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히트상품’ 성공 키워드

신가전 등 7개 부문 선정…‘나를 위한 소비’‘홈코노미’ 트렌드 초강세

[스페셜 리포트]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전반적인 소비 침체가 이어졌지만 소비자의 심장을 뛰게 한 ‘히트 상품’들은 쏟아져 나왔다.

한경비즈니스가 올해의 히트 상품을 선정하기 위해 기업 마케팅·홍보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우선 일반 가전·식음료 등 7개 부문에서 올해 1~8월 화제를 모은 히트 상품(브랜드) 후보 각 10개씩 추린 후 그중 최고의 히트작을 3개씩 고르도록 했다. 선정 기준은 ‘화제성’, ‘신규성’, ‘수익성’ 등이다.

‘홈코노미, 에고이즘’ 소비 변화 주도

일반 가전, 신가전 등 가전 부문과 신유통 채널, 주류,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라면(식음료), 편의점 자체상품(PB) 브랜드 등 유통·식품 부문에서 왕좌를 가린 결과, 1위에 오른 제품의 공통 분모는 ‘집’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된 공간이 바로 ‘집’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집이 휴식 이외의 다기능을 겸하게 되면서 집을 채우는 가전과 주요 소비를 이루는 유통 채널과 상품군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제조사들은 홈코노미에 맞춘 상품들을 고안했고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은 채 소비하는 비대면 방식의 언택트 제품, 집 안에서 여가 생활을 추구하는 데 맞춤 상품들인 홈코노미 제품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번 조사에서 일반 가전(TV·냉장고·에어컨 등)에서 올해 최고의 히트 상품은 LG전자의 신개념 TV ‘스탠바이미’로 나타났다. 10개 히트 상품 후보 중 40%의 선택률로 1위를 차지했다.

이동형 무선 스크린인 LG 스탠바이미는 기존 TV 제품과 달리 제품 하단에 무빙 휠을 적용해 침실·부엌·서재 등 원하는 곳으로 옮겨 가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내장 배터리를 탑재해 전원 연결 없이도 최장 3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고 리모컨뿐만 아니라 손가락으로 직접 화면을 터치 조작해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사용자에게 편리하도록 만들어졌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출하가 109만원의 제품이지만 사전 예약 판매에서 완판은 물론 출시된 지 2개월이 지난 현재도 제품이 없어 못 구할 정도다. 추가 물량이 나올 때마다 빠르게 소진되며 ‘완판 기록’을 이어 가고 있다. 재고가 없자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사례도 발견할 수 있다.

LG 스탠바이미의 인기 요소는 홈코노미 맞춤 제품이란 점에 있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스크린을 원하는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적중했다. 무빙 휠 탑재로 이동성을 갖춘 것은 물론 스마트 TV로 유튜브, 넷플릭스 시청, 웹서핑, 스마트폰 미러링을 통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집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시청하거나 온라인으로 열리는 공연을 즐기고 모바일 게임을 하는 등 영상미디어 서비스 이용량이 크게 늘고 있어 위드 코로나 시대 라이프스타일에 적중했다.

이 제품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 패턴 중 하나인 ‘나를 위한 소비’에도 안성맞춤이다. 기업 컨설팅 업체인 삼정KPNG가 분석한 위드 코로나 시대 소비 트렌드에 선택된 에고이즘(egoism) 소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타인과 대면 시간이 줄고 불특정 다수와 한 공간에 있는 것을 기피하며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를 위한’ 자기중심적 소비가 강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선형 LG전자 한국HE마케팅담당은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신개념 LG 스탠바이미로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가전에 나타난 트렌드는 신가전에도 이어졌다. 신가전은 최근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인기를 끌기 시작한 가전 제품들로,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식기세척기·의류관리기·신발관리기·로봇청소기 등이다.

신가전 부문 1위는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로 나타났다. 식기세척기는 신가전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대표 주자답게 삼성전자·LG전자·SK매직 제품 등이 다른 신발관리기·정수기·로봇청소기 등을 제치고 고른 선택을 받았다. 소비자들이 ‘건강과 위생’을 중요시하게 여기면서 식기세척기의 인기가 급상승했다는 분석이다. 그중에서도 40%의 선택률로 최다 표를 받은 것이 바로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다.

지난 6월 리뉴얼 출시된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는 전면 도어 패널을 교체할 수 있는 비스포크 디자인이 특징이다. 총 4가지 소재, 14가지 색상으로 출시돼 설치 공간의 구조와 인테리어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비스포크 기능 역시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가전을 원하는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제격인 상품이다. 자신을 위한 개인화된 에고이즘 소비이기도 하다.

히트 상품 1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주목할 만한 올해의 가전 상품들도 많았다. 가전 시장에서는 파세코의 ‘창문형 에어컨 3세대’가 삼성전자·LG전자를 제치고 에어컨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창문형 에어컨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등의 확산으로 가정 내 소형 에어컨 수요가 늘면서 올 한 해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파세코는 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꼽힌다.

신가전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시리즈가 고른 표를 받았다. ‘비스포크 슈드레서’, ‘비스포크 빌트인 정수기’ 등 실내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집콕족’들에게 사랑받으며 올해의 히트 상품 후보에 올랐다.

‘언택트, 홈코노미’ 유통 왕좌

신유통 채널, 주류,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라면(식음료), 편의점 자체 상품(PB) 브랜드 등 총 5개 부문에서 왕좌를 가린 유통·식품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달라진 소비 트렌드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언택트와 홈코노미다.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유통 채널도 급변화하고 있다. 주문한 다음 날 새벽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새벽 배송’부터 언제 어디에서나 생방송을 열어 상품을 소개하는 ‘라이브 커머스’, 발 빠르게 직배송에 뛰어든 기업까지 채널에 다양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신유통 채널 부문의 왕좌는 누구일까. 80%(복수 응답)의 높은 선택률로 2개사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새벽 배송의 강자 ‘마켓컬리’와 빠른 배송의 강자 ‘쿠팡 로켓배송’이다.

마켓컬리는 2014년 신선식품 분야에서 새벽배송을 도입하며 스타트업 샛별이었지만 빠르게 고성장했다. 특히 비대면 소비가 확대되면서 코로나19 시기에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23.7% 늘어난 9531억원이고 내년 주식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쿠팡 역시 2014년 시작한 로켓배송(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익일 오전 배송)이 한국 배송 시장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면서 코로나19 시대의 강자로 우뚝 섰다. 이 회사는 2014년까지 연매출 3000억원대에 불과한 중소기업이었지만 지난해 매출 13조9318억원(2020년)을 달성하며 한국의 전자 상거래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두 회사 모두 업계 최초로 각자의 배송 시장을 선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대면 접촉에 대한 두려움이 증대되며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은 채 소비하는 비대면 방식의 ‘언택트’ 소비와 집 안에서 여가 생활을 추구하는 ‘홈코노미’ 수혜를 받으며 신유통 채널의 대표 주자로 발돋움했다.

홈코노미 생활에서 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단연 먹거리다. 식음료 부문에서는 라면·과자·음료(주류 제외)가 승자를 겨뤘는데 라면이 큰 표차로 선전했다. 그중에서도 농심의 ‘배홍동’이 선택률 91.7%(복수 응답)로 압승을 거뒀다. 배홍동은 농심이 올해 하절기 라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출시한 비빔면 신제품이다. 올해 라면업계 첫 비빔면 신제품으로 연간 1400억원 규모의 하절기 라면 시장 경쟁에 뛰어든 농심의 비장의 카드로 꼽혔다. 배·홍고추·동치미를 갈아 숙성해 만든 색다른 비빔장이 특징이다. 농심 관계자는 “볶음면과 비빔면은 매년 여름 인기 메뉴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의 재확산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며 인기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간 비빔면 시장은 ‘팔도비빔면’이 시장을 선도하고 타사는 팔도비빔면의 아성에 도전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농심에 따르면 배홍동비빔면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며 3월 11일 출시 후 8월까지 3000만 개가 판매됐다. 최근 5주간(5월 30일~7월 3일) A 대형마트 전국 매장의 비빔면 매출을 분석한 결과, 출시한 첫해에 팔도비빔면에 이어 농심 배홍동비빔면이 2위에 올랐다고 농심 측은 밝혔다.

홈코노미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술’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 저녁 시간을 바깥에서 보내는 것이 제한되며 집에서 술을 즐기는 이들이 늘었다. 이때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캔맥주’다. 주류(캔맥주 한정) 부문 1위를 겨룬 결과, 승자는 곰표·말표·백양 등 BGF리테일 PB 상품인 복고 맥주 시리즈로 나타났다. 이들 제품은 선택률 91.7%(복수 응답)로,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CU는 레트로 수제 맥주 시리즈로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이 협업한 곰표 밀맥주를 선보였고 구두약 회사 말표산업과 손잡고 말표 흑맥주를 출시했다. 이어 올해 6월 셋째 복고 수제 맥주로 속옷 전문 기업 BYC와 오비맥주의 수제 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 KBC와 손잡고 백양BYC 비엔나 라거를 내놓았다. 시장의 반응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수제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배로 뛰었다. 특히 곰표 밀맥주는 세븐브로이가 롯데칠성음료에 위탁, 300만 개를 대량 생산한 후 2주 만에 완판됐고 출시 이틀 만에 CU에서 맥주 매출 1위에 오르는 등 편의점 수제 맥주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친김에 최근 각 사가 내세우고 있는 편의점 PB 브랜드와 유통업계가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는 가정 간편식(HMR) 브랜드의 승자도 겨뤘다.

이번 설문에서 편의점 PB 브랜드 1위는 GS25의 ‘유어스(YOU US)’가 차지했다. 유어스는 GS리테일의 통합PB 브랜드다.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시작된 브랜드로, 1년간 총 800여 종의 PB 상품을 개발해 편의점업계의 이슈를 선도하고 있다. 실제로 유어스 론칭 후 PB 상품 매출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가 넘었고 PB 상품의 매출 비율 역시 전체 상품의 37%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간편식 브랜드 부문에서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와 신세계푸드의 ‘피코크’가 100%(복수 응답)의 압도적 선택률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2013년 말 출시된 ‘비비고 왕교자’는 냉동 만두 시장을 흔들며 업계를 재편했다. 비비고는 이후 한식과 관련한 CJ제일제당의 모든 HMR 제품의 통합 브랜드로 성장했고 한식반찬·국물요리 등이 모두 비비고로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선 다른 브랜드로 팔리는 제품도 해외에서는 비비고를 달고 나갈 정도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건강’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비비고의 상위 브랜드인 ‘더비비고’를 내놓았다. 더비비고는 프리미엄 간편식 브랜드로, 건강함에 포인트를 맞췄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기존 가HMR은 가정에서의 식사, ‘집밥’을 대체한다는 의미가 강했다”면서 “향후 CJ제일제당의 간편식은 집에서도 맛집 수준의 제품을 맛볼 수 있는 수준으로 외식을 대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유통 회사들은 자체 상표(PB)로 HMR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마트 ‘피코크’가 대표적이다. 초기부터 전국 유명 맛집과의 협업에 집중해 잇단 히트 상품을 선보여 온 피코크는 지난해 약 2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피코크의 성공은 다른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편의점과 백화점까지 이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롯데마트는 ‘요리하다’라는 브랜드로 고추잡채·깐쇼새우·유산슬·스키야키 등 집에서 직접 만들기 어려운 요리를 셰프들과 함께 개발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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