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눈독 들이는 억만장자들

뉴 스페이스 시대 이끄는 기업가 3인의 우주 전략…첫 상업 우주여행 잇따라 성공시켜

[스페셜 리포트] 우주 개발 대항해 시대

민간 첫 우주 여행에 성공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과 동료들 / AP연합뉴스


대항해 시대의 부호들은 ‘황금 광산’을 찾기 위해 신대륙에 눈을 돌렸다. 지금 이 시대의 억만장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은 다름아닌 ‘우주’다. 인류의 발길이 닿지 못한 미지의 세계, 바로 그곳에 ‘황금’이 묻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주를 발판으로 ‘조만장자’가 되기를 꿈꾸는 대표적인 기업가들은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 그리고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다. 이들 3인의 ‘우주 정복 전략’을 비교해 봤다.

민간 기업 첫 ‘우주 여행’, 리처드 브랜슨

억만장자들의 우주 전쟁, 그 첫째 격전지는 다름 아닌 ‘우주 관광’ 사업이다. 우주에 무한한 가능성이 묻혀 있다면 우주에 직접 발을 디뎌야만 비로소 첫걸음을 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주에 도달하기 위한 발사체가 필수적이고 ‘우주여행’은 이와 같은 발사체 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민간 우주 사업인 셈이다.

민간 기업이 주도한 전 세계 첫 우주여행의 주인공은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다. 우편 주문 판매회사인 버진레코드로 시작해 지금은 항공사, 이통사 등 전 세계 30여 개 국가에서 20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버진그룹의 회장이다.

브랜슨 회장이 직접 탑승해 관심을 모았던 이번 우주여행에서 버진갤럭틱의 우주선은 블루오리진이나 스페이스X처럼 로켓을 이용하는 방식은 아니다. 우주 왕복선(VSS유니티)을 대형 항공기(VMS이브)에 싣고 이륙한 다음 공중에서 엔진을 점화해 고도 90km까지 상승한 뒤 4분간 무중력을 체험하고 지구로 귀환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대기의 끝 지점을 고도 80km로 간주하고 있다.

이번 비행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버진갤럭틱은 최근 ‘지구의 끝’까지 올라가는 우주여행 상품에 최저 45만 달러(약 5억1400만원)를 매겼다. 2014년까지 판매됐던 우주여행 티켓 가격 20만~25만 달러(약 2억3500만~2억800만원)와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높아진 셈이다. 버진갤럭틱은 2000년대 후반부터 판매했던 이 우주여행 티켓은 저스틴 비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포함해 무려 600명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진갤럭틱은 2023년 3분기부터 상업 비행을 시작해 본격적인 ‘우주 관광’의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브랜슨 회장은 버진갤럭틱 외에 항공기로 공중에서 소형 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발사하는 ‘버진오비트’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첫 무인 조종 우주여행 성공, 제프 베이조스

버진갤럭틱이 세계 첫 민간 우주여행에 성공한 지 불과 열흘 만에 블루오리진이 또 다른 역사를 썼다. 브랜슨 회장에 이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 또한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이날 베이조스 창립자는 블루오리진의 준궤도 로켓 ‘뉴셰퍼드’호를 타고 고도 108km까지 올라간 뒤 11분간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다. 이 우주선에는 베이조스 창립자 외에 그의 동생 마크 베이조스, 82세로 최고령 여성 우주인이 된 월리 펑크, 18세의 물리학과 학생인 올리버 다먼이 동승했다. 월리 펑크는 1960년대 NASA의 우주 비행사 시험에 통과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꿈을 포기했던 인물이다. 올리버 다먼은 조 다먼 서머셋캐피털파트너스 CEO의 아들로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탑승권 경매를 통해 이번 여행에 합류했다.

100km 우주 여행에 성공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와 동료들 /AP연합뉴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블루오리진은 지난 10월 13일 둘째 우주여행에도 성공했다. 특히 이번에는 1960년대 미국 인기 드라마 ‘스타트렉’에서 제임스 커크 선장을 연기했던 90세의 노배우 윌리엄 섀트너가 탑승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는 버진갤럭틱의 ‘유니티’와 결정적 차이가 있다. 먼저 대형 항공기를 사용하는 버진갤럭틱과 달리 로켓을 쏘아 올린다. 이 로켓이 상공 80km 지점에 도달하면 탑승객들이 타고 있는 캡슐이 로켓과 분리된다. 108km 지점까지 상승한 캡슐은 그 상태로 10여 분간 머무른 뒤 캡슐의 낙하산이 펼쳐지며 지상으로 복귀하게 된다. 국제항공연맹(FAI)이 고도 100km인 ‘카르마 라인’을 우주의 경계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FAI가 인정한 첫 민간인 ‘우주여행’이다.

대형 항공기를 이용한 버진갤럭틱은 로켓 회수가 필요 없는 반면 로켓을 이용한 블루오리진은 이번 비행에서 우주선 발사용 로켓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향후 우주 산업의 핵심 기술이 ‘로켓 재사용’ 기술임을 감안한다면 블루오리진이 버진갤럭틱보다 ‘한 수 위’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브랜슨 회장의 목표가 ‘우주 관광의 활성화’라면 베이조스 창립자의 야망은 그보다 크다. 블루오리진의 다음 목표는 2022년 하반기 대형 로켓 ‘뉴 글렌’의 발사다. 이번에 성공한 ‘뉴셰퍼드’보다 35배 강력한 엔진 파워를 보유한 뉴 글렌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욱 저렴한 비용에 우주를 여행하는’ 미래를 여는 첫 관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단순한 ‘우주여행’이 아니라 ‘미래의 인류가 우주와 지구를 넘나들며 일하고 삶을 살아가는’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베이조스 창립자는 이미 2019년 블루오리진의 사업 설명회를 통해 2024년 달 착륙을 목표와 함께 달 착륙선 ‘블루 문’을 공개한 바 있다. 궁극적으로 베이조스 창립자는 달에 우주 도시를 건설하고 우주 이주 등 장기 프로젝트의 첫걸음으로 블루 문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앞서가는 우주 정복자, 엘론 머스크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창립한 스페이스X 또한 지난 9월 15일 우주 관광선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우주여행에 성공한 두 기업보다 두 달 정도 늦었지만 기술적으로는 가장 앞섰다는 평가다. 우주와 지구의 경계선에서 잠시 머물렀던 앞선 우주여행과 달리 ‘사흘간 지구 궤도를 돌고’ 다시 지구로 내려왔다. 일반적으로 흔히 상상하던 우주여행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셈이다. 6개월간의 훈련을 거쳐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 드래곤에 탑승한 민간인 우주 비행사 4명은 매일 15바퀴씩 지구 궤도를 돌았다.

스페이스X는 그간 여러 차례 유인 우주선을 우주로 보내는 데 성공했지만 탑승객 전원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용카드 결제 처리 업체 시프트4페이먼트의 창립자인 재러드 아이잭먼 CEO도 이번 스페이스X의 우주여행에 탑승했다. 그는 지난 2월 스페이스X에 약 2억 달러(약 2334억원)를 지불하고 티켓 4장을 구매해 이번 우주여행의 비용을 모두 지불한 바 있다.

9월15일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 여행을 떠나기 전 밝게 웃고 있는 스페이스 X 크루드래곤의 민간인 탑승객들 / AP연합뉴스


스페이스X의 이번 우주여행이 앞서 진행됐던 두 기업의 우주여행과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은 두 가지다. 먼, 크루드래곤은 처음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아닌 고도 580km의 자유 비행을 목표로 했다. 이는 상공 400km 지점에 있는 ISS나 허블 우주 망원경 궤도보다도 높다. 2010년 재사용할 수 있는 우주 발사체 팰컨9의 최초 발사 이후 1단 발사체뿐만 아니라 페어링을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어 ‘로켓 재사용’ 기술 역시 스페이스X가 가장 앞섰다는 평가다.

베이조스 창립자가 미래 우주 산업의 근거지로 ‘달’을 향하고 있다면 머스크 CEO는 ‘화성’을 중심으로 우주 산업을 펼쳐 갈 계획이다. 2050년까지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인간을 달에 보내는 ‘디어 문(Dear moon)’ 프로젝트에 이어 2024년에는 화성 이주를 위한 첫 무인 탐사선, 2026년 인류의 첫 화성 이동을 계획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100명의 사람과 화물 100톤을 달과 화성에 실어 나르는 것이 목표다.

우주를 향한 머스크 CEO의 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페이스X는 일찌감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 프로젝트에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소형 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현재 베타 서비스를 제공 중으로 스페이스X는 14개 나라에서 10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머스크 CEO는 향후 이 스타링크 프로젝트에 300억 달러(약 35조원)를 투자해 2027년까지 약 1만2000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려 놓을 계획이다. 현재까지 쏘아 올린 위성만 1700여 개로 알려져 있다. ‘스타링크’ 프로젝트는 향후 인공위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고 있다. ‘스타링크’에 힘입은 스페이스X는 최근 실제로 기업 가치 1003억 달러(약 120조원)로 평가받으며 유니콘의 100배인 ‘헥토콘(hectocorn)’ 반열에 올랐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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