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기업 가치 100조원’…선제 투자로 배터리 선두 내달린다
입력 2021-10-20 06:01:15
수정 2021-10-20 06:01:15
‘초격차 시동’…진격의 K배터리 CEO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이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이 2020년 12월 1일 공식 출범했다. 1995년 LG화학이 배터리 개발을 시작한 이후 25년 만의 홀로서기다.
초대 사령탑인 김종현 사장은 2024년 매출 30조원을 달성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지위를 굳힌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김 사장은 1984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해 LG그룹 회장실을 거쳐 LG화학에서 소형전지사업부장, 자동차전지사업부장, 전지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배터리 전문가로 ‘37년 LG맨’이다.
김 사장은 배터리 기술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를 바탕으로 자동차전지사업부장 시절부터 아우디·다임러그룹 등 유럽과 중국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신규 수주를 끌어냈다.
2018년부터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으며 LG화학 배터리 사업의 본격적인 성장기를 열었다. 폭스바겐·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잇따라 확보하며 LG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명실상부한 세계 1위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연내 IPO 완수·배터리 화재 원인 규명 해결 과제
김 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 중인 미국 전기차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따라 2025년 240만 대, 2030년 480만 대, 2035년 800만 대 등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은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과 공급망 변화,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추세 등에 따라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김 사장은 배터리 생산 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기존 배터리업계의 관행을 깨고 ‘선수주 후투자’에서 ‘선투자 후수주’ 전략으로 과감하게 전환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동맹’ 강화에 힘쓰고 있다.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해 미국 오하이오 주와 테네시 주에 배터리 생산을 위한 대규모 합작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합작 공장 외에도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단독 투자해 미국 내에만 총 145G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차와는 인도네시아에 2023년 완공을 목표로 배터리셀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합작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셀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신기술을 적용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리튬이온 배터리로, 2024년부터 생산되는 현대차·기아의 E-GMP(전기차 전용 플랫폼)가 적용된 전용 전기차를 비롯해 향후 개발될 다양한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해외 시장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연내 IPO를 통해 대규모 투자 재원을 확보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유럽·중국 등 해외 설비 증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 가치가 5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김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현대차와 GM 등에 납품한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불거진 안전성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힌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