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잘못된 결정을 하는 5가지 이유 [강함수의 레드 티밍]

기다리고 보자는 편의주의 함정 빠지기 쉬워
평상시 준비 부족하면 알고도 실행하지 못해

[강함수의 레드 티밍]

게티이미지뱅크



위기에 직면한 기업의 대응을 보면서 ‘회사 리더가 왜 저런 의사 결정을 할까’ 의문이 생기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자기 같으면 저렇게 하지 않을 텐데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당신도 위기가 발생하면 유사한 의사 결정을 할 여지가 크다. 그렇게 되는 5가지 이유가 여기 있다.

첫째, 에릭 데젠홀은 저서 ‘유리턱(GLASS JAW, 2015년)’에서 ‘기다리고 보자’는 의사 결정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업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우선 기다리자고 누구도 결정하지 않았지만 그냥 그렇게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부정·회피·포기·편의주의라는 네 가지 중대한 문제를 일으킨다. 이것은 일종의 사문화된 관습이다. 위기가 발생하면 원인을 분석하려는 사람과 책임을 묻는 사람, 대응을 고민하는 사람과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으로 나눠진다.

앞의 두 가지는 사실 위기 당시엔 불필요하다. 그런데 위기가 발생하면 앞의 두 가지를 찾느라 회의가 4시간이 되고 8시간이 된다. 평소의 조직 문화가 위기관리를 어렵게 하는 것이다.

둘째, 평상시 위기에 대비할 의지가 없다. 화재 진압용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예산 1억원을 산출해 승인 받는 과정은 쉽다. 이것은 물건이고 눈에 보인다. ‘화재’라는 리스크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하지만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리스크 요인은 이론적으로 알겠지만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현재만을 중시하며 현재에서 멀어질수록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여기는 심리를 경제학자들은 ‘하이퍼블릭 할인율’이라고 부른다.

위기는 보험이라고 하지만 당장 발생하지 않고 영원히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러면 비용만 지출된다고 본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훈련에 투입할 예산조차 평상시에는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

셋째, 알고 있는 것이 실행되지 않는 이유를 잘 모른다. ‘논란을 사전에 막아라, 즉각 대응하라,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라, 한목소리로 말하라,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어라, 투명하게 공개하라, 사과하라’ 등은 대표적인 위기관리 지침이다.

모두 알면서도 막상 위기에 직면하면 어떤 의사 결정도 쉽게 내리지 못한다. 당신은 회사에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 맥락을 고려해 신속하고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위기관리에 대한 불변의 법칙은 ‘불확실성’이다. 위기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는 위기 의사 결정의 핵심은 이해관계인의 인식에 맞춰 가는 것이다. 결국 지금 의사 결정을 내리려고 하면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완전하다고 생각했던 내부 정보도 불완전하다. 평상시 우리는 너무 준비가 부족하다. ‘알고 있는데 실행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다.

넷째, 이해관계인의 분노·비판·비난의 목소리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기업과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 근거 없는 소문, 불매 선동 등은 정상적인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기와 관련된 피해자나 희생자가 있을 경우 그들의 요구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 물질적 혜택을 얻으려는 사람이라고 의심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직원들의 불만과 비판, 고발과 문제 제기도 외부 채널에 표출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라고 치부한다.

명성은 사실 그대로의 평가가 아니다. 당신의 회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말과 감정·생각·의견이 모여서 형성되는 시선의 총합이다. 이해관계인이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위기 의사 결정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없다.

다섯째, 결정적인 순간 기업의 철학·신념·미션을 고려하지 못한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고객 안전이 최고의 가치라고 적혀 있지만 리콜 이슈가 발생했을 때 회사의 대응은 재정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리딩 기업으로서 산업을 대표한다고 하지만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대응의 속도가 늦고 관련 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것은 회사의 리더들이 ‘상황 토론’을 한 번도 진행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더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질문을 가지고 의사 결정(crisis decision-making) 과정을 함께 논의해 봐야 한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모든 부서 임원이 모여 공격을 받아보고 답을 찾아야 한다. 상황을 판단하는 훈련은 현장 실무자의 몫이 아니라 책임자들의 몫이다.

이제 당장 조직 내부에 이 다섯 가지 현상이 있는지 되돌아보자. 기업 자원은 한계가 있다. 정치·사회적 맥락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감독 기관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현상을 바로잡아 책임 있고 윤리적인 위기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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