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탄소가 돈…‘탄소본위제’가 시작된 겁니다”

BNZ파트너스 임대웅 대표·권동혁 본부장…‘넷제로’로 열리는 신시장, 국내 기업에 큰 기회

[인터뷰]

기후 변화가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위기’로 인식되면서 ‘넷제로’ 달성을 향한 글로벌 금융 시장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넷제로’는 회사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우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다. ‘탄소 중립(carbon neutraliz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전도사로 통하는 BNZ파트너스 임대웅 대표와 권동혁 본부장은 바로 이 ‘넷제로’를 ‘탄소본위제의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기업들의 탄소 배출이 비용(돈)으로 등가되기 때문이다. 돈에 ‘탄소’라는 꼬리표를 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와 같은 ‘넷제로’가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BNZ파트너스 임대웅 대표와 권동혁 본부장

-최근 사명을 에코앤파트너스2도씨(℃)에서 BNZ파트너스로 변경했습니다.

“지난 10월 1일 BNZ라는 새로운 사명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속 가능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에코앤파트너스라는 모회사가 있고 에코앤파트너스2도씨는 기후 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자회사입니다. 지구 온도가 2도 올라가면 기후 재앙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잖아요. 기후 위기 문제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파리협정의 목표였던 2도를 사명에 붙였던 거죠. 그런데 올해 1월 1일부터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적용되기 시작했고 한국도 ‘탄소중립기본법’이 생겼잖아요. 이에 따라 우리의 1차 목표를 달성됐다고 본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은 ‘넷제로’였죠. 우리의 경제와 사회 체제를 어떻게 ‘탄소 중립 사회’로 전환해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기 위해 ‘비욘드 넷제로(Beyound Net Zero)’의 준말을 사명에 담았습니다.”(임대웅 대표)

-글로벌 금융 시장이 ‘탄소 중립’의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후 위기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예전보다 커졌습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기후 위기로 인한 리스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산불·가뭄·태풍 등으로 인해 실제로 물리적인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둘째, ‘탄소 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질 수 있죠. 예를 들어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나 수소차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기존의 정유 산업이 어려워지는 시장 리스크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이런 전반적인 리스크들을 고려해 국가는 정책을 마련하고 기업들은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임 대표)

-한국 기업들은 ‘탄소 중립’을 얼마나 실질적인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있나요.

“제도 초반과 현재 기업들의 대응은 상당히 다릅니다. 초반에만 해도 어떻게 하면 탄소 중립과 관련한 규제를 덜 받을 수 있을지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노력이 많았다면 최근 기업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대해 어떻게 하면 더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신경을 더 많이 씁니다. 실제로 탄소 중립을 ‘위기’라기보다 ‘기회’로 인식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미국이나 유럽 등의 시장만 보더라도 바이든 행정부가 청정 에너지 인프라 등 기후 변화 위기 대응에 2000조원을 쏟겠다고 하고 유럽도 약 13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하잖아요. 이런 움직임만 보더라도 ‘탄소 중립’ 분야에서 새로운 큰 시장이 열리는 셈이니까요. 한국 기업들 또한 이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권동혁 본부장)

-구체적으로 ‘탄소 중립’을 어떻게 금융 시스템에 반영하나요.

“앞으로 기후 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가 중요합니다. 쉽게 말하면 향후 기업들의 재무제표에 기후 변화 리스크를 화폐화해 반영할 수 있도록 만든 글로벌 프레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미 국제 금융감독기구인 바젤위원회는 물론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등에서도 기후 리스크를 금융 회사의 건전성 항목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어요. 금융 회사들에는 이와 같은 규제 변화에 따라 자신들이 투자하거나 거래하는 기업들의 금융 리스크를 고려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겁니다. 금융에 ‘탄소’라는 태그를 붙이는 거죠. 이런 게 바로 ‘탄소본위제’라고도 표현할 수 있어요.”(임 대표)

-금융 시장뿐만 아니라 국제 무역에서도 ‘탄소 중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카본 프라이싱’이 강조되면서 국제 무역에서 ‘탄소 국경 조정’이라는 콘셉트가 많이 강조되고 있어요. 파리기후협정에 따르면 각 국가마다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규제를 세게 하는 국가도 있고 느슨한 국가도 있겠죠. 문제는 각 국가마다 규제의 정도가 각기 다르다 보니 ‘탄소 누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탄소 규제가 센 국가에서 탄소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사업체들이 빠져나가는 현상인 거죠. 다만 문제는 온실가스라는 게 옆 나라에서 배출된다고 한국에서 영향을 받지 않는 게 아니잖아요. 이 때문에 한국에서 탄소 배출 규제를 강력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탄소 규제가 느슨한 다른 국가로 누출이 심화되면 결과적으로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아무런 효과가 없게 되는 현상을 말하는 겁니다. 이에 따라 이러한 상황들을 국제적인 차원에서 규제하고 조정해야 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죠, 그게 바로 ‘탄소 국경 조정’이라는 개념입니다.”(권 본부장)

- ‘탄소 국경 조정’이라는 개념이 향후 한국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과 관련해서는 유럽이 선도해 가고 있는데 ‘탄소 국경 조정’이라는 개념 또한 유럽에서 먼저 논의되기 시작한 겁니다. 현재 국가 간에 어떻게 이와 같은 탄소 배출 규제의 차이들을 조정할 수 있을지 유럽연합(EU)이 가장 먼저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CBAM)을 발표했어요. 현재 미국도 이에 대해 논의 중이죠. 이에 따라 유럽이나 미국 시장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이와 같은 규제에 맞추기 위한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예를 들어 유럽 시장의 탄소 배출 규제가 100이라고 하고 한국 시장의 규제가 50이라고 했을 때 50에 기준을 맞춘 한국 제품을 유럽에 수출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유럽과 한국의 탄소 배출 규제 차이인 ‘50만큼’에 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권 본부장)

-그러면 한국 기업들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겠습니다.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무역은 기본적으로 경쟁이니까요. 쉽게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와 한국 기업이 유럽으로 제품을 수출한다고 해보죠. 인도네시아의 탄소 배출 규제가 0이라고 했을 때 한국은 50이에요.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 기업은 50만큼의 추가 비용을 물게 되지만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100만큼의 추가 비용을 물게 되죠. 그렇다면 이는 오히려 값싼 노동력으로 수출 경쟁력을 갖게 되는 예전 방식과 비교해 한국 기업들에 훨씬 더 유리한 경쟁이 될 수도 있어요.”(권 본부장)

-한국 기업들이 ‘탄소 중립’ 전환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탄소 국경 조정 제도의 핵심은 제품 생산량 대비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겁니다. 이를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린다면 탄소 중립과 관련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죠. 반대로 탄소 중립에 대한 대비책 없이 버틴다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어요.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 데는 시장을 빨리 읽고 그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는 적응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탄소 중립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시장의 흐름을 빨리 읽고 대응을 잘해 놓기만 한다면 오히려 이러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전환과 무역 시장의 흐름은 한국 기업들에 큰 기회가 될 겁니다.”(임 대표)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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