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일자리’ 해결 하는 스케일업 육성 [김용우의 경영 전략]

전담 연구 기관 마련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 필요해

[경영 전략]



저성장과 일자리가 이슈인 시대에 이 두 가지를 모두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가 정신을 실현하는 창업 기업가, 벤처 기업가가 많아야 한다. 특히 비상장 기업으로 기업 가치 10억 달러(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6월 말 벤처기업 고용은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 이는 고용보험 가입자 기준 전체 기업 고용 증가율 3.4% 대비 약 3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유니콘 기업인 벤처기업 8개사의 평균 고용 증가 인원은 전체 벤처기업 평균 대비 약 139배나 높았다.

이처럼 벤처기업, 특히 유니콘 기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막강하다. 그리고 유니콘이 된 기업의 성장 속도는 아주 빠르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의 유니콘 기업 수는 글로벌 전체 대비 1.4%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CB인사이트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전체 779개 유니콘 기업 중 한국 기업은 11개였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티몬·두나무·직방 등을 포함해 한국 유니콘 기업이 15개라고 발표했는데, 그래도 2%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유니콘 기업이 많이 나올까. 유니콘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스케일업(scale-up)’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정보공유·네트워킹 장 만들어 줘야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정의에 따르면 스케일업 기업은 매출이나 고용이 최근 3년간 평균 20% 이상 성장한 기업을 말한다.

미국은 5%의 스케일업 기업이 신규 일자리의 3분의 2를 창출하고 있고 영국은 6%의 스케일업 기업이 54%를 차지한다. 한국은 9.8%의 스케일업 기업이 33.4%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매년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용을 늘리는 스케일업 기업은 그 자체로 성장과 고용 모두를 잡는 기업이다. 그리고 동시에 유니콘 기업이 될 가능성을 높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 창업 기업의 3년 생존율은 40% 수준이고 5년 생존율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창업 기업이 스케일업 기업이 되는 비율은 3%가 채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어떻게 해야 성장과 고용을 모두 잡는 스케일업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을까.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으로 관심을 돌리고 교육, 정보 공유, 네트워킹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정부 정책의 방향을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으로 전환하자는 말들이 많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벤처기업의 스케일업 방안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미 미국·영국 등 주요국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으로 정책의 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

특히 영국은 2014년 세계 최초로 스케일업 육성 전담 기관인 스케일업연구소(Scale Up Institute)를 설립하고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이 기관은 리더십 강화, 인재 확보, 시장 접근성 제고, 투자 촉진, 인프라 구축 등 스케일업에 필요한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 정보 공유, 네트워킹 등 창업에서 스케일업을 거쳐 유니콘 기업까지 성장 단계별로 지원한다.

이처럼 스타트업 중심의 교육, 정보 공유, 네트워킹 등에서 스케일업 중심으로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국 스타트업을 위한 모임은 많지만 스케일업을 위한 모임은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스케일업으로 관심을 돌리고 스케일업을 위한 모임과 지원이 많아야 한다.

연초 필자의 회사에서 스케일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권 회장은 당시 “스타트업, 특히 스케일업 CEO들은 본인의 사업 영역에서만 사람들을 만나는데, 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만나야 성장의 기회와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는 “경영자가 회사 내부 이슈에 집중하면 성장할 수 없고 세상의 변화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회사로 연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쏟아지는 당면한 이슈로 좁은 시야를 가질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 CEO가 스케일업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회사 내부 이슈에서 외부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유니콘 기업인 박재욱 쏘카 대표는 “성공한 창업자가 활발히 투자하고 스타트업 기업에 멘토 역할도 해 줄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게 한국에 유니콘 기업이 많이 탄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인재 영입 위해 명확한 비전 제시해야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CEO들이 모이고 이 자리에서 앞서 유니콘 기업을 이룬 창업 CEO, 스케일업과 유니콘 기업의 탄생을 도와준 투자자, 빠른 성장을 이루고 이를 지속하고 있는 선도 기업의 CEO 등 스케일업을 위한 앞선 경험을 나눈다면 더 많은 유니콘 기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정글 속에서도 먼저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이 있다면 조금은 더 쉽게 헤쳐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스케일업을 위한 CEO 모임에서 앞서 유니콘 기업이 된 이승건 토스 대표가 토스 초기의 스케일업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본인이 창업한 진짜 이유, 세상에 주려고 하는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이를 향해 끈기 있게 나아가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 무엇보다 성장하는 데 필요한 요소를 찾고 오직 성장하는 일에만 몰입해야 한다. 회사의 가치와 성장에 공감하는 소수의 인재를 확보해 인재 밀도를 높이고 CEO의 지시에도 솔직하게 말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성장을 위해 무엇이든 시도하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스타트업 기업은 대부분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매일매일 치열하게 앞으로 나간다. 생각과 다른 결과, 실패가 일상인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본인이 창업한 진짜 이유, 가치관이다.

가령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들어 편리함을 주고자 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금융·제조·서비스 등 사업 분야나 사업 아이템은 다음 문제가 된다. 그러면 어느 하나에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게 만들고 끈기·인내·도전의 용기도 생긴다.



또 다른 유니콘 기업인 이수진 야놀자 대표가 유니콘 기업이 되기 전에 쓴 책 ‘리스타트’를 보면 그는 “무엇으로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야놀자의 가치는 무엇이고 내 동료의 가치는 무엇인가 등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끝까지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성공의 비결을 적었다.

스타트업 기업은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일할 사람은 없다.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찾고 나머지는 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꼭 필요한 인재는 찾아야 한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회사와 함께 성장해 나갈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이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창업 CEO의 가치관이 바로 서 있고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미래 비전에 공감하는 소수의 인재들로 인재 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CEO의 생각에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무엇이든 해 보겠다고 말할 수 있는 투명하고 솔직한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저성장 시대 성장과 고용을 모두 잡으려면 스케일업 기업이 많이 나오고 이들이 빠르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환경과 스케일업 관점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CEO들이 모여 앞선 경험에서 배우고 서로의 길을 나누며 스케일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 보자.

김용우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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