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똑같은 휴머노이드, 인류는 두려워해야만 할까

초개인화된 학습 환경으로 교육 기회의 평준화 실현하는 마지막 퍼즐 될 수도

[테크 트렌드]

1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테슬라 본사의 ‘AI(인공지능) 데이’ 행사장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사람과 똑같이 생긴 ‘테슬라 봇(Tesla Bot)’을 공개했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으로, 키가 5피트 8인치(약 172㎝)에 무게는 128파운드(약 57㎏)다. 팔, 다리, 목, 관절 등에 30개의 전기 구동기를 달아 45파운드(약 20㎏)의 짐을 운반할 수 있다. 이동 속도는 시속 5마일(약 8㎞)이다. 로봇엔 테슬라 전기차에 적용된 자율주행 기능도 들어갈 예정이다. /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8월 19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테슬라 본사의 ‘인공지능(AI) 데이’ 행사장에서 엘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인간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인 ‘테슬라봇’을 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키가 5피트 8인치(약 172cm)에 무게는 128파운드(약 57kg)다. 팔·다리·목·관절 등에 30개의 전기 구동기를 달아 45파운드(약 20kg)의 짐을 운반할 수 있다. 이동 속도는 시속 5마일(약 8km)이다. 로봇엔 테슬라 전기차에 적용된 자율주행 기능도 들어갈 예정이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가 만든 자율주행차가 어떤 측면에서는 이미 로봇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 자동차는 카메라를 통해 들어온 영상 정보를 신경망 기술로 분석하는 능력이 있고 이 정보를 통해 상황에 맞는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형태를 갖춘 로봇을 의미한다. 단순히 형태만 인간과 비슷한 것이 아니라 인식 및 운동기능도 인간과 같이 구현한 로봇으로 AI가 결합된 가장 고난도의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휴머노이드가 정말 만들어진다면 이 기술은 결국 인류를 물리적인 일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일에서 자유롭게 할 것이다. 머스크 CEO는 경제의 근본은 노동에 있고 우리는 일로부터 자유로워진 인간에게 기본 소득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드라마 휴먼스. / 영국 Channel 4 제공


휴머노이드의 대중화 눈앞에

머스크 CEO의 발표처럼 휴머노이드는 곧 우리 삶 속에 들어올 것이다. 머스크 CEO의 휴머노이드를 보며 생각난 드라마가 있다. 바로 영국과 미국의 합작 드라마인 ‘휴먼스’다. 이 드라마는 가까운 미래, AI를 탑재하고 외관상 인간과 완벽히 유사한 휴머노이드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필자는 예전부터 AI가 인간의 직업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드라마 ‘휴먼스’를 감상하며 간과하고 있었던 AI의 또 다른 시나리오를 인지하게 됐다. 드라마에서 조의 가족은 가사를 돕기 위한 휴머노이드 애니타를 구매한다. 애니타는 요리·육아·빨래·청소를 완벽하게 해내고 자녀들이 어떤 잘못을 해도 짜증내지 않으며 자동차 사고가 일어난 위험한 순간에는 아들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모든 가족들이 애니타를 좋아하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엄마의 자리를 대체한 애니타로 인해 조의 부인은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녀는 가족들의 마음까지 빼앗은 휴머노이드를 질투하고 자신의 자리를 빼앗겼다는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한 형사의 부인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사랑에 빠진다. 휴머노이드와의 사랑으로 인해 남편과의 결별을 선언한다. 그녀는 로봇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항상 자신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준다며 완벽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로 휴머노이드를 표현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관계 가운데 침투한다는 이 시나리오가 너무나도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AI와 로봇의 진화가 인간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은 늘 있어 왔다. 하지만 드라마와 같이 휴머노이드가 우리 삶속에 깊이 들어와 인간이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과정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설정은 대부분의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협일 것이다. 물론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휴머노이드의 발전이 인류에게 위협적이기만 할까. 위기는 항상 기회와 함께 온다고 한다. 드라마가 휴머노이드의 부정적인 영향을 다뤘다면 이를 뒤집어 긍정적인 활용성도 얼마든지 검토해 볼 수 있다. 필자는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휴머노이드도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기술의 쓰임새라는 차원에서 휴머노이드를 인간을 대체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관계를 지원하는 기술로 바라볼 수도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개인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다. 모든 사람은 가정·학교·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고 이를 바탕으로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학습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을 형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관계에서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휴머노이드와 공존하는 삶 속에서 우리는 언어·행동양식·가치관 등에 유익한 영향을 받아 하나의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작년 미국의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자폐 아동들의 사회성 발달 치료를 위해 AI가 탑재된 로봇을 활용한 것을 들 수 있다. 로봇은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아동과 이뤄지는 대화·눈맞춤 등 음성과 비디오 데이터를 학습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해당 아동이 언제 학습에 참여하고 집중하는지를 90% 정확도로 예측해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위한 학습을 진행했다. 지치지 않고 계속 함께해 줄 수 있는 로봇은 아동과의 지속적인 상호 작용을 통해 공감 능력을 키우고 사회성을 길러 줬다.

자폐 아동 치료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학습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회가 자폐 아동 모두에게 충분히 제공되지는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해당 학습이 사람과 상호 작용을 전제로 하는 만큼 시간 집약적이고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영역에서 로봇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교육 현장 한계 보완, 교육 기회 평준화 실현

해당 연구를 조금 더 발전시켜 학습의 경험과 교육이라는 측면으로 휴머노이드의 활용성을 확장해 볼 수도 있다. 치료의 사각지대처럼 교육에도 사각지대가 있다. 교육은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영역으로 단순히 텍스트·음성·영상만으로 완벽한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 학습에서 선생님·부모님·친구 등 인간과의 상호 작용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교육 현장의 모든 학생들이 이러한 인적 기반(human infrastructure)을 갖추지는 못한다. 휴머노이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필자는 교육 AI 솔루션 기업에 몸담고 있다. 핵심 기술은 학습자를 분석하고 예측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에 있다. 심지어 학습 이탈 확률까지 계산해 더 오래 학습할 수 있도록 문제나 강의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모든 기술은 초개인화된 학습 환경을 누구나 누릴 수 있게 제공해 교육 기회의 평준화를 실현하겠다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개발됐다. 어쩌면 이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이 휴머노이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송호연 뤼이드 이사(VP of AIO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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