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청산자, 세입자를 겨냥한 재개발 조합 소송대처법은 [유재벌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과거와 달리 주거 이전비·이주 정착금 등 지급 완료해야 소송 가능해져

[법으로 읽는 부동산]

서울의 한 재개발 추진 지역. /한국경제신문


재개발조합은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 이후 현금 청산자, 세입자 등을 상대로 부동산 인도 소송(명도 소송)을 제기한다. 민사법원은 수용 개시일 전에 수용 재결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공탁하는 등의 방법으로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 보상이 완료된 경우에만 조합의 인도 청구를 인용한다.

최근 재개발 조합은 신속한 이주·명도를 위해 해당 구역 내 명도 의무를 제때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현금 청산자와 세입자 등을 상대로 부당 이득 반환 청구 소송(및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때 재개발조합이 주거 이전비, 이주 정착금, 이사비를 먼저 지급해야 부동산 인도 청구가 가능하다.

그간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 보상’에 토지, 지장물, 영업에 관한 보상금 외에 ‘주거 이전비, 이주 정착금, 동산 이전비(이사비)의 지급’도 포함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어 왔다.

과거 대법원은 “주거 이전비, 이주 정착금, 이사비 청구권은 정책적인 목적과 사회 보장적인 차원에서 지급되는 금원의 성격”이라며 “주거 이전비 등 지급 의무와 부동산 인도 의무는 이행상 견련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많은 하급심은 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주거 이전비 등이 지급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일단 수용 재결 보상금만 공탁됐다면 수용 개시일 이후 점유는 불법 점유라고 봐 재개발조합이 제기한 인도 청구와 부당 이득 반환 청구(및 손해 배상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현재는 달라졌다. 최근 대법원이 “주거 이전비 등 보상은 도시정비법에 의해 준용되는 토지보상법에서 명문으로 규정한 손실 보상에 해당하므로 토지나 지장물 보상금을 지급 또는 공탁한 것만으로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 보상이 완료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며 재개발조합의 인도 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다.

즉 과거에는 주거 이전비 등을 지급받기 위해 별도의 행정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주거 이전비 등이 먼저 지급돼야 한다는 항변이 명시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따라서 재개발조합도 이를 신속히 지급하기 시작했다.

주거 이전비, 이주 정착금, 이사비 지급이 이뤄지기 전까지 사용·수익에 대한 부당 이득 반환 청구도 불가능하다.

도시정비법 제81조에 따르면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가 있을 때는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사용하고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그 이후에 인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당 이득 반환 청구(및 손해 배상 청구)의 대상이 된다.

다만 현금 청산자와 세입자 등에 대해서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 보상이 완료돼야 하는 만큼 손실 보상이 완료되지 않았다면 부당 이득 반환 청구(및 손해 배상 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주거 이전비, 이주 정착금, 이사비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준용되는 토지 보상에서 명문으로 규정한 손실 보상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사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재개발조합이 이를 지급하지 아니한 채 종전 토지나 건축물을 사용 수익하고 있는 현금 청산 대상자를 상대로 부당 이득 반환 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들은 필자가 직간접으로 수행한 사건들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 관한 분쟁은 해당 구역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기존 판결과 다른 판결이 많이 선고되는 특수성이 있다.

따라서 분쟁 발생 시 도시정비사업 분야의 많은 경험을 가진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유재벌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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