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개 위성 잇는 우주 인터넷, 주식 투자 활용도 가능하죠”

윤효상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인터뷰
“스타트업 위한 발사장 만들어야”

[스페셜 리포트] 우주 개발 대항해 시대

윤효상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사진=서범세 기자


지구를 넘어 우주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각축전이 시작됐다. 우주는 이제 세금을 들여 ‘개발’해야 할 분야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 상업적으로 투자하고 사업을 통해 이윤을 얻는 ‘산업’의 일부가 됐다. 이른바 ‘뉴 스페이스’ 시대다.

뉴 스페이스 시대를 대표하는 사업은 초소형 위성 분야다. 초소형 위성은 2010년대 초부터 상업적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분야의 선두 주자로는 미국 민간 위성 업체 ‘플래닛 랩스’가 꼽힌다.

플래닛 랩스는 2010년 월 마셜 등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 과학자 3명이 창업했는데, 2017년 구글 위성사업부 ‘테라벨라’를 인수하며 퀀텀점프에 성공했다. 지난 10월 18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당시 플래닛 랩스에서 근무했던 윤효상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를 만나 미국 항공 우주 스타트업의 생태계에 대해 들어봤다.

윤 교수는 “우주는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1960년대 인류는 이미 달에 갔다. 지구를 넘어 우주로 갈 수 있는 기술이 이미 반세기 전 개발된 셈”이라며 “개발이 된 이상 이제부터는 경제 논리다. 시간·돈·사람에 투자하면 할 수 있는 영역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 플래닛 랩스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됐나.

“솔직히 운이 좋았다. 우주 시스템 분야는 인공위성 설계가 무기 산업과 연결될 수 있어 기본적으로 외국인을 선호하지 않는다. 민간 우주 산업을 이끌고 있는 스페이스X도 굳이 외국인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적대하지는 않지만 외국인을 받아 주는 분위기도 아니다. 즉 외국인이 박사 학위를 따고 일하기 힘든 환경이다. 그런데 운 좋게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 밑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플래닛 랩스에서 일할 수 있었다. 플래닛 랩스는 스페이스X와 상황이 달랐다. 우선 최고경영자(CEO)가 영국 사람이었고 다른 두 창업자는 각각 미국인과 호주인이었다. 회사 분위기 자체가 외국인에게 관대한 회사였다. 또 2015년만 해도 그렇게 유명한 회사는 아니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는 어땠나.

“플래닛 랩스와의 인연은 미국 유학 시절 2015년 인턴을 하면서 시작됐다. 여름방학 기간인 6~8월 인턴을 했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유도항법제어(GNC) 엔지니어로 일했다. 우선 미국과 한국은 고용 문화가 많이 다르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대부분 임의 고용(at-will employment) 형태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계약을 하는데 계약자 간에 해고·퇴사에 제약이 없다. 노동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생기면 사용자 측에서 해고하고 노동자가 개인적인 사유로 퇴사하는 일이 빈번하다. 기업으로선 당시 업무 수행에 성과를 내는 인재만 고용할 수 있어 효율성이 올라간다. 반대로 보면 그만큼 일하는 사람들은 충성도나 애사심이 없다. 이 때문에 이직이 잦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어 돈 많이 주는 회사가 있으면 2주 안에 옮긴다. 특히 공학도들에겐 인공위성 분야가 자동차와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 2018년과 2019년 자율주행 분야가 대박을 치면서 웨이모 등 미국 자율주행 기업들이 인공위성 엔지니어들을 많이 스카우트해 가기도 했다. 미국의 고용 시스템은 기술 발전에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가 미국 어느 지역에서든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돈이 흘러 넘치는 실리콘밸리여서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테라벨라’ 인수 후 분위기가 궁금하다.

“기업공개(IPO)를 하기도 전에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사업 부문을 인수한 사례다. 그때부터 플래닛 랩스가 주목받았다. 엔지니어들도 테라벨라에서 넘어온 인공위성을 연구하는 데 바빴다. 당시 나는 테라벨라 인공위성의 자세 제어(AOCS) 코드를 짜고 별 위치를 보며 자세와 지향을 결정하는 스타 트래커를 연구했다.”

-미국과 한국의 스타트업은 차이가 있나.

“미국에서만 스타트업 경험을 했다. 미국 유학 전 쎄트렉아이에서 자세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인공위성 영상 품질을 분석한 경험이 있지만 쎄트렉아이와 요즘 스타트업을 동일선에 놓고 비교하기엔 시대가 다르다. 미국에선 벤처캐피털이 공격적 투자를 즐긴다. 사업 설명회 때 ‘우리는 더 많은 리스크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다. 대신 성공했을 때 더 많은 파이를 보장해 달라’고 말한다. 반면 한국에선 우주 분야 모태펀드가 없고 스타트업들이 투자받기도 쉽지 않다고 들었다. 그런데 투자사들의 성향 때문이냐고 묻는다면 100% 그렇다고 하기 어렵다. 스타트업에도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미국 스타트업은 창업하는 목표가 명확하다.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느냐다. 이들은 투자를 받기 위해 어떤 상품이 나오고 이를 통해 벌어들일 수익은 어느 정도인지 꽤나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한다. 또 본인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 주며, 시제품을 빠르게 제작하기 위해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국 스타트업들은 항공 우주 분야가 클래식 엔지니어란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 우주 엔지니어링은 자동차 제조와 같이 경험치가 중요하다. 이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과 사업 아이템이 중요한 정보기술(IT) 사업과 다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스타트업이라도 NASA 출신 등 경험이 풍부한 연구원 포섭을 일순위로 한다. 마셜 플래닛 랩스 CEO는 물리학과 출신으로 NASA 에임즈(Ames)에서 일했는데, 최고기술책임자(CTO)도 NASA 출신이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의 CEO는 IT 출신이지만 그들은 경험치 높은 인재 영입을 최우선 순위로 했다. 물론 모든 직원을 그런 사람으로 채울 필요는 없다. 다만 베테랑 전문가를 영입한 후 창업해야 실패율이 낮아진다. 한국의 스타트업은 인재 영입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 스타트업에 필요한 부분은 뭔가.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만나면 연소시험장과 발사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연소시험장은 넓은 공간에만 지으면 된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조금만 있다면 공유 연소시험장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반면 한국의 발사장은 사실 답이 없다. 한국이 지리적으로 모호한 위치에 있다. 누리호 발사장이 전남 고흥인 이유는 그 지역만 발사 가능한 각이 나오기 때문이다. 태생적인 한계인 셈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스페이스X에서 진행하고 있는 해상 발사 등 대안을 정부에서 마련해야 한다. 경제적 미래를 생각한다면 스타트업이 이용할 수 있는 발사장을 마련해 줘야 한다. 누리호를 쏜 다음의 문제는 민간으로의 기술 이전이다. 공학과 과학은 다르다. 공학은 연구하는 것을 쓸모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둔다. 정부 연구소가 있다면 민간으로 기술 이전돼야 한다. 한국은 지금까지 이 부분이 부족했다.”

-현재 연구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쎄트렉아이에서 일할 때 인공위성을 만들었는데, 인공위성은 하루에 40분 이상 통신이 불가능해 운용할 때마다 어려움을 느꼈다. 이후 유학을 준비하면서 레이저 통신 분야를 알게 됐다. 진공의 우주 공간에서 위성 간에 레이저를 이용해 통신이 이뤄지는데, 이를 이용해 인공위성 간 링크를 만들어 데이터를 전송하면 인공위성을 실시간으로 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는 수천 개의 위성을 연결한 우주 인터넷 사업으로 연결된다. 어쨌든 가장 빠르고 정확한 통신이다. 예컨대 유럽 증시에서 실시간으로 급상승는 종목을 미국에서 거래할 때 저궤도 군집 통신 위성을 이용한다면 수십 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차이에 의해 증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문화·언어·경제 등 현실적인 문제로 결정했다. 그 무엇보다 공학도로서 내가 태어나고 살았던 곳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랐다. 카이스트는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한다. 10여년 전만 해도 우스갯소리로 항공우주공학 나오면 선풍기·세탁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만큼 지금까지는 우주 쪽이 먹고살기에는 매력도가 떨어지는 분야였다. 뉴 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과거와 달리 항공 우주 분야의 전망이 밝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약력
1985년생. 2008년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졸업. 2017년 MIT 항공우주공학 박사. 2008년 쎄트렉아이 자세제어(AOCS) 연구원. 2017년 플래닛 랩스 유도항법제어(GNC) 엔지니어. 2019년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조교수(현).
윤효상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사진=서범세 기자


대전=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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