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재생·무한 스크롤에 숨은 ‘뇌과학 마케팅’

소비 욕망의 스위치 누르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페이스북·넷플릭스·코카콜라의 성공 비밀

[스페셜 리포트]

<YONHAP PHOTO-0795> epa09506182 Facebook, WhatsApp and Instagram icons are seen on a mobile device in Belgrade, Serbia, 04 October 2021. Facebook's services and applications: Instagram, WhatsApp and Messenger went down on Monday 04 october in various parts of the world, users denounced on the Downdetector website. EPA/ANDREJ CUKIC/2021-10-05 05:19:07/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당신이 인스타그램에서 한참을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
당신이 펩시보다 코카콜라를 선택하는 이유.
무심코 한 소비 행동이 사실 기업의 정밀한 마케팅에 낚인 결과물이라면? 인간의 무의식을 파고든 기업의 마케팅 전략, 그 속에 숨은 ‘심리’는 무엇일까. 보다 정밀해진 뇌과학 마케팅이 다가오고 있다.

지영 씨는 아침에 울리는 알람 소리에 일어나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켠다. ‘좋아요’가 얼마나 눌렸는지, 다이렉트메일(DM)은 온 게 없는지. 자신의 게시글(피드)을 확인하기 위해 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지만 어느새 5분 넘게 창을 들여다보고 있다. 인스타그램 스크롤을 하염없이 내리며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그리고 마음에 든 제품을 보면 해당 상품의 링크를 따라가기도 한다. “앗 지각이다.” 경고 알람이 또 울리고 나서야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다. 그의 하루 시작이다.

“우리는 이따금 사진이나 글 같은 데서 ‘좋아요’를 클릭하거나 댓글을 단 사람에게 도파민이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2017년 11월 9일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이자 첫 대표이사였던 숀 파커는 페이스북의 설립자들이 처음부터 ‘인간 심리의 취약성’을 이용해 플랫폼을 설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가능한 한 많은 시간과 관심을 페이스북 안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중독’에 초점을 두고 플랫폼을 설계했다는 말이다.

스크롤의 뇌과학, ‘도파민’

이를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마치 슬롯머신의 레버를 당기듯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를 스크롤한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보거나 좋아하는 친구의 새로운 소식을 알게 된다. 어떤 글은 불쾌감을 주기도 하고 어떤 글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 스크롤한다. 무의식중에 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우리의 뇌가 ‘보상’을 기다리고 하는 행위다.

‘뇌과학 마케팅(21세기북스)’의 저자인 매트 존슨 헐트 국제경영대학원 교수는 “피드 스크롤을 통해 우리가 얻는 쾌락의 정도는 예측할 수 없고 무작위적”이라며 “그럼에도 계속해 스크롤을 하는 이유는 다음 글에는 달콤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이 뉴스피드를 처음 도입한 2004년만 해도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뉴스피드가 공개된 다음 날 사용자들이 페이스북 본사 앞에 모여 항의했을 정도다. 하지만 당시 뉴스피드의 책임자였던 루시 생비 페이스북 프로덕트 매니저에 따르면 ‘수많은 사람들이 뉴스피드를 중단하기를 원했고 사용자의 10%가 서비스 보이콧을 외쳤지만 서비스 이용자는 오히려 두 배로 늘었다’고 한다.

뉴스피드가 도입된 지 17년이 지난 지금, 페이스북은 뉴스피드 안에서 수많은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한 페이스북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에 하루 평균 14번 정도 접속해요. 회사 직원이 재미있는 조사를 했는데 한 사람이 하루 동안 페이지를 스크롤하는 높이를 누적해 보면 ‘자유의 여신상(46m)’ 하나를 올린다고 하더라고요. 매일 엄청난 콘텐츠를 소비하는 셈이죠.”

제2의 페이스북들인 소셜 미디어 대부분이 뉴스피드 모델을 도입했다. 지금은 페이스북의 계열사가 된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하루에 몇 개의 광고에 노출될까.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평균 2000개 이상의 광고에 노출된다고 한다. 그중 우리가 기억하는 광고는 극히 제한적이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기억에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심기 위해 여러 방편을 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뇌과학’이다. 뇌 속에 숨겨진 구매 동기와 소비 욕망의 본질을 파악해 이를 마케팅으로 풀어 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뇌과학 마케팅’ 또는 ‘뉴로 마케팅’이라고 한다.

뇌 속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인 뉴런과 마케팅을 결합한 용어로, 뇌신경과학을 통해 소비자의 무의식에서 나오는 상품에 대한 감정이나 구매 행위를 분석해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기법이다. 음료·식품·화장품·패션·정보기술(IT)·자동차·영화 등 다양한 산업에서 뉴로 마케팅이 활용되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마트에 시계가 없는 이유’, ‘마트의 골든존(고객이 잘 보이는 진열대 위치) 법칙’, ‘화면에서 좌측 상단에 로고를 둔 이유(구텐베르크 다이어그램 법칙)’ 등이 대표적인 뉴로 마케팅의 사례다.

존슨 교수는 “우리가 보는 브랜드 로고, 우리를 집중하게 하는 TV 광고, 매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 등은 소비 세계의 가장 겉에 있는 가시적인 층일 뿐”이라며 “그 안에 더 깊이 들어가면 우리가 모르게, 우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우리 뇌의 독특한 구조를 이용해 세심하게 설계된 층이 있다”고 말한다. 이 메커니즘을 이해할 때 올바른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 재생의 뇌과학, ‘관성’

1분에 400시간 이상의 콘텐츠가 올라오는 유튜브에도 뇌과학 마케팅이 활용되고 있다. 바로 ‘자동 재생’이다. 영상이 끝난 이후 클릭하지 않아도 다른 추천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되는 기능이다. 유튜브는 자동 재생 기능을 기본 설정으로 사용함으로써 사용자들이 기본 설정을 해제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밖에 없게끔 조치했다.

이 역시 ‘최소 정신적 노력의 법칙’을 이용한 뇌과학 마케팅의 일환이다.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뇌는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 적게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으로, 뇌의 게으름이 사고를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존슨 교수는 “기본 설정을 거부하려면 자동 모드에 있는 뇌를 수동 모드로 전환해야만 한다”며 “하지만 우리의 뇌는 수동 모드를 피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이러한 초기 기본 설정 덕분에 우리는 설계자가 선호하는 방향으로 쉽게 바뀔 수 있다”며 “일단 변화가 시작되면 우리는 그 관성을 거부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최근 웹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넷플릭스도 지난 4월 자동 재생 기능을 도입했다. 개인의 취향을 기반으로 추천 콘텐츠를 즉시 재생하는 기능이다. 넷플릭스 측은 지속적으로 새로움을 선보이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속내는 사용자를 더 끌어들이기 위한 뇌과학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 밖에 뇌의 게으름을 이용한 마케팅의 사례는 다양하다. 최근 다수의 기업들이 도입한 자동 결제 방식이나 한 번에 밀어서 결제하기처럼 소비 과정을 간단하게 만들면서 생각할 틈 없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게끔 한다. 이커머스의 황제 아마존이 그 대표 주자다. ‘편리한 쇼핑 경험’을 기업 철학으로 삼아 아마존은 쇼핑 과정에서의 모든 불편을 제거하며 지금의 유통 황제로 자리했다.

감성 마케팅의 뇌과학, ‘연상’

‘마시자, 코카-콜라(1886년)’, ‘코카-콜라 그것뿐(1982년)’, ‘행복을 여세요(2009년)’, ‘이 맛, 이 느낌(2016년)’, ‘함께라는 마법(2021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문구는 코카콜라의 시대별 슬로건이다. 세대에 따라 익숙한 슬로건이 다를지라도 코카콜라는 매년 광고와 브랜딩에 수십억 달러를 쓰며 이 슬로건을 소비자의 뇌에 각인시켜 소비자들이 음료를 선택할 때 영향을 미치게 해 왔다.

업계에선 유명한 일화지만 경쟁사인 펩시콜라가 브랜드를 가린 채 소비자에게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맛을 비교하게 한 ‘펩시 챌린지’ 마케팅 캠페인에서 53 대 47로 펩시가 코카콜라를 앞섰다. 반대로 브랜드를 노출한 채 비교하면 80 대 20으로 코카콜라가 우세했다. 존슨 교수는 “코카콜라라는 이름이 뇌의 의미망에 각인돼 있기 때문에 코카콜라를 떠올리기만 해도 뇌의 깊은 곳까지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상품을 통해 이끌어 내려는 일관적인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노출함으로써 뇌에선 ‘연상’이 일어나고 뇌의 의미망의 기본적인 구조가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아주 어린 시절부터 수없이 반복한다면 그 학습 효과는 더 커진다. 존슨 교수는 “아주 장기간 브랜딩 된 코카콜라는 이미 우리의 뇌 안에 세를 들어 살고 있다”며 “하지만 임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코카콜라를 마시는 우리”라고 꼬집었다.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도 이러한 뇌과학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다. 나이키는 그리스 신화 속 승리의 여신인 ‘니케(Nike)’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니케의 영어식 발음이다. 나이키는 이를 스포츠업계의 ‘신’ 이미지와 연결 지으려고 수많은 마케팅 전략을 썼다. ‘나이키를 신는 한 승리의 여신은 우리 편’이란 신화적 스토리에 당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인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등을 브랜드 모델로 기용하며 성공 신화를 기록했다.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컴퓨터 칩을 뇌에 이식한 돼지를 2020년 8월 28일 공개했다. /뉴럴링크 홈페이지 캡처

뇌과학, BCI로 ‘대변혁’ 맞을 것

뇌과학 마케팅은 앞으로 더 깊숙이 소비 과정에 침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더 무의식으로 들어오기 위해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 Brain-Computer Interface)다. BCI는 사용자가 생각하고 결정한 특정 뇌파를 언어나 신체 동작을 거치지 않고 시스템의 센서로 전달해 컴퓨터나 외부 기기에서 해당 명령을 실행하게 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뇌 상태를 읽는 번역기로, 사람의 의도·감정·생각 등을 읽어 낼 수 있다.

BCI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고 꽤 진전된 상태다.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이 BCI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 분야의 선도 기업은 테슬라의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2016년 비밀리에 약 1억 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스타트업 뉴럴링크다. BCI 전문 기업으로, 올 4월 조이스틱 없이 생각만으로 게임을 하는 원숭이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BCI 기술이 실생활에 응용된다면 우리의 삶은 대변혁을 맞이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머스크 CEO는 “뇌 인터페이스를 가지게 된다면 기억에 저장된 것을 업로드할 수 있고 백업 파일로 자기 자신의 기억을 저장하고 복구할 수도 있다”며 “결과적으로 기억들을 잠재적으로 새로운 몸 혹은 로봇 몸에 다운로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럴링크는 칩을 통해 뇌 질환과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지만 BCI의 활용 분야는 훨씬 더 광범위하다. 마케팅도 그중 하나다. 인간의 뇌를 정확하게 분석해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임창환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는 “뇌의 잠재 의식을 읽게 되면 뉴로 마케팅이나 거짓말 탐지기로도 쓸 수 있다”며 “우리가 어떤 대상을 봤을 때 선호도를 갖느냐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에도 BCI가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mini 인터뷰 - 임창환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
“BCI 기술, 뉴로 마케팅의 새로운 방법 제공할 것”사람의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이는 기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 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이 미래 뇌과학의 핵심 원천 기술로 떠올랐다. 신경공학·뇌공학 전문가인 임창환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는 2006년 설립된 한양대 계산지능 및 뇌공학 연구실을 이끌며 첨단 뇌공학 주제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임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도 뉴로 마케팅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며 대기업들이 선호도 조사에 활용하고 있다”며 “감정 인식을 이용하면 상품에 대한 선호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BCI 기술이 뉴로 마케팅에도 많이 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하는 BCI 분야는 무엇인가.
“다양한 BCI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BCI는 목적 중심으로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주변 외부 기기를 제어하는 것이다. 둘째, 언어적인 방식을 통하지 않고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이용해 의사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사용자의 뇌 상태를 인식해 적절한 분야에 활용하는 것이다. 앞에 두 개의 목적이 환자 대상의 기술 개발이라면 셋째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BCI 기술이다. 우리 연구실은 세 가지 목적 연구를 전부 진행하고 있지만 주로 일반을 대상으로 뇌파를 이용해 제품의 선호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해 달라거나 감정 변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달라는 의뢰가 가장 많이 들어오고 있다.”

-어떤 기업들이 의뢰하나.
“지난해와 올해 연구를 수행한 기업 중에는 자동차·전자·화장품·헬스케어 기기 회사들이 있었다. 신제품이 나오기 전에 선호도나 감정 변화를 정량적으로 평가해 달라는 의뢰였다.”

-뇌파를 활용한 마케팅은 어떤 효과가 있나.
“설문 조사를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 응답자의 선입견이나 기타 다른 요소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BCI 기술을 활용하면 기타 요소가 배제된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결과 값을 얻어낼 수 있다. 보다 객관적인 자료로서 설문 조사를 백업하는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
“미국에서는 일반화된 방법 중 하나다. 글로벌 마케팅사인 닐슨이 2010년대 초반에 뉴로포커스란 뉴로 마케팅 전문 기업을 인수했다. 현재 뉴로 마케팅 전문 부서를 별도로 두고 미국 기업들의 마케팅 관련 리서치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인식이 많이 달라져 대기업에 감정 지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팀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자체적으로 뇌파를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만큼 외주를 맡겨 의뢰하는 곳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뉴로 마케팅은 이미 보편화되지 않았나.
“뉴로 마케팅의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뉴로 마케팅 안에 BCI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뉴로 마케팅에는 아이트래커(동공 시선 추적기), 심박, 피부 전도도와 같은 생체 신호, 뇌파의 변화 등이 있는데 그중 뇌파를 이용한 기법이 BCI와 겹친다고 볼 수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BCI 기술이 뉴로 마케팅에 적용되는 것이다. 뉴로 마케팅이란 오랜 역사에 BCI 기술과 같은 신기술들이 새로운 방법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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