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 출범 4개월, 구본준호는 순항 중

국내 팹리스·인테리어 자재 시장 선도…못다 이룬 ‘반도체의 꿈’ 이룰지 주목

[비즈니스 포커스]


“1등 DNA를 가져 달라.”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의 당부가 성적으로 돌아왔다. 출범 4개월, 지난 5월 3일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LX그룹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번 2분기 성적이 피크가 아닐 것이란 기대감마저 나오고 있다. LX는 출범 전부터 성장 잠재력을 갖춘 회사들을 주력 기업으로 육성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분할 이후 더 잘나가는 LX그룹의 3형제(LX인터내셔널·LX하우시스·LX세미콘)를 살펴본다.

LX 3형제, 분할 후 훨훨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은 지난 5월 탄생했다.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LX홀딩스가 공식 출범하면서 구본준 전 LG그룹 고문이 LX홀딩스의 신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구 회장은 고 구자경 LG 2대 회장의 3남으로 구광모 LG 회장의 숙부다.

구 회장은 5월 3일 창립 이사회에서 “LX홀딩스에 속한 자회사는 1등 DNA와 세계를 무대로 한 개척 정신을 가진 기업”이라며 “1등 DNA를 LX 전체에 뿌리내리고 가장 소중한 자산인 사람을 통해 구성원 모두의 자랑이 되는 좋은 기업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LX홀딩스는 6월 30일 기준 LX인터내셔널·LX하우시스·LX MMA·LX세미콘 등 총 4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LG상사·LG하우시스·LG MMA·실리콘웍스로 불리던 기업들이다. 이들은 지난 7월 1일 이름을 바꾸고 LX의 완전한 일원으로 자리했다.

LX인터내셔널
“석탄 우려 지우고 ESG 기업 변신”

대표적인 자회사인 LX인터내셔널은 과거 럭키금성상사에서 LG상사로 바뀐 지 26년 만에 이름을 바꿔 달았다.

사명 변경 후 처음 받은 성적표는 ‘A+’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LX인터내셔널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 2분기 매출액 3조95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25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15.2% 늘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각각 7.3%, 11.0% 증가했다.

매출을 견인한 것은 원자재 시황 상승과 물동량 증가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에너지·팜, 생활자원·솔루션, 물류 등 전 사업 부문의 실적이 고루 개선됐다”면서 “자원 시황 상승과 생산량 증가, 정보기술(IT) 트레이딩 물량 증가, 해운·철도 중심의 물류 외부 사업 호조 등이 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향후 실적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특히 발전용 유연탄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에너지·팜 개선이 하반기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며 “물류도 물동량 성수기 3분기에 마진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관건은 신사업 투자와 인수·합병(M&A)이다. LX인터내셔널은 LX의 주요 자회사로 분리된 이후 석탄 사업의 비율을 낮추고 친환경 산업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생활자원·솔루션 등 경쟁력 있는 기존 자산은 가치와 수익을 극대화하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친환경적으로 혁신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니켈 등 2차전지 핵심 광물 개발, 신재생에너지, 탄소 배출권, 자원 순환, 헬스케어, 디지털 콘텐츠 등 미래 유망한 분야에 도전해 지속 가능한 독자 운영 사업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석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이 존재하지만 엄청난 가격 상승 사이클에서 벌어들이는 현금들은 향후 친환경 사업의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향후 자원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2차전지 소재 등에서 영향력을 키워 간다면 현재 우려와 저평가는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LX하우시스 ‘지인인테리어’ 매장. /LX하우시스 제공

LX하우시스
“4.2조 주방·욕실 시장 1인자 목표”

LX의 종합 인테리어 기업인 LX하우시스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분기 매출이 1조원에 육박했다. LX하우시스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9007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2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1억원으로 127.9% 늘었다.

고단열 창호, 기능성 시트 바닥재, 엔지니어드 스톤 등 프리미엄 건축 자재의 판매가 대폭 증대된 데다 자동차 소재 부품과 산업용 필름의 판매가 소폭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3분기에도 호실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마 등 비수기에 진입하지만 3기 신도시 개발과 개건축·재개발 가속화로 착공 물량이 증가하고 리모델링 수요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LX하우시스의 향후 신성장 동력은 연간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주방·욕실 인테리어 시장이다. ‘LX Z:IN(LX지인) 인테리어 키친·바스’ 신제품을 출시하고 주방·욕실 인테리어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LX하우시스 관계자는 “3분기에는 키친·바스 신제품의 본격 판매와 LX지인 인테리어의 B2C 유통 채널 확대를 통해 토털 인테리어 사업을 가속화한다”며 “PF 단열재 등 고부가 건축 자재 공급 확대 등을 지속 추진해 수익성 확보를 기반으로 한 성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LX세미콘
“못다 이룬 LG의 꿈, 구본준의 꿈”

LX세미콘은 아날로그 반도체 팹리스(설계) 업체다. 주력 상품은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이고 가전·TV·스마트폰 분야 등 디스플레이 제품에 쓰인다. 한국 1위 규모를 자랑하며 전체 매출액의 98.5%를 수출하고 있다.

LX세미콘의 2분기 실적 역시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넘어서며 LX그룹의 순항을 견인했다. 이 회사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각각 105%, 924% 증가한 4493억원, 955억원을 기록했다. 대형 DDI 가격 상승이 원가 상승률을 웃돌아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LX세미콘이 LX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로 핵심 축을 이루기도 하지만 구 회장의 숙원 사업으로도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구 회장은 1985년 금성반도체 부장을 시작으로 LG반도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대표이사 재직 당시 1997년 외환 위기를 겪었는데 이때 5대 그룹 ‘빅딜 정책’ 과정에서 LG반도체를 현대그룹에 넘겨야만 했다. 그때 구 회장은 회사 매각을 거부했지만 정부의 압박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에 넘겼던 회사는 현재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의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SK하이닉스가 됐다. 구 회장에게는 뼈아픈 과거다.

하지만 기회는 다시 왔다. 구 회장이 LX세미콘을 품에 안으면서 과거 못다 이룬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하는 것은 물론 지속 성장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 디스플레이 분야 외에 자동차·가전 등 신규 분야로의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엔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집무실을 마련해 현안을 직접 챙기고 나섰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시스템 반도체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증권가의 기대도 크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와 이차전지용 반도체 시장으로의 저변 확대도 예상되고 있어 LX세미콘의 중·장기 성장 스토리는 더없이 탄탄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스) LX그룹 이끄는 구본준은 누구?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은 고(故) 구자경 LG 2대 회장의 3남으로, 1985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해 LG반도체·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LG상사·LG전자 등에서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성장시켰다.

LX홀딩스의 계열 분리는 LG가의 전통에 따라 이뤄졌다. 구인회 LG 창업 회장 때부터 그룹 경영권은 장남이 잇고 동생들은 일부 회사를 분리해 독립해 나가는 전통이다.

구 회장은 형인 구본무 LG 회장이 2018년 별세하고 조카인 구광모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르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3년여 만에 LX홀딩스로 새롭게 시작하게 됐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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