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기획부터 출시까지 진두지휘…올해 글로벌 판매량 20만 대 돌파 기대
[비즈니스 포커스]제네시스는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다. 2015년 EQ900을 시작으로 매년 1대꼴로 신차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제네시스의 시작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는 기획부터 출시까지 직접 진두지휘하며 제네시스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
그는 2015년 첫 모델인 세단 G90(국내명 EQ 900)을 공개하며 “글로벌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내실을 쌓아 입지를 견고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브랜드 출범 후 6년, 한국 고급차 판매량 1위
제네시스는 ‘역동적 우아함’을 내세운 디자인과 끊임없는 기술 혁신으로 지난해 한국의 고급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제네시스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9만6096대로 수입차 시장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6만733대)를 추월했다. 프리미엄 세단과 함께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해 2019년 대비 2배 정도 늘어난 판매량이다.
한국 1위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역사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그룹이 고급차 출시를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면서부터다. 전사적으로 설계와 파워트레인, 디자인 등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2008년 1세대, 2013년 2세대 제네시스를 출시하며 고급차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시험했다.
해당 차량의 판매가 성과를 달성하자 2015년 11월 제네시스를 독립 브랜드로 분리했다. 벤츠·BMW·아우디·렉서스 등 수많은 브랜드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이 과정에서 아우디-폭스바겐 출신의 피터 슈라리어 디자인 총괄 사장과 BMW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 등을 영입했다. 이들의 영입에 정의선 회장이 ‘삼고초려’했다는 후문이다.
출범 첫해인 2015년 530대 판매를 시작으로 올해 5월 기준 글로벌 누적 판매 50만 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첫 SUV 차량인 G80의 판매 호조 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소비 침체가 나타났지만 GV80의 출시로 제네시스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 늘어난 12만8365대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연간 판매 10만 대를 돌파했다.
‘車 격전지’ 미국에서 쌩쌩 달리는 제네시스
미국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다. 이곳에서 제네시스는 쌩쌩 달리며 조금씩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SUV가 강세인 현지 시장에서 GV80 등을 앞세워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 7월 미국에서 총 5180대가 팔렸다. 지난해 동월 대비 312% 늘어난 판매량이다. 제네시스가 미국에 진출한 후 거둔 월간 최대 수치다. 올해 1~7월에는 2만4478대가 판매돼 지난해 동기 대비 178.3% 증가했다.
GV80 외에도 지난 5월부터 판매가 시작된 ‘GV70’도 △6월 576대 △7월 1568대 등이 판매됐다. 미국 7월 판매량의 3분의 1이 GV70인 셈이다.
제네시스를 두고 글로벌 자동차 전문 기관의 호평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제이디파워가 발표한 ‘신차 품질 조사’에서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 2위를 차지했다.
2017~2020년에는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아깝게 한 단계 내려앉았다. 하지만 5년 연속 프리미엄 브랜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차량 품질과 현지에서의 인기를 입증했다.
1987년부터 시작된 제이디파워 신차 품질 조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품질 조사다. 소비자가 차량 구매 후 3개월간 경험한 품질 불만 사례를 집계해 100대당 불만 건수를 점수로 나타낸다.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올해 조사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14개, 일반 브랜드 18개 등 32개 브랜드, 224개 차종 중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제네시스는 148점을 기록해 도요타 렉서스(144점)에 근소한 차이로 1위를 내줬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올해 제이디파워 조사에서 아깝게 1위를 내줬지만 향후 제네시스 브랜드의 판매와 이미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차급별 평가에서 G80가 ‘어퍼 미드 프리미엄’ 차급에서 최우수 품질상을 받는 등 미국 소비자의 선호도와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에 10만 대 판매, 역대 최대 ‘20만 대’ 넘본다
제네시스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10만 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판매량과 맞먹는 규모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역대 최대인 20만 대 판매가 기대된다.
제네시스는 미국·캐나다·러시아·호주·중동에 이어 최근에는 거대 시장인 중국과 자동차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유럽 시장에도 진출했다. 중국·유럽 시장에서 판매에 탄력이 붙으면 해외 실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제네시스는 8월 29일부터 9월 7일까지 열린 중국 청두모터쇼에 참가해 지난 4월 현지 출시 당시 선보였던 G80과 GV80에 더해 G70도 처음 공개했다. 제네시스는 G70를 럭셔리 스포츠 세단으로 소개하면서 10개 에어백 등의 안전 품목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의 편의 품목을 널리 알렸다.
제네시스는 G80·GV80에 더해 G70 등 3개 차종을 주력으로 중국 판매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지화 전략을 통해 직접 판매를 기반으로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며 온·오프라인 판매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한다.
유럽에서는 G80 전동화 모델을 필두로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커지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제네시스는 전동화 모델을 기반으로 현지에서 중·장기 성장의 초석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유럽 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49만2021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22.1% 늘었다.
단, 진출 초기인 만큼 당장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권 수준의 판매량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진출과 함께 차량 라인업도 확대 중이다. 제네시스의 라인업은 프리미엄 세단 G시리즈(G70·G80·G90)와 럭셔리 SUV GV 시리즈(GV60·GV70·GV80) 등 6종이다. 매년 1대꼴로 신차를 출시한 셈이다. G65·G75·G85·G95 등도 상표로 출원했다. 향후에도 ‘매년 1대꼴’이란 공식을 지킬 것으로 확실시된다.
연식 변경 등 신형 모델은 물론 전기차도 출시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특히 최근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기반의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 GV60를 출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GV60는 럭셔리 콤팩트 전기차 시장에 새 바람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친환경차 수요가 큰 지역을 대상으로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정식 출시 일정을 추석 전후로 보고 있다.
제네시스는 “첫 전용 전기차인 GV60는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럭셔리 전기차 경험을 제공한다”며 “차량의 신규 기술과 성능에 대한 상세 내용은 출시 일정에 맞춰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