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향하는 MZ세대, 골프 웨어 주목하는 패션업계

LF·삼성물산 패션·코오롱FnC, 브랜드 론칭 및 리뉴얼…‘명품 골프 웨어’ 인기는 고공 행진

[스페셜 리포트]

LF는 헤지스골프의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MZ세대 골퍼들을 겨냥했다.(/LF)

골프 필드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등장했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야외 활동에 목말랐던 MZ세대의 새로운 취미가 됐다.

이에 따라 골프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지역을 막론하고 골프장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고 주식 시장에서는 골프 산업 관련주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기대가 모아지는 곳은 패션 시장이다. 필드에서도 자신만의 패션을 추구하는 MZ세대 덕분에 지난해부터 각 패션 브랜드의 골프 웨어 매출액이 쑥쑥 자라고 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골프 웨어들은 MZ세대들을 붙들어 놓기 위해 과거의 골프 웨어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제품들을 연일 내놓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골프'는 정예슬 오아이오아이 대표와 협업 상품을 내놨다.(/삼성물산 패션부문)
아노락부터 후드티까지…신 골프 웨어의 등장 골프 웨어의 인기는 숫자로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주요 백화점들은 골프 웨어의 인기를 톡톡히 누렸다. 패션 기업들이 연일 신규 골프 웨어 브랜드들를 론칭하면서 백화점 내 골프 웨어 판매 실적이 급상승한 것이다. 2021년 상반기 주요 백화점의 골프 웨어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현대백화점 판교점 68.4%, 현대백화점 본점 59.7%,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83.4%로 대부분 50% 이상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중고 거래 시장에서도 골프 웨어의 인기는 이어졌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골프 의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0%, 거래 건수는 150% 증가했다. 또 1~6월 기준으로 MZ세대의 골프 의류 거래 건수는 2배(100%), 거래액은 2.7배(173%) 증가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의 검색량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가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번개장터는 1월부터 9월까지 가장 많이 검색된 골프 웨어 브랜드를 집계했다. 여성 의류는 타이틀리스트가 19만7000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파리게이츠(16만5000건), PXG(9만5000건), 제이린드버그(5만8000건), 마크앤로나(5만6000건)가 많이 검색된 것으로 집계됐다. 남성 골프 의류는 PXG가 1만7000건으로 가장 많이 검색됐다. 그다음으로는 파리게이츠(8700건), 타이틀리스트(6000건), 잭니클라우스(3500건), 나이키(2200건) 순이었다.

패션 브랜드들은 MZ세대의 안목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신규 골프 웨어 라인 론칭과 기존 브랜드 리뉴얼에 나섰다.

LF가 리뉴얼에 나선 브랜드는 헤지스골프와 닥스골프다. 헤지스골프는 세련된 스타일과 퍼포먼스 기능의 어우러짐에 초점을 맞춰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다. 브랜드 특유의 디자인 감성을 살리면서도 활동성을 극대화한 골프 웨어를 선보이며 다양해진 골퍼들의 입맛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LF는 헤지스골프의 디자인 콘셉트를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이라는 의미의 ‘모던 스타일리시(modern stylish)’로 변경하고 심플함을 기본으로 하면서 변형된 실루엣과 섬세한 디테일을 통해 포인트를 강조했다. 새로운 콘셉트로 완성된 2021 가을·겨울 컬렉션은 간결한 바탕에 최신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한 패턴·디테일 등 디자인 요소를 담아 냈다. 특히 최근에는 아노락 풀오버, 맨투맨, 조거팬츠 등 편안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스타일이 인기다. LF 관계자는 “넉넉한 피트감에 우수한 스트레치성까지 갖춰 캐주얼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으며 해당 카테고리는 예년 대비 약 70% 정도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닥스골프는 기존 중·장년층을 겨냥한 선물용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넘어 MZ세대 고객층을 상대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골프 웨어라는 브랜드 가치를 각인시킬 계획이다. 최근에는 아노락 점퍼, 버뮤다 팬츠 등 필드 안팎에서 캐주얼한 스타일링이 가능한 아이템이 인기다. 특히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하며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는 여성 라인이 인기를 끌며 예년 대비 30%에 가까운 매출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기존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LF는 신규 골프 웨어 브랜드로 ‘더블 플래그’를 론칭했다. LF는 한국 뉴서티 골프 웨어 시장의 성장세에 비해 실구매층인 20~30대 고객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자유분방하면서도 개성 있는 스트리트 캐주얼 골프 웨어 시장을 한국 골프 웨어 시장의 니치 마켓으로 보고 1년여 전부터 더블 플래그의 론칭을 준비해 왔다.

지난해 9월 론칭한 ‘더블 플래그’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30대 골퍼들의 취향에 맞춰 스트리트 캐주얼 감성을 극대화한 영(young) 골프 웨어 브랜드로, 맨투맨·후드티 등 캐주얼 아이템들에 골프 웨어의 기능성과 디테일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더블 플래그는 성별에 관계없이 남녀 모두 가볍게 소화할 수 있는 젠더리스 스타일을 펼치고 있다. ‘바운더리스 골프(boundaryless golf)’를 메인 슬로건으로 골프 웨어와 일상 룩과의 경계, 성별의 경계를 깨 기존의 획일화된 골프 착장에 지친 고객들에게 새로운 골프 웨어를 제안하고 있다.

이번 시즌 컬렉션은 여유로운 피트의 맨투맨·후드티 등 캐주얼 아이템들에 골프 웨어의 기능성과 디테일을 더한 아이템들이 대표적이며 색상 배색이 인상적인 아노락, 스트라이프 패턴 점프 슈트 등 기존의 골프 웨어에서 출시하지 않는 창의적인 제품군을 새롭게 선보여 MZ세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영 골퍼 위해 리뉴얼 나선 골프 웨어 브랜드
‘골든베어’는 코오롱fnc가 올해 3월에 론칭, 디지털에 익숙한 2030을 겨냥한 온라인 전용 골프웨어 브랜드다.(/코오롱에프엔씨)


코오롱인더스트리FnC도 ‘영 골퍼 잡기’에 나섰다. ‘왁(WACC)’은 올해 FW 시즌에서 골프의 정통성과 어우러지는 하우스의 포커 게임과 체스 게임에서 모티브를 따 온 위트 넘치는 디자인 콘셉트와 오버롤 점프 슈트, 아가일 패턴 셋업 등 트렌드에 맞춘 전략 상품을 통해 MZ세대 공략에 나선다.

동시에 신규 브랜드도 론칭했다. ‘골든베어’는 코오롱FnC가 올해 3월에 론칭, 디지털에 익숙한 2030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전용 골프 웨어 브랜드다. 스트리트 무드를 즐기는 MZ세대 골퍼를 타깃으로 유니섹스 라인의 캐주얼한 골프 웨어 컬렉션을 선보인다.

브랜드 콘셉트는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의 골든 제너레이션(golden generation : 특정 연령층에 돌출한 재능을 가진 인재)을 위한 골프 웨어’를 모티브로 핵심 소비층인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영 골퍼들이 일상생활에서 즐겨 입는 실루엣들을 재해석, 브랜드만의 감성을 결합해 출시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전형적인 골프 착장에서 탈피, 오버핏과 와이드 패턴을 접목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전 라인이 유행을 타지 않는 제품들로 구성돼 캐주얼한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고 다양한 제품과 포인트로 매치하기 좋다”며 “특히 볼마커 부착이 가능한 자석을 내장하는 등 골퍼들의 편의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골프’는 인기 캐주얼 브랜드 ‘오아이오아이(O!Oi)’의 정예슬 대표와 협업하며 MZ세대와의 소통을 확대한다. 빈폴골프는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 젊은 골퍼들을 위해 정예슬 대표와 손잡고 협업 컬렉션 상품을 출시한다. 정 대표가 직접 이번 컬렉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참여해 디자인·비주얼·뮤즈 등의 활동을 담당한다.

빈폴골프는 브랜드 고유의 헤리티지와 고급스러운 감성을 유지하면서 레트로 감성의 스포티한 스타일을 세련되게 접목했다. 특히 골프장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스타일링할 수 있도록 유니크하고 자유로운 실루엣을 토대로 감각적인 골프 컬렉션을 내놓았다. 스웨트 셔츠와 트레이닝 셋업, 스타디움 재킷, 니트 카디건, 풀오버 등 새로운 아이템들의 매칭을 통해 기존 골프 웨어의 틀을 깬 디자인을 강조했다. 또 네이비와 크림 컬러를 중심으로 체크·아가일 패턴과 로고 플레이 등을 활용해 레트로하면서 스포티한 디자인을 더해 MZ세대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골프 웨어에서도 이어지는 ‘명품 사랑’
타이틀리스트는 골프 브랜드 최초로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의 ‘명품거리’에 입성했다. (/타이틀리스트)


최근 패션 기업들의 효자 아이템으로 거듭난 것은 해외 명품 브랜드다. 한국 기업들이 직접 수입·유통하는 해외 브랜드들이 높은 판매량을 올리며 패션 기업들의 매출액도 덩달아 증가했다. 특히 MZ세대들은 다양한 ‘신명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원하는 브랜드를 사기 위해서라면 해외 직구부터 중고 거래까지 망설이지 않는다.

골프 웨어 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MZ세대가 골프 시장에 유입되자 해외 명품 골프 웨어 판매량이 급증했다. 티셔츠 한 장에 30만~40만원을 오가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제품이 없어서 구하지 못할 정도다. 대표적인 해외 명품 브랜드들로는 타이틀리스트·제이린드버그·PXG 등이 있다.

이에 따라 해외 명품 골프 웨어 브랜드의 판권을 보유한 한국 업체들도 덩달아 웃음 짓고 있다. 골프 브랜드가 사업의 6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는 휠라홀딩스는 대표적인 골프 웨어 관련주로 꼽힌다. 올해 2분기 휠라홀딩스의 매출액은 1조194억원, 영업이익은 1783억원을 기록했다. 김진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휠라홀딩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5.5% 급증한 성장세를 보였는데 이는 골프 웨어 매출 증가가 기업 실적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휠라홀딩스에서 골프 브랜드를 담당하는 ‘아쿠쉬네트’ 사업 부문도 급격히 성장했다. 아쿠쉬네트는 전문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를 포함해 ‘풋조이’, ‘피나클’, ‘스카티 카메론’ 등을 보유하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아쿠쉬네트를 인수했다. 2016년 아쿠쉬네트가 뉴욕 증시에 상장하자 지분을 20% 추가 매수하면서 52%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됐다.

특히 타이거 우즈가 사랑하는 브랜드로 알려진 아쿠쉬네트의 ‘타이틀리스트’의 인기는 심상치 않다. 2021년 상반기 기준 휠라홀딩스에서 FILA 부문은 전년 대비 18.1%의 매출 증가를 보였지만 아쿠쉬네트 부문은 57.5%의 매출 증가를 나타냈다. 여기에는 타이틀리스트의 전 세계적인 인기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시장에서의 인기를 토대로 타이틀리스트는 골프 브랜드 최초로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의 ‘명품거리’에 입성했다. 타이틀리스트는 9월 7일 브랜드스토어 청담점을 그랜드 오픈했다. 5층 규모의 단독 매장에서는 타이틀리스트 골프 볼에서부터 어패럴, 기어 제품까지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 신규 매장의 1~3층은 제품 전시 및 판매 공간, 4~5층은 사무 및 휴게 공간으로 구성됐다.

스웨덴 골프 브랜드 ‘제이린드버그’를 수입·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골프 웨어 열풍의 수혜를 봤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이린드버그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4% 늘어났다.

제이린드버그는 MZ세대 골퍼들이 가장 사랑하는 명품 골프웨어 브랜드 중 하나다.(/신세계인터내셔날)


제이린드버그는 지난 3월 강남구 신사동에 한국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총 2층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는 골프 라인과 남성 라인을 한곳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또 제품뿐만 아니라 공간 내·외부 디자인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덴마크 출신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 데이비드 툴스트럽이 전체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았다.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에 이어 7~8월에는 제이린드버그 갤러리아 센터시티점, 신세계 아라리오점,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점에 추가 매장의 문을 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제이린드버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하반기에도 일반 매장을 추가 오픈해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MZ세대의 유입으로 골프 웨어 시장에는 몇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먼저 필드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의 등장이다. 아노락·맨투맨·조거팬츠·버뮤다 팬츠 등 기존 골프 웨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최근 패션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원 마일 웨어’가 골프 웨어에서도 적용돼 어디서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의 니즈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또 ‘오버 핏’을 선호하는 MZ세대의 성향을 고려해 넉넉한 피트감의 아이템들도 출시되고 있다. 커다란 로고를 강조하는 레트로풍의 골프 웨어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기존의 원색 위주의 골프 웨어 대신 파스텔·무채색 등 다양한 컬러의 골프 웨어들이 등장한 것이 최근의 특징이다.

하지만 패션업계가 지금의 골프 웨어 열풍을 마냥 즐길 때만은 아니다. 골프 웨어 시장이 양극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기 때문이다. 패션 시장이 명품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로 극명히 나눠진 것처럼 골프 웨어에서도 이와 같은 양상이 반복될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로 고가의 해외 골프 웨어 제품들은 품귀 현상까지 벌어질 정도다.

특히 골프족들이 경제적 안정성을 지니고 있고, ‘보여지는 것’을 중시하는 경향을 고려할 때 명품 위주의 쏠림 현상은 심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패션 기업들은 확실한 타깃층과 매력적인 아이템을 내놓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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