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의 자기 실현적 예언[경제 돋보기]

주택 공급 부족, 각종 정책 남발…균형 어긋나
금융 규제 등 통해 주택 공급 연착륙 고민

[경제 돋보기]


각종 경제학 교재는 강의나 교재를 보면 공급·수요·균형의 순서에 따라 서술된다. 균형에서는 균형의 이동과 이동 원인 그리고 균형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알아보고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나 대학교 원론 수준에서는 그래프와 설명이 주를 이룬다. 가장 쉽고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원 교재 등은 대부분 수학을 기반으로 다루고 있고 풀이도 손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복잡한 경제 모형을 프로그램을 이용해 풀기도 한다. 물론 기존의 복잡한 경제 모형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완해 설명하는 행동경제학과 같은 영역도 존재한다.

경제학에는 현실을 가정해 복잡한 모형을 풀다 보면 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균형이 없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균형이 있을 수도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공급과 수요가 만나 하나의 안정적인 해(solution)를 갖는 경우다. 이 같은 단일 균형이 경제에 나타나면 해석하기 쉽다. 예를 들어 주택 시장에서 적절한 공급에 수요가 대응해 가격을 형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 불안정한 해가 나타날 수도 있다. 어떤 요인이 발생하면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 균형이 깨지지 쉬운(fragile) 상태가 될 수도 있다. 2017년 이후 주택 가격 상승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과다한 부채, 불확실한 정부 정책의 남발로 인해 주택 가격의 균형이 깨졌다. 즉 약간의 공급만으로도 가격이 안정적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균형이 하나만 있을 필요도 없다. 즉 균형이 여러 개인 복수 균형 또는 다중 균형이 시장에 존재할 수도 있다. 만일 서울의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고 사람들이 기대하면 원래의 가격보다 훨씬 오르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다.

경제는 차가운 이성에 의해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다. 인간의 비경제적 본성도 있다. 경제 주체들이 주택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불안감 속에 저금리를 활용해 주택 가격을 밀어올린 것도 이 경우다.

야성적 충동과 유사한 자기 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ies)이 나타날 수도 있다. 누군가 어떠한 일이 발생한다고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이러한 예측이나 기대가 실현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고 행동을 그 믿음에 따라 맞춰 가기 때문에 발생한다. 현재 서울의 주택이나 부동산은 사 놓으면 항상 오르기 마련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주택 시장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경제적인 부분과 함께 심리적인 부분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주택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급 부족이다. 사람들이 필요한 지역에 빠르게 주택을 공급할 방법을 찾아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만일 성공하지 못하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해외나 국내의 역사적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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