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중국 매출에 힘 받는 F&F…MLB·디스커버리 의존도 낮출까

코로나19 장기화에도 외형·수익성 동시 상승
테일러메이드 인수전도 참여, 재무 부담 해소는 해결 과제

[마켓 인사이트]

F&F의 대표 브랜드 'MLB' 출처: MLB


패션 기업 F&F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도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F&F가 운영하는 대표 브랜드인 MLB에 대한 중국 내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덕분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3대 골프 용품 기업인 테일러메이드 인수전에도 참여하면서 사업 다각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단,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바탕으로 사업 보폭을 넓히며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있지만 일각에선 신사업 추진에 따른 가파른 재무 부담 상승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영업 실적 굳건

F&F는 올해 하반기 들어 채권 시장과 주식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이다. 의류에 국한된 사업 포트폴리오만 보면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 매력적인 기업은 결코 아니다.

채권·주식 시장에서 대부분의 패션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며 대외 활동이 줄어들자 의류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든 때문이다. 영업 실적이 악화되고 재무 안정성이 저하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신용 등급이 강등된 패션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반면 시장 참여자들은 F&F가 이러한 대외 환경 악화에도 오히려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부각시켰다고 판단한다. 불안정한 금융 시장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꾸준히 외형을 늘리고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F&F는 지난 5월 구 F&F(현 F&F홀딩스)에서 인적 분할돼 설립됐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를 운영하는 듀베티카 해외 법인과 경기 이천 물류센터를 거점으로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F&F로지스틱스 등이 F&F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존속법인 F&F홀딩스는 자회사 관리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신규 브랜드 투자를 맡고 있다. F&F 지분에 대한 공개 매수를 통해 올해 8월 기준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해 지주사로 전환했다.

F&F는 MLB와 스트레치 엔젤스 등의 캐주얼 브랜드와 MLB키즈 등 아동복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등 아웃도어 브랜드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라이선스 브랜드인 MLB와 디스커버리는 2018~2020년 평균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F&F의 실적을 탄탄히 뒷받침해 주고 있다. MLB키즈 역시 MLB 브랜드의 인지도를 토대로 연간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MLB와 디스커버리는 노세일(no sale) 정책과 중고가로 책정된 가격 수준 덕분에 다른 패션 기업에 비해 안정적인 판매 마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상설점을 통해 이월 재고를 효과적으로 소진해 판매 효율성도 우수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백화점·면세점·가두점 등으로 매출 비율이 분산돼 유통 효율성도 다른 패션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F&F의 영업이익률은 17~18%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5월 분할 이후 20%대로 올라섰다.

F&F의 주가는 올해 6~8월 동안에만 60% 정도 뛰었다. 채권 시장에서도 F&F의 회사채 발행 계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F&F는 회사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최근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만큼 자금 조달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장기 신용도 전망 상향에는 ‘설왕설래’

시장 참여자들은 F&F의 회사채를 비롯한 장기 신용 등급 수준에 관심을 두고 있다. F&F는 2000년대 초반 이후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초반 ‘BBB’ 신용 등급 이후 공식적으로 신용 등급을 평가받지 못했다.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이제는 F&F의 신용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보고 있다.

다만 회사채 신용 등급 수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신용 평가사들은 F&F의 외형 성장세와 우수한 수익성 유지 전망에 대해선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다. 하지만 F&F의 재무 부담 확대 추이에 대해선 우려 수준이 조금씩 다르다.

각 신용 평가사가 부여한 F&F의 기업 어음 신용 등급으로 차이를 알 수 있다. 올해 8월 F&F는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 기업 어음 신용 등급 평가를 의뢰했다. 회사채는 장기 신용 등급, 기업 어음은 단기 신용 등급을 부여 받지만 단기 신용 등급을 토대로 장기 신용 등급에 대한 추정이 가능하다.

한국신용평가는 F&F의 기업 어음 신용 등급에 ‘A2-’, 한국기업평가는 ‘A2’를 부여했다. 한 단계 차이가 벌어진 셈이다. 이를 보면 F&F가 회사채를 발행한다면 ‘A-’에서 ‘A’ 수준으로 신용 등급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단기 신용 등급에 비해 중·장기적인 사업·재무 전망을 비중 있게 평가하는 장기 신용 등급이 단기 신용 등급보다 높게 부여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시각도 있다.

증권사들은 F&F의 목표 주가를 앞다퉈 높여 잡고 기관투자가들은 투자 대상으로 구 F&F의 회사채 발행을 꼽고 있지만 F&F의 사업·재무 전망이 마냥 긍정적인 건만은 아니다.

일단 사업 포트폴리오가 캐주얼·아웃도어·아동복에 집중돼 있다. 남성복과 여성복 등을 두루 갖춘 대형 패션 기업에 비해 사업 구조가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또 MLB와 디스커버리 매출 비율(분할 설립 전 구 F&F의 지난해 기준)이 99%에 달해 브랜드 다각화 수준도 제한적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는 매출 비율이 높은 데도 동절기 기온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있다. 2018년에는 비교적 겨울 날씨가 따뜻해 디스커버리 매출이 줄어 판매 관리비 부담이 커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크게 낮아졌다.

소수 브랜드에 매출이 편중돼 있어 앞으로 패션 트렌드 변화나 라이선스 계약의 연장 여부에 따라 F&F의 실적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

또한 사업 다각화를 위해 결정한 테일러메이드 인수 참여도 F&F의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있다. 사실상 올해 5월에 새로 설립된 F&F는 구 F&F의 차입금을 대부분 승계했지만 실질적으로 무차입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 7월 글로벌 골프 용품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차입 부담이 상승했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내수 경기와 주력 브랜드의 시장 지위 변동과 함께 테일러메이드 지분 추가 인수 여부 등에 따라 신용도가 결정될 것”이라며 “최대 매출 브랜드인 MLB는 면세점·수출 비율이 60% 이상이라 중국의 패션 시장 분위기와 정치·외교적 상황에 영향을 받게 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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