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최근 이용 중인 신용카드사 3곳에서 10번이 넘는 문자를 받았다.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라는 홍보성 메시지다.
그는 “재산이라고는 실거주 전세금과 승용차 한 대뿐인데도 건강보험료가 높다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못 받아서 억울함이 들었지만 보다 어려운 분들이 받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위로하고 있다”며 “연봉 기준이 높으면 세금도 많이 내는데 수 십 억 원짜리 강남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부모님 도움으로 사는 친구도 받는 재난지원금을 못 받아 내심 억울하던 차에 카드사에서 약 올리듯 문자가 수차례 오니 분통이 터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 11조원에 달하는 5차 재난지원금을 유치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과열 마케팅을 벌이면서 지급 대상자가 아닌 사람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재난지원금 차등 지급을 풍자하는 계급표까지 등장하면서 사회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 집요한 카드사 마케팅이 더해지면서 이른바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양상이다.
마치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는 것처럼 보내는 카드사 마케팅으로 고령의 부모님과 말다툼을 벌인 사례도 있다.
직장인 B씨는 “카드사 안내문자를 받은 고령의 아버지가 재난지원금 대상인줄 알고 은행까지 찾아갔다가 헛걸음을 해서 이에 대해 설명을 하다가 이해를 하지 못하셔서 언성이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재난지원금 계급표에 따르면 별다른 재산이 없지만 건강보험료 기준을 초과해 재난지원금을 못 받는 계층은 ‘육두품’이다. 이 ‘육두품’에는 대기업 직장인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들은 ‘유리 지갑’이라고 불릴 만큼 세금을 철저히 징수당하기 때문에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상실감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 시대에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 받는 직장인이 가장 행복한 계층일수도 있지만 건보료 기준만으로 지급여부를 나눈다는 게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처럼 재난지원금이 사회 갈등 양상으로 표출되자 일각에서는 대선 정국에 펼친 정책이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통적으로 현재 여당 지지세가 강한 직장인 층이나 MZ세대로 불리는 2030 세대가 역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해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직장인 C씨는 “납세의 의무를 가장 성실하게 수행하는 직장인들은 코로나가 무서워도 혼잡한 지하철을 타고 무임승차 노인들에게 자리까지 양보하며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며 “수입만큼 세금을 내지 않는 자영업자, 무자료 거래, 무임승차, 청년수당 등에 대해 요즘 말로 ‘할말하않’하고 살아왔지만 내년 대선에서 반드시 표로 보여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이런 불만에 당황한 여당은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현행 88%에서 90%로 상향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재난지원금 이의신청이 수만 건이 폭주하는 등 거센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