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톤 액체 엔진 조립만 3개월…기술 자립에 자부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누리호 엔진 개발 스토리…끝없는 도전으로 ‘한국의 스페이스X’ 노린다

[스페셜 리포트] 우주 개발 대항해 시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남 창원 공장에서 누리호에 탑재될 엔진이 조립되고 있다. 출처: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 유일의 우주 발사체 로켓 엔진 제작사다. 누리호 개발의 가장 큰 도전 과제였던 로켓의 핵심인 엔진 국산화에 성공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총조립은 물론 터보펌프와 주요 개폐 밸브 등 부품 제조를 담당한다. 세계 수준에 가까운 항공기용 엔진 조립 기술을 누리호에 접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총 6기의 엔진을 납품했다. 누리호는 길이 47.2m, 무게 200톤의 3단형 우주 발사체로 설계됐다. 1단 로켓은 75톤급 액체 엔진 4기를 묶어 300톤급의 추력을 내고 2단은 75톤급 액체 엔진 1기, 3단은 7톤급 액체 엔진 1기가 장착됐다. 75톤급 중대형 액체 엔진 개발·생산은 세계에서 일곱째다.

올해 3월 누리호의 핵심인 1단 엔진 종합 연소 시험이 성공했다. 목표 연소 시간 127초의 오차 범위 내인 125.5초간 연소를 진행했다. 실제 발사와 똑같은 자동 발사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추진체 탱크에서부터 엔진 시스템까지 모든 시스템이 정상 가동했다. 실제 발사에 위험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엔진 개발 과정에는 큰 난관이 있었다. 중대형 액체 엔진 개발의 가장 큰 기술적 난제는 '연소 불안정 현상'을 없애는 것이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이를 해결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 개발에 나설 수 있는 바탕이 됐다.. 또한 2013년부터 시험 설비 구축 사업에 착수해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 후 액체 엔진을 누리호에 탑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엔진 개발의 최전선에서 활약한 추진기관생산부의 김종한 차장에게 액체 엔진 개발 과정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있다. 누리호에 사용되는 엔진 6기를 모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납품했는데 개발 당시 어려움은 없었나.

“조립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한국에서 로켓 액체 엔진이 설계 및 조립된 적이 없어 수많은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야만 했고 조언을 얻을 때마다 조립 절차서를 만들어야 해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모든 개선 결과가 반영돼 엔진이 누리호에 조립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과 뿌듯함을 느꼈다.”

-로켓 엔진은 고체·액체로 나뉜다. 그중 액체 엔진이 고체보다 고급 기술로 평가받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닌 기술력과 강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항공 엔진 관련 특화 기술과 다수의 숙련된 기술자 및 제작 설비를 갖춘 한국 유일의 가스터빈 엔진 전문 업체다. 다양한 운용 환경에 적합한 소재를 선정하는 기술과 고속 회전을 위한 초정밀 가공 및 엔진 조립 절차, 품질 보증 역량 등을 갖췄다. 액체 엔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보유 역량으로 난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안정적인 조립 생산에 성공했다.”

-누리호에는 75톤과 7톤 엔진이 장착된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엔진일수록 기술력이나 작업량, 인력이 더 많이 투입되나.

“엔진의 무게가 반드시 조립 난이도와 비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75톤 엔진은 고중량 부품이 많은 엔진이어서 인원 3명이 약 3개월간 조립한다. 7톤 엔진은 2명이 2개월간 조립한다. 하지만 조립 난이도로 볼 때 7톤 엔진이 작은 부품을 더욱 세밀하게 조립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75톤 액체 엔진은 터보펌프가 1만3000rpm(1분당 회전수)으로 연료를 공급한다. 테스트 중 결함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는 없었나.

“터보펌프는 액체 엔진의 심장이다. 극저온의 환경과 고온·고속 환경을 한 번에 제어하는 장치로 신뢰성이 매우 중요하다. 조립 시에도 균형과 기밀 시험 등을 통해 검증하고 조립이 완료된 후에도 수류 시험과 실매질 시험이 끝난 후 엔진을 조립했다.”

-향후 75톤 엔진 외에도 추가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준비 중인 엔진이 있나.

“누리호에 탑재된 액체 엔진은 가스 발생기 사이클을 적용하고 있다. 가스 발생기 사이클 엔진은 터보펌프를 구동한 가스가 발출되는데 이때 버려지는 가스를 재사용해 효율을 높이는 다단 연소 사이클 엔진은 항우연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이번 액체 엔진 개발로 한국은 세계에서 일곱째로 중대형 액체 엔진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한국에서 최초인 만큼 프로젝트 진행 시 조언을 얻거나 참고한 해외 롤모델 기업이 있나.

“액체 엔진 기술을 발사체 선진국들이 모두 기밀로 유지하고 있어 이전을 꺼린다. 이에 따라 독자적인 기술 자립화를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술 이전은 어려웠지만 우리가 꿈꾸는 롤모델 기업은 있었다. 미국의 ‘스페이스X’다. 그곳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개발을 시작해 거대 항공 우주 기업들의 전유물이던 우주 발사체 시장을 차지했다. 또 가스 발생기 사이클로 다른 기업의 엔진을 제압한 ‘멀린 엔진’을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경남 창원 공장에서 75톤 액체 엔진을 1년에 최대 13기 이상 제작할 수 있다고 하는데 향후 늘어날 가능성은 없나.

“현재 한국형 발사체 사업의 엔진은 모두 조립이 완료됐다. 누리호 3차 발사에 사용될 엔진도 시험 후 최종 납품 작업을 수행 중이다. 내년 이후 시작될 프로젝트는 액체 엔진 양산화다. 공정과 품질을 개선해 현재 수준을 뛰어넘는 작업량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누리호 발사 이후 내년 2월에도 둘째 로켓이 대기 중이다. 내년 로켓의 엔진 납품도 끝난 것으로 아는데 두 로켓 모두 같은 엔진을 사용했나.

“누리호에 사용되는 엔진은 ‘FM(Flight Model)’으로 이후 발사될 로켓에는 같은 모델이 장착된다. 기존 발사체의 성공을 통한 신뢰성을 기반으로 같은 엔진을 장착할 계획이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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