불과한 아파트 비율은 물론 인구 비례치인 19%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서울에 주택이 부족하다는 것은 정부나 국민이 모두 공감하는 것이지만 국민은 아파트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정부는 전체 주택 통계만을 인용하고 있어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파트의 연식 문제다. 신축이라고 볼 수 있는 입주 5년 이하 아파트는 전국 아파트 중 9.7%만이 서울에 있다. 인구 비율 19%는 물론 아파트 전체 비율 15.2%보다 낮은 수치다. 아파트 중에서도 신축 아파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서울의 새 아파트는 ‘무조건 오르는 안전 자산’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시장에 퍼졌다. 입주 5~10년 차인 준신축 아파트도 서울의 비율이 13.3%에 불과해 전국 평균 대비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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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10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 중 16.8%가 서울에 있다. 이는 인구 비례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체 아파트 비율 15.2%보다 높은 수치다.

더 놀라운 것은 범위를 1989년 이전에 입주한 아파트로 국한하면, 다시 말해 30년이 넘어 재건축 사업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는 한국 전체의 30.3%가 서울에 몰려 있다.

결론적으로 서울에 주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아파트가 부족한 것이고 낡은 아파트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새 아파트가 극도로 부족한 것이다.

낡은 아파트 많고 새 아파트 적은 서울

이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2013~2017년의 잘못된 서울 주택 정책에 1차적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2008~2012년의 서울 주택 정책에도 책임의 일부가 분명히 있다. 여러 이유로 재건축을 허가하지 않아 서울은 ‘낡은 아파트가 비정상적으로 많고 새 아파트는 극도로 적은 이상한 도시’가 되고 만 것이다.

14만6000가구를 재건축했다면 지금의 서울은 다른 도시 정도의 수준이 됐을 것이다. 2010년 이전의 낡은 아파트는 15.1%로 비율이 낮아지고 그 대신 신축 아파트가 17.1%로 높아져 다른 도시들과 균형을 맞췄을 것이다.

왜 과거에는 재건축 허가를 하지 않았을까. 과거 서울시정을 맡았던 이들이 나태해서일까. 그것은 아니다.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면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고 집값이 오를까 겁이 나 아무도 행동을 취하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과거의 잘못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현 정부의 고위 공직자는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한 재건축 허가는 없다고 말했다. 과거의 논리에서 한 걸음도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이 같은 논리로 재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것이 현재 서울의 새 아파트 값 폭등 사태로 나타난 것과 같이 향후 몇년간 서울 지역의 새 아파트 품귀 현상이 가져올 후폭풍은 지대할 것이다.

빈 땅에다 집을 지으면 되는 다른 도시와 집을 지을 땅 자체가 부족한 서울은 사정이 크게 다른 만큼 해법도 달라야 한다. 재건축이나 재개발만이 대규모 아파트 공급을 이끌어 낼 유일한 해법이다.

서울에 낡은 아파트의 비율이 다른 도시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증거다. 서울의 다세대 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의 비율이 다른 도시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재개발 사업이 미진했다는 또 다른 증거이기도 하다.

재건축 사업이나 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면 대상 집값이 오르며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두려워해 일을 하나도 하지 않으면 욕은 적게 먹을 수 있지만 역사는 무능한 공직자로 기록할 것이다. 예방 주사가 따끔거린다고 겁을 내 계속 미적거리면 더 큰 병을 예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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