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로 인정받고 싶다면 ‘팔로워십’을 배워라[김한솔의 경영 전략]

정확하게 질문하고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핵심

[경영 전략]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상대를 만날 때가 종종 있다. 이때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상대와 싸우거나 무시하거나(fight or flight)다.

그런데 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조직에서 자신의 업무와 성과를 관리하는 상위 리더가 그런 사람일 때다.

물론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들이받을 수도 있고 “네네, 알겠습니다”라며 ‘영혼 없는’ 대답을 하며 하루하루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리더는 물론 자신도 만족할 수 없다. 조직에서 일하는 이유, 즉 성과가 창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팔로워’인 조직의 구성원들도 리더와 ‘슬기로운’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한 방법, 즉 ‘팔로워십’을 배워야 한다. 이 글에선 조직의 많은 구성원들이 리더와의 관계에서 어려워하는 대표적인 문제 상황 2가지를 해결하기 위한 힌트를 함께 찾아보자.배경 설명 없는 지시 어떻게 처리할까“잘 정리할 수 있죠.”
상당한 양의 자료와 함께 바빠 보이는 리더에게 일을 받았다. 처음 설명을 들을 때는 알 것 같았는데 막상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이때 ‘일단’ 알아서 해 보자는 생각으로 뛰어드는 것은 용감한 게 아니다. 이런 사람을 ‘무모하다’고 한다. 진짜 용감한 사람은 일을 시킨 리더에게 확인한다. 그래서 질문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과연 어떤 것을 물어야 할까.

A부터 Z까지 확인해야 할 것은 많다. 해당 업무를 정확하게 누가 지시한 것인지, 언제까지 마무리해야 하는지, 정리 형태는 무엇으로 해야 하는지 등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꼬치꼬치 묻다 보면 듣는 사람이 지친다. 그래서 정말 바빠 보인다면 일단 하나만이라도 명확히 하자. 바로 ‘왜(why)’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어떤 이유에서 필요한 것인가요”라고 묻는 식이다.

일의 목적을 알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가 쓰일 맥락이 어떤 것일지, 이 자료를 읽을 사람이 누구일지 등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어떤 목적에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 아, 그런데 하나만 주의하자. ‘왜’를 묻는다고 해서 “이 일을 왜 하죠”처럼 도전적으로 말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리더의 입에서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일단 해 보고 얘기합시다”와 같이 더 두루뭉술한 피드백을 들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일을 시킨 리더 본인도 해당 업무의 맥락을 정확히 모를 때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자기의 리더 역시 누군가의 팔로워이기 때문이다.

리더의 리더에게 일을 받았는데 그 리더가 맥락을 알려주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조직의 팔로워들은 자신의 리더와 상위 리더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들 간의 관계가 좋지 않다면 안타깝지만 자신의 업무 환경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할까. 그러기엔 아직 이르다. 둘의 관계를 떠나 자신은 일을 제대로 해서 성과를 내야 하니까. 그래서 이때는 질문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왜 모르시나요”와 같은 질문을 아무리 던져 봐야 소용없다. “나도 몰라요”라고 말할 리더는 많지 않으니까.

그 대신 “어떤 목적으로 이 일이 필요할까요”처럼 리더와 자신이 한편이 돼 상위 리더의 맥락을 함께 찾아야 한다. 배경 설명 없이 떨어지는 업무는 많다. 이때 무모해지지 말고 용감하게 대처하자. 방법은 ‘질문’ 하나뿐이다.상사의 피드백이 늦을 때의 대처법“일하다 제일 답답할 때가 언제인가요”라고 물으면 많은 구성원들이 “나는 일정에 맞춰 일했는데 위에서 막혀 더 이상 진도가 안 나갈 때”라고 답한다.

구성원도 이해는 한다. 리더는 구성원보다 더 많은 업무와 관련돼 있으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때 구성원들은 두 가지 직관적 선택을 한다.

하나는 ‘뒷담화하기’, 다른 하나는 급한 대로 ‘알아서 진행시키기’다. 미안하지만 둘 다 바람직하지 않다. 먼저 뒷담화부터 살펴보자. 뒷담화로 아무리 떠든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얘길 들은 다른 동료들 역시 상황을 바꿔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알아서 진도를 빼는 것 역시 답은 아니다. 업무 진행 도중에 방향이 바뀌었을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이 한 일은 안타까지만 ‘삽질’이 될 확률이 크다.

이때 필요한 것은 ‘요청’이다. 회피하거나 우회하려고 하지 말고 ‘직면’한 요청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이 해야 할 것은 ‘협박’과 ‘독려’ 사이의 줄타기다.

협박은 “리더님, 피드백 안 주실 건가요”라는 질문 속에 마치 ‘의견 안 주면 일 안 합니다’라는 말을 숨긴 것 같은 어투로 얘기하는 것이다.

리더가 미안해하며 답은 주겠지만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독려는 무엇일까. “리더님,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정리해 주셔야 계획한 일정 내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와 같은 표현이다. 일을 해야 하는 실무자로서 ‘걱정되는 점’을 강조해 보자.

이때 일을 시킨 리더가 중요시하는 포인트를 건드리면 독려의 힘이 더 커진다. 3가지 포인트를 생각할 수 있다. 먼저 ‘시간’이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일정을 지키기 힘들어 진다’와 같은 맥락이다. 다음은 ‘비용’이다. ‘결정해 주면 마무리를 위해 추가 인력이나 지원 없이도 끝낼 수 있다’와 같은 식이다.

마지막으로 ‘품질’도 중요한 포인트다. ‘오늘 중에 의견을 주면 애초에 생각했던 형태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와 같은 표현이다.

요청 시 하나 더 고려해야 할 것을 눈치 챘는가. 지금의 문제 상황에 대한 ‘탓’에 그치면 안 된다. 앞서 예를 들 것들 모두 ‘이러면 못합니다’가 아니라 ‘이런 지원이 되면 이런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맥락이다.

면피를 위한 하소연을 해서는 안 된다. 발전적 대안 중심의 대화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일을 준 리더도 당장 해 줘야 할 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이렇게까지 요청했는 데도 리더가 ‘잠깐만요’라는 식의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경우 현시점에서 이 일은 상대의 우선순위가 아닐 확률이 높다. 이때는 잠시 그 일은 내려놓고 다른 일을 하면 된다. 단, 리더에게 ‘업무 상황’에 대한 공유는 필수다. 그래야 나중에 “그 일은 왜 안하고 있죠”와 같은 억울한 질책을 막을 수 있다.

좋은 팔로워는 어떤 사람일까. 리더의 기분을 잘 맞춰주는 사람? 리더가 시키는 일을 군소리없이 잘 해주는 사람?

물론 위 두 가지도 필요한 자질이다. 하지만 본질은 결국 성과다. 친해지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라면 자신도 리더도 성과를 내기 위해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민의 방향도 심플해진다.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정확하게 질문하고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것, 그게 좋은 팔로워에게 필요한 핵심이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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