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조선업계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전방위 협력하고 있다.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앞당기기 그룹 차원에서 손을 맞잡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포스코·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하이리움산업 등과 함께 선박용 액화 수소 탱크 개발에 나섰다.
한국조선해양과 포스코 등은 올해 하반기까지 소형 선박용 액화 수소 연료 탱크를 시범 제작할 계획이다. 여러 테스트 과정을 거쳐 향후 대형 선박용으로 확대 개발해 나간다는 목표다.
수소를 선박으로 장거리 운송하기 위해서는 액화 수소 형태로 저장해야 한다. 부피를 약 800분의 1로 줄여야만 대량 운송이 가능하고 안전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소는 섭씨 영하 253도의 극저온에서 액화된다. 온도 변화에도 쉽게 기화하는 특징이 있어 안정적으로 보존하는 첨단 극저온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조선해양은 가스선과 가스추진선 개발·건조 경험을 활용해 액화 수소 탱크의 설계와 선급 승인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액화 수소의 저장과 운송에 특화된 극저온용 스테인리스 강재를 개발하기로 헸다. 하이리움산업은 수소 액화기와 육상 액화 수소 탱크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선박용 탱크 제작을 맡는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액화 수소 탱크의 안전성 연구와 연료 공급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조선업계는 오는 2030년부터 글로벌 수소 분야 투자가 증가하면서 액화 수소의 해상 운송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수소위원회와 맥킨지는 최근 발간한 ‘수소 인사이트’ 보고서에서 오는 2030년 전 세계 수소 분야 투자 규모가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포스코는 최근 현대제철과 함께 ‘패각’ 폐기물을 제철 공정 부원료로 재탄생시키기도 했다. 패각은 굴이나 조개 등의 껍데기를 뜻한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패각 성분이 제철 ‘소결 공정’에 사용하는 석회석과 유사한 점에 착안해 전남 여수의 패각 가공 업체 ‘여수바이오’와 함께 석회석을 패각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공동 연구해 왔다. 지난 9월 15일 여수바이오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환경성 평가 승인’을 획득하면서 패각을 제철 부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소결 공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고로에 투입하기 적합한 소결광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이다. 석회석은 소결광의 형태를 구성하고 성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패각은 전국적으로 매년 30~35만 톤 정도 발생하지만 마땅한 활용 방안이 없어 어촌 지역에 방치되기 일쑤였다.
포스코는 2차 전지 재활용 등 신사업 확대를 위해 GS그룹과 손을 맞잡기도 했다.
포스코그룹과 GS그룹은 9월 7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포스코-GS그룹 교류회’를 갖고 2차전지 리사이클링과 수소 사업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교류회에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허태수 GS그룹 회장을 비롯해 양측 주요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포스코그룹은 우선 GS그룹이 보유한 자동차 정비·주유 등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2차전지 리사이클링 원료 공급을 위한 합작사(조인트 벤처)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GS에너지가 보유한 배터리 상태 진단·평가 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차 배터리 대여·교환 서비스 플랫폼(BaaS)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수소 사업 분야에서는 해외 프로젝트 공동 참여 및 신규 수요처 발굴 등 블루·그린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활용에 이르기까지 밸류 체인 전반에 걸친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두 그룹은 친환경 바이오 사업 분야에서도 협업하기로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야자나무(팜) 농장 및 가공 설비와 GS칼텍스의 바이오 연료 생산 기술 및 판매 인프라를 활용해 팜 정제유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재생 원료 기반의 바이오 항공유 등 차세대 바이오 연료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의 장기화로 미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기후변화 위기가 한층 고조되면서 탄소 중립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사업 구조 개편이 기업 경영의 상수로 자리 잡았다”며 “두 그룹의 협력이 국가 차원의 결실을 맺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양 사가 보유한 역량과 자산, 탄탄한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협력해 나간다면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디지털을 접목한 친환경 중심의 미래 사업을 함께 발굴하고 성장시켜 고객과 사회를 위한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