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사요” MZ세대 지갑 여는 ‘친환경’ 브랜드 공통점은?

MZ세대, 비싸더라도 취지가 좋으면 사는 가치 소비
가격의 정당성은 제품의 진정성과 동일



러쉬(Lush), 프라이탁(FREITAG), 파타고니아(Patagonia) 등 MZ세대의 픽(PICK)을 받은 이들 브랜드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친환경을 기업 경영이나 제품 생산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브랜드? “가격 높아도 믿고 구매한다”

대표적인 친환경 브랜드 두 가지를 살펴보자. 러쉬는 대표적인 자연주의 브랜드다.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은 원재료를 사용하며 최소한의 포장재 사용을 추구한다. 또한 임직원의 다양성 보장을 주요 경영 원칙으로 내세워 평등한 지배구조를 확립한다. 프라이탁은 스위스에서 시작된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트럭의 방수 천, 텐트 천 등을 재활용해 만드는 제품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대부분의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각기 다른 천을 활용하기 때문에 가방 하나하나에 부여되는 희소성도 크다.

두 브랜드의 가격은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는 타 브랜드보다는 비싼 편이다. 비건주의, 업사이클링, 제로 웨이스트를 표방하는 다른 브랜드 역시 가격대가 평균보다 높다. 소비자를 납득시키는 것은 그 가격의 정당성이다.

해당 브랜드를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물었다. 김지현(29) 씨는 “기존 방식대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찾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고, 이러한 제품 소비가 정착한다면 가격도 조정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박민호(25) 씨는 “친환경 브랜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좀 더 힙하고, 멋있게 디자인을 만드는 것 같다. 소비자들이 사고 싶게 디자인한 동시에 취지까지 좋아서 사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친환경에서 출발한 브랜드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의 친환경 변화에도 긍정적이다. 국내 최초로 페트병의 라벨(상표띠)를 제거해 출시한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8.0 ECO’는 1년 만에 판매량 500% 증가(올 1분기 기준)를 달성했다. 플라스틱 사용량은 6.8톤 줄었다. 제주개발공사가 출시한 무라벨 생수 ‘삼다수 그린’ 역시 7월 한 달간 삼다수 가정배송서비스(삼다수 애플리케이션) 전체 매출의 70%를 달성했다.




MZ세대, “환경 문제는 곧 우리 세대의 문제”

MZ세대의 소비에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앞으로 자신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기 때문이다.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 김남휘(23) 씨는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2030년, 2050년까지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한 약속을 쏟아내고 있다. 2030년은 곧 다가올 미래다. 자연스럽게 기업의 동향과 방향성을 지켜보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MZ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환경, 사회 이슈에 민감하다. 잘못한 기업에는 불매운동으로 잘한 기업에는 구매운동으로 응답한다. 소비자를 속이거나, 노동·인권 문제가 있었던 기업은 개선 여부를 확인한다. 이러한 MZ세대가 주력 소비자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더욱더 중요한 요소가 됐다. 경영 성과를 비롯한 기업의 장기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표가 된 것이다. 과거에는 착한 기업들의 상징이었던 환경친화적 제품과 사회 공헌 활동에 모든 기업이 뛰어드는 것이 그 방증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진정성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늘어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나 MZ세대는 코로나19로 인해 도시 봉쇄, 공장 축소 등으로 인한 대기 질 완화를 실감하는 동시에 재택근무 확산과 배달·택배 서비스 증가로 일회용품, 포장 쓰레기 급증을 목격한 세대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를 실망시킨 기업에 MZ세대는 한없이 냉정하다. 이제는 명목뿐인 사과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주요 소비자 층인 MZ세대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변화를 설명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