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북부 아프리카까지 단 48시간…카탈루냐에 투자하는 기업들

카탈루냐 산업 및 물류 인프라, 인적자원 기반 성장 도모…부산항만공사, 물류 거점 확보 위해 합작법인 설립

[컴퍼니]

2022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맞았던 세계 경제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다소 주춤했던 해외 직접 투자(ODI)도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직접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2000년대 초반 연평균 58억 달러 규모였던 해외 직접 투자는 2019년 역대 최고 수준인 643억7200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업의 경제 활동이 다소 위축돼 해외 직접 투자 규모도 565억8100만 달러로 감소했지만 올해 들어 글로벌 기업의 우상향 실적과 경제 회복이 전망됨에 따라 해외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 직접 투자의 가장 주요한 목적은 현지 시장 진출이다. 해외 현지 시장에 맞춰 생산 환경을 구축하거나 제품의 부가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기술의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 접근성과 연구·개발(R&D)이 활발히 진행되고 물류 인프라가 튼튼한 지역에 투자금이 모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페인의 북동부 지중해 연안에 있는 카탈루냐다. 카탈루냐는 국내총생산(GDP)이 2505억 유로로, 약 99조5185억원에 달한다.

카탈루냐는 탄탄한 교통 인프라를 바탕으로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불릴 정도로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하고 있다.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항과 타라고나항은 전 세계 825개 항과 연계돼 있고 내륙으로도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1800km에 달하는 광범위한 지중해 철도망을 통해 시속 400km 속도의 고속철이 유럽의 각 지역을 연결하고 있다. 카탈루냐에서는 이러한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48시간 이내에 유럽과 북부 아프리카의 4억 명 이상 소비자에게 물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카탈루냐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최대 항만이자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 세계 7위를 기록 중인 부산항을 관리하는 부산항만공사가 바르셀로나항만공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더 큰 기회를 찾아 해외 투자, 그중에서도 카탈루냐 투자를 고려하는 기업들을 조명했다.

①부산항만공사
‘물류 거점’ 확보 위해 합작법인 설립부산항만공사는 항만 배후 단지 조성과 관리, 친환경 항만과 항만 디지털화 등 부산항과 연계된 다양한 업무를 담당함과 동시에 국책 사업의 일환으로 해외 주요 항만에 한국 수출 기업의 안정적인 물류망을 구축하기 위한 물류센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설립된 바르셀로나항만공사와의 합작법인 역시 남유럽 중심항에 물류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한국 기업의 물류 경쟁 강화를 지원하고 양국 간 무역 증대에 기여하기 위해 추진됐다.

바르셀로나항은 남유럽의 관문항이자 항만·공항·육로·철도를 이용한 복합 연계 운송이 가능한 물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투자 가치가 높은 항만으로 평가받는다. DHL·퀴네앤드나겔·DB쉥커 등 글로벌 물류 기업들이 바르셀로나항 배후 물류 단지에 입주해 있어 한국 중소형 화주와 물류 기업들의 수요도 높다. 다만, 임대료와 사용료가 비싸 비교적 규모가 작은 기업들과 화주들이 이용하기에 어려울 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7월 부산항만공사는 바르셀로나항만공사와 합작법인을 설립, 바르셀로나항 내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이를 운영할 한국 운영사를 선정 중에 있다. 한국 기업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남유럽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물류 운송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카탈루냐 지역과 부산항의 교역량 증대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바르셀로나항은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인 세빌스(Savills)의 유럽 항만·물류 투자기회 지표(EPLOI)에서 주요 10개 항만 중 투자 매력도 2위에 선정될 정도로 투자 가치가 높은 항만”이라며 “이전에는 바르셀로나로 물류 운송 시 한국 물류 플랫폼이 부족해 다른 항만을 통해 육로로 재운송해야 했지만 이번 물류센터 개장으로 한국 기업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거점이 확보돼 물류 운송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 카탈루냐와 부산항 간 신규 물동량 창출을 통한 교역량 증대 등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부산항만공사의 바르셀로나 물류센터 사업은 물류센터 운영과 관리를 담당할 한국 운영사를 선정하는 단계에 있다. 부산항만공사가 계획한 대로 연내 바르셀로나항 물류센터가 개장된다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항에 이어 부산항만공사가 직접 투자한 셋째 글로벌 물류 거점이 된다.


②아마존
‘판매자 지원’으로 동반 성장카탈루냐에 투자한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이자 정보기술(IT) 기업인 아마존이 있다. 아마존은 2011년부터 스페인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고 그 규모가 2020년 한 해에만 25억 유로(약 3조3969억원)에 달한다. 아마존이 카탈루냐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아마존은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기업들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카탈루냐에 뛰어들었다. 카탈루냐는 바르셀로나를 거점으로 유럽과 아프리카로 제품을 수출·수입하고자 하는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아마존의 판매자지원센터(Seller Support Hub)는 아마존이 카탈루냐 중소기업들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아마존은 해당 센터를 통해 아마존에 입점한 카탈루냐 중소기업들의 판매 활동을 지원하고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아마존 관계자는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고객의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최근에는 카탈루냐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이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카탈루냐 정부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중소기업들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마존에 입점한 카탈루냐 중소기업은 2500여 개로 추산되며 이들은 2020년 기준 전년도 대비 25%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50% 이상 수출 규모가 증가하는 등 우수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③HP
기술 개발의 핵심, ‘우수 인재’ 영입
프린터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보유한 휴렛팩커드(HP)가 카탈루냐에서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펜 플로터(출력 결과를 종이나 필름 따위의 평면에 표나 그림으로 나타내는 출력 장치) 사업이다. HP는 1985년 펜 플로터 제조 공장을 설립하며 카탈루냐에 진출했고 펜 플로터 사업이 성장세를 보이자 1993년 펜 플로터 사업부를 바르셀로나로 이전했다.

HP의 펜 플로터 사업부가 카탈루냐에 둥지를 튼 것은 카탈루냐가 HP의 특허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인재들이 선호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카탈루냐의 중심지인 바르셀로나는 유럽에서 셋째로 살기 좋은 나라로 지목된 바 있고 지중해 연안의 온화한 기후와 독특한 건축물로 수많은 관광객과 이민자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또한 카탈루냐는 전문가 인력 배출에 특화된 양질의 교육 환경도 보유하고 있다. 카탈루냐의 대표적 고등 교육 기관인 바르셀로나대는 48개 전공 분야 중 18개 전공 분야에서 세계 100위 내 이름을 올리고 있고 카탈루냐 폴리테크닉대 역시 공학·기술 분야에서 세계 대학 순위 76위, 스페인 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HP 관계자는 “카탈루냐는 제조 기업이 성장하기에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며 “세계 각지로 제품을 공급하는데 최적화된 물류 인프라는 말할 것도 없고 바르셀로나의 매력적인 분위기와 살기 좋은 환경은 인쇄 기술 개발에 필요한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카탈루냐에 있는 HP 글로벌 센터에는 60여 개국에서 온 2300명의 직원들이 펜 플로터 기술은 물론 미래를 위한 3차원 프린팅 기술과 애플리케이션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④다논
다논 요구르트의 ‘발상지’에 투자프랑스의 글로벌 식음료 기업인 다논의 대표적인 제품은 요구르트다. 다논 요구르트의 발상지가 바로 카탈루냐다. 1919년 다논의 창업자 아이작 카라소가 바르셀로나에 있는 작업실에서 아들의 건강을 위한 요구르트를 개발했고 이것이 현재 전 세계 100개국에서 판매 중인 다논 요구르트의 시작이다.

카탈루냐가 다논 요구르트의 발상지인 만큼 다논은 바르셀로나에 제품 기술개발(R&D)센터를 설립하고 해당 센터를 통해 보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R&D센터에는 7개국에서 모인 47명의 연구원이 유제품, 그중에서도 특히 요구르트의 R&D에 집중하고 있고 그들이 수행하는 혁신 프로젝트는 연간 150개에 달한다.
올해 다논은 카탈루냐에서 요구르트 제품을 혁신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식물에 기반한 제품 생산용 신규 라인을 설치하기 위해 바르셀로나 페레트스 델 바예스 공장에 1200만 유로(약 164억8800만원)를 투자한 것이다. 이에 따라 페레트스 델 바예스 공장은 유제품과 식물성 요구르트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유럽 최초의 하이브리드 다논 공장이 됐다.



⑤압플러스 이디아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에서 세계로카탈루냐의 발전된 자동차 산업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카탈루냐 기업도 있다. 압플러스 이디아다(Applus IDIADA)는 카탈루냐를 대표하는 자동차 엔지니어링 회사이자 국제 인증 기관이다. 압플러스 이디아다는 자동차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센터와 자체 시험장을 보유하고 있고 검증을 통해 자동차 시장에서 필요한 모든 종류의 인증서를 제공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현재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2개국에 자회사와 지사를 운영 중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는 현대차그룹·한국타이어 등 대기업들과 제품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카탈루냐는 관광 산업 외 자동차·화학·식품 등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카탈루냐에는 1차·2차 자동차 제조 업체, R&D·엔지니어링, IT 솔루션 기업들이 다양하게 모여 있고 현재 약 14만 명 이상이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약 20%는 카탈루냐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압플러스 이디아다 관계자는 “카탈루냐는 스페인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만큼 고도로 숙련된 자동차 관련 전문가들이 많다”며 “압플러스 이디아다는 이들과 함께 자동차 파워트레인 자동화, 배출가스 제어 관련 기술, 커넥티드 카 및 자율 운전 차량 개발 서비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압플러스 이디아다의 성장 기반에는 카탈루냐의 자동차 산업 인프라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전기자동차 배터리 효율성 개선, 차량 안전성 강화 등 주요 기술적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카탈루냐의 자동차 제조업체·R&D센터·대학 등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