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오너십 평가 1위 ‘LG’…오너 리스크로 몸살 금호아시아나·한진


LG그룹이 한경 머니 ‘2021 베스트 오너십’ 조사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한경 머니가 지난 7년간 진행해온 ‘2021 베스트 오너십’ 은 지난 8월 24일부터 9월 10일까지 금융사 및 경제연구소의 기업 담당자, 경제 기자 등 전문가 75여 명을 대상으로 ‘2021 베스트 오너십 조사’(설문 분석: 글로벌 리서치)를 진행했다. 평가 대상은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기준 총수가 있는 34개 기업집단이다.

이번 결과는 올해에도 크게 변하지 않은 양상을 보였다.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상위그룹, 하위그룹 간 큰 이동이 없었다.

LG 이어 SK· 삼성 ·현대자동차그룹 등 상위권 포진

올해 베스트 오너십 평가 1위 기업인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 이후 구광모 신임 회장 체제가 공고히 자리 잡으며 글로벌 경쟁 속에서 기업이 생존·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갖췄다는 평가다.

1978년생으로 40대 초반인 구광모 회장은 젊은 감성으로 LG그룹의 체질 개선에 성공해 오너십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일찌감치 익힌 글로벌 감각으로 LG의 주력 산업 혁신도 이끌어내는 과감한 결단력도 보여줬다.

2위는 SK그룹이 차지했다. 지난해 3위에서 한 계단 상승한 수치다. 최근 최태원 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친밀하게 소통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점도 호감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가 3, 4위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6위에 그친 삼성그룹은 3계단 상승했다. 34개 그룹 중 3위를 기록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리스크 등이 없었다면 재계 위상으로 보나 매출로 보나 더 높은 순위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4위를 수성했다. 도쿄 올림픽 양궁대회 이후 정의선 부회장의 따뜻한 리더십이 회자되며 내년에는 더욱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카카오 끊임없는 잡음에 2위→5위 추락, 전통 강호 사이에 미래에셋금융 눈에 띄어

카카오는 지난해 2위에서 5위로 추락했다. 거침없는 사업 확장에 대한 반발,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창업자 김범수 의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신세계는 지난해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정용진 부회장의 SNS 소통과 SSG닷컴 등 신규 브랜도 효과, 야구단 인수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7위부터 10위는 네이버, 미래에셋, CJ, GS가 차지했다.

전통적인 강호들 사이에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10위권 내에 머문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눈에 띈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이 전통 재벌가 사이에서 10위 이내에 포진한 것도 이채롭다.
하림· DB ·코오롱 잇따른 악재로 꼴지 그룹에 머물러
반면 금호아시아나는 매각 이슈에 휩싸이며 2년 연속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금호아시아나 인수를 추진 중인 한진 그룹 역시 34개 기업 중 32위를 기록했다.

양사는 항공 산업을 영위하면서 오너가의 갑질 이슈로 전 국민에게 미움 섞인 시선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갖추고 있다. 즉, 오너리스크가 오너십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들 사이에 낀 33위 부영그룹도 오너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부영그룹은 지난해 오너십 평가 26위를 기록했으나 올해 오히려 순위가 떨어졌다.

꼴지 그룹에서는 코오롱이 31위를 차지해 30위권 바깥으로 밀렸다. 지난해 22위에서 9계단이나 밀린 코오롱은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등 사업 리스크와 오너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30위는 DB가 차지했다. DB는 동부그룹에서 기업 이미지(CI)를 바꾸는 등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김준기 회장의 성추행 파문 등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재판과 형제간 경영권 다툼, 이명박·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혼맥 등으로 오너리스크의 끝판왕으로 불리던 효성은 24위에서 20위로 상승세를 보였다.

롯데는 신격호 회장 타계 이후 10계단이나 추락했다. 지난해 13위에서 올해 23위로 급전직하했다.

특히 롯데는 실적 면에서도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쿠팡, 마켓컬리 등 기존 유통 질서를 허물만 한 유통 플랫폼 강자들이 득세하며 설 자리를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STX 팬오션을 인수하며 일약 대기업 군으로 등극한 하림은 지난해 16위에서 올해 23위로 떨어졌다. 하림은 한때 재계 순위 30위권까지 치고 올라오며 공격적 행보를 이어갔으나, 박근혜 정부 특혜 기업과 공정거래위원회 단골 조사 기업으로 낙인찍히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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