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 해외 순익 1600억 달성 가능할까

출범 10주년 앞두고 그룹 차원 글로벌 사업 확장 집중
동남아 농업국 사장점유율 확대 노려

[비즈니스 포커스]

10월 5일 개최된 ‘2021년 제2차 글로벌전략협의회’에서 손병환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NH농협금융지주 제공


“글로벌 사업이 농협금융의 핵심 전략 사업이자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 계열사의 역량을 집중해 달라.”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이하 농협금융) 회장은 10월 6일 열린 ‘2021년 제2차 글로벌전략협의회’에서 임직원들에게 능동적인 해외 사업 추진을 주문했다.

농협금융은 미주·유럽·홍콩 등 주요 투자은행(IB) 시장에 거점을 확보하는 한편 특장점인 농업금융 부문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무기로 ‘상업금융+농업금융’이라는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펼쳐 동남아시아 농업국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등 ‘투 트랙’ 전략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런던 사무소 개설…홍콩·시드니 등 6곳 지점 준비
금융사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한국 금융 시장을 넘어 성장성이 높은 해외 지역에서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농협금융 역시 마찬가지다. 농협금융은 내년 3월이면 금융지주회사 체제 전환 10주년을 맞이한다. 이들은 10주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영토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농협금융은 한국 5대 금융지주 중 글로벌 진출 후발 주자다. 2012년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한 이후 해외 진출을 본격 진행했고 2017년에서야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글로벌 부문이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지난해 타 금융사들의 글로벌 부문 순이익 비율이 20%를 넘어선 반면 농협금융은 1%대에 그쳤다. 다른 금융지주의 해외 진출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후발 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유례없는 암초를 만나 글로벌 영토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사업 당기순이익은 2018년 179억원에서 2019년 289억원으로 증가했지만 2020년 274억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다만 농협금융은 위기 속에서도 글로벌 자산을 꾸준히 늘리며 해외 사업의 기반을 닦고 있다. 2018년 1조1000억원이었던 자산은 2019년 1조3000억원, 2020년 1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또 지난해 중·장기 목표도 세웠다. 계열사별 해외 네트워크 확대와 해외 점포별 사업 역량 강화를 중점 추진해 2025년까지 ‘해외 사업 당기순이익 1600억원, 해외 점포 13개국 28개’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현재 농협금융은 해외 9개국 19개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계열사별 전략은 이렇다.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은 해외 점포를 크게 기업금융 특화와 선진금융 허브 등으로 나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국과 동남아 등은 한국계 기업 진출이 활발한 만큼 기업 여신과 무역 금융에 집중한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미국 뉴욕과 홍콩,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에는 글로벌 투자은행(GIB)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올해 8월 영국 런던에 사무소를 내는 데 성공했다. 런던 사무소는 NH농협은행의 11번째 해외 네트워크다. 진출 국가로는 9번째다. NH농협은행은 현재 미국·중국·베트남·홍콩 등 8개국에 진출해 있다. 런던 사무소 개소는 자금 운용과 중개·조달 등 부문에서 NH투자증권과 연계 효과를 확대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영국에서는 NH투자증권이 2016년 런던 사무소를 차린 상태다. 농협금융은 런던 사무소를 거점으로 삼아 유럽 IB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향후 지점 전환과 IB 데스크 설치를 위한 작업, 현지 시장 조사 활동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런던 외에도 NH농협은행은 호주 시드니, 중국 베이징, 베트남 호찌민, 인도 노이다 등 6개 거점에 지점 개설을 추가할 계획이다. 기업투자금융과 선진금융 허브를 육성하기 위한 홍콩 지점은 직원 채용과 업무 시스템(GBS) 개발 등 연내 영업 개시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4월 홍콩 금융 당국(HKMA)으로부터 지점 설립에 대한 최종 인가를 받았고 5월 사업자 등록을 마친 상태다. 호주 IB 시장 진출의 기반이 될 시드니 지점은 3월 말 호주 금융 당국으로부터 은행 명칭 사용 허가를 획득했다. 내년 2분기 지점 최종 인가 획득과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 진출 기반과 농업 관련 사업을 지원할 베이징 지점도 연내 지점 설립 준비와 본인가 승인을 완료하고 내년 2분기 영업을 개시한다는 목표다.
농업금융 노하우로 동남아 농업국 공략
이와 함께 NH농협은행은 동남아 주요 농업 국가에서 농협만의 강점인 농업 금융 노하우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과거 농촌 고리채 문제 해소, 영농 지원, 생산·유통·판매 시스템 구축 등을 경험했는데 동남아 농업국에서도 서민·농민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를 선보여 사업 기반을 확충하고 향후 농기계 사업, 농자재 판매, 농업 유통망 구축 등 금융·생산·유통 사업을 연계해 한국 농협의 성공 모델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2016년 미얀마 법인 설립 시 농업금융 부문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높이 평가받아 한국계 금융회사 중 최단기간 내 사업 인가를 승인받았고 지난해엔 양곤 사무소도 열었다. 최근엔 농업 생산 잠재력이 큰 캄보디아로 세력을 확장,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 소액 대출 법인을 운영 중이다.

권준학 NH농협은행 은행장은 8월 11일 서대문구 본사에서 화상으로 열린 영국 런던 대표사무소 개소식을 국외 점포장들과 함께 축하하고 있다./사진=NH농협은행 제공


비은행 계열사 중 지난해 농협금융 실적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NH투자증권은 급증하는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의 수요를 반영해 해외 영업 인프라를 개선하고 현지 금융 상품 중개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는 홍콩법인이 지난 5월 홍콩거래소 회원권을 취득했다. 이와 함께 NH투자증권은 앞으로 홍콩‧중국 주식 관련 투자 정보를 강화한다. 리서치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지금 중국은’ 자료를 발간할 계획이고 반기 단위로 중국 산업과 기업 분석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 공식 유튜브 ‘투자로그인’에도 중국 주식 관련 콘텐츠 신규 업로드를 준비한다. 또 올해 영국 런던 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IB 사업도 더 확대할 계획이다.

NH농협캐피탈도 해외 유수의 협동조합과 파트너십을 맺고 합작 사업 등을 통해 현지화 진출을 꾀하고 있다. 예컨대 농협금융은 지난해 초 세계 최대 비료협동조합 ‘인도비료협동조합(IFFCO)’과 투자를 체결했는데, 자회사 NH농협캐피탈을 통해 IFFCO 산하 현지 여신 전문 금융회사 ‘키산파이낸스(IFFCO-Kissan Finance)’의 지분 약 25%를 확보하는 조인트벤처(JV : 공동 사업체) 방식이다. 한국 금융사 중 조인트벤처로 인도 금융 시장에 진출한 것은 농협금융이 처음이다. NH농협캐피탈은 합작을 통해 3만6000여 개 농업 관련 협동조합을 회원사로 둔 IFFCO의 광범위한 영업 채널과 안정적인 사업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지 농기계 구매와 담보 대출 사업에 참여하는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돋보기
농민들 신용 사업 이끄는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농협은 1961년 농업인을 중심으로 출범한 한국의 대표적 협동조합이다. 조합원 수만 211만2000명이 넘는다. 이는 한국 농업인(224만5000명)의 94% 정도다. 농민이 주주인 기업인 것이다.

농협은 2012년 3월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세사업과 신용사업을 분할, 현재 1중앙회·2지주사(경제·금융)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신용사업을 도맡은 곳은 NH농협금융지주다. NH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분리된 이후 NH농협은행·NH투자증권·NH농협생명·NH농협손해보험·NH-아문디(Amundi)자산운용·NH농협캐피탈·NH저축은행·NH농협리츠운용·NH벤처투자 등 9개 금융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현재 NH농협금융의 선장은 올해 취임한 손병환 회장이다. 손 회장은 1962년생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농협협동조합중앙회에 입사한 후 2020년 NH농협은행 수장을 거쳐 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31년 농협맨’이다. NH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한 후 초대 회장을 맡았던 신충식 전 회장을 제외하고 사실상 첫 내부 출신 회장이다. 손 회장이 사령탑에 오르면서 그동안 경제 관료 출신을 선임해 오던 관행이 깨진 셈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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