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경제 확대에 따라 새롭게 부각…장거리·대규모 수소 운반에 적합, 해상 운송 시장 팽창
[화제의 리포트]이번 호 화제의 리포트는 한상원·이동헌 대신증권 애널리스트가 펴낸 ‘암모니아, 다시 인류를 구할까?’를 선정했다. 한 애널리스트와 이 애널리스트는 “친환경 정책의 강화에 따라 수소 경제의 확대 과정에서 장거리·대규모 운송에 유리한 암모니아가 차세대 수소 캐리어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며 “강화되는 선박 환경 규제 속에서 암모니아가 수소 에너지의 캐리어 역할을 맡게 되면 2040년까지 암모니아 운반선은 약 588척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고부가 가치 선종에서 우위를 보이는 한국 조선소의 점유율 확대가 명확하다”고 예상했다.
암모니아는 NH₃의 화학식을 갖는 무색의 화합물이다. 독특하고 자극적인 냄새가 특징이며 부식성을 갖는 유해 물질이다. 암모니아 생산의 필요성은 질소에서 비롯됐다. 암모니아를 활용한 질산 비료의 생산은 식물(농작물)에 대량의 질소 공급을 가능하게 했고 인류는 식량난을 극복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암모니아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질소가 아닌 수소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경제에 강한 충격을 줬지만 이를 계기로 기후 위기(지구 온난화)에 대한 인식은 더욱 강화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연구 결과(2016년)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는 탄소 배출이었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화석 연료 축소)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핵심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수소다. 다만 수소 경제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저장과 운송 방식의 발전 역시 수반돼야 한다.
수소 경제와 암모니아
수소 경제의 밸류체인은 크게 생산, 유통(저장·운송), 사용의 단계로 구분된다. 암모니아는 수소 경제의 밸류체인 내에서 유통, 특히 운송 단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암모니아는 수소와 질소의 합성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수소를 물질 변환한 형태에 해당한다. 부피를 대폭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송비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수소의 캐리어로서 암모니아가 주목받는 이유다. 물질 변환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장거리 운송의 경우 운송비 절감 효과가 더 크다. 또한 이미 글로벌 시장 규모가 약 2억 톤에 이르기 때문에 기존의 운송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수소를 운송하는 데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식은 파이프라인(배관)이나 튜브 트레일러 등을 활용한 기체 운송이다. 별도의 수소화 비용이 발생하지 않지만 저장 효율이 낮다. 이 때문에 중거리(도시)까지는 가능하겠지만 원거리(대륙) 운송 수단으로는 부적합하다. 반면 액화나 물질 변환은 저장 효율성이 높지만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액화는 kg당 1달러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물질 변환은 수소화까지 약 2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 그 대신 물질 변환은 운송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운송 거리에 비례해 운송비 절감 효과 역시 확대되는 구조다. 단위(kg)당 운송비 절감 효과가 1달러 이상이라면 물질 변환을 통한 운송이 유리하다는 뜻이다. 2000km 이상의 거리를 운송한다면 수소화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암모니아가 액화수소 대비 저렴하다.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더해지며 대규모·장거리 운송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화되는 선박 환경 규제, LNG부터 암모니아까지
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른 해운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제반 결정은 국제해사기구(IMO)가 담당하고 있다. IMO는 선박의 이산화탄소(CO₂) 저감 방안으로 지난 6월 76차 회의에서 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EEXI : Energy Existing Ship Index)와 탄소집약도 지표(CII : Carbon Intensity Indicator)를 도입할 것을 결의했다. 해당 규제는 2023년 1월부터 시행된다.
현재 선박 환경 오염과 관련해 가장 각광받는 대안은 이중 연료(dual fuel) 엔진이 탑재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이다. LNG선은 기존 연료인 중유(HFO : Heavy Fuel Oil) 대비 CO₂를 20~25% 저감할 수 있다. 하지만 LNG(CH₄)도 메탄을 냉각해 액화한 가스로, 연소 시 탄소 배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LNG 추진에 다양한 부가 장치를 적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연료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탄소 제로를 향해 가기 위해서는 결국 암모니아와 수소의 사용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LNG 추진으로 줄일 수 있는 탄소는 HFO 연료 대비 26%인데 반해 암모니아와 수소는 각각 95%, 99%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장거리 운송에서는 암모니아가 수소 대비 유리하다. 먼저 암모니아는 수소나 LNG에 비해 액화하기가 쉽다. 여기에 암모니아는 이미 2억 톤 규모의 활발한 유통 시장을 가지고 있다. 세계 주요 항구에는 암모니아 취급 항만 저장 시설 등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그 무엇보다 암모니아는 폭발성이 낮아 안전상의 장점이 있다. 유독성은 추가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지만 이미 암모니아 운반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현재 한국 조선소는 암모니아 연료탱크와 질소산화물(NOx) 배출 제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암모니아 엔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EEXI와 CII 규제가 적용되면 기존 선복의 선박들은 속도를 저감하며 규제에 대응해 나갈 것이다. 선박들의 평균 속도 15노트(클락슨 발표 기준)에서 1노트를 줄일 때마다 선복에서 대략 4~5%, 2000~3000대의 선박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조선소들은 현존 선박 중 기술적 난도가 가장 높은 LNG선에서 독보적인 건조 능력을 보이며 40K(Kilo) 이상의 LNG선의 수주 잔액에 대해 8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마저도 40K 이상에 대한 것이고 한국 조선소들의 주력인 160K 이상의 LNG선에 대해서는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인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메탄올 추진선에 대해서도 한국 조선소가 테스트 발주를 싹쓸이하고 있다. 향후 암모니아 추진선이 확대된다면 같은 논리로 한국 조선소들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 명확하다.
정리=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