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본능’ 동원시스템즈, 2년 만에 회사채 시장 복귀

외형 성장·수익성 향상 노력에 900억원 발행에 1300억원 수요 집중

[마켓 인사이트]

동원시스템즈 강원 횡성 무균충전음료 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출처: 한국경제신문


동원그룹의 포장재 전문 기업인 동원시스템즈가 2년 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따른 외형 성장과 수익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앞세워 예상했던 회사채 발행 금액을 웃도는 투자 수요를 이끌어 냈다. 단,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투자 규모가 확대돼 향후 신용도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얼어붙은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선방

연말을 앞두고 회사채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기준금리는 인상 국면에 돌입했고 시장 금리 역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각종 공제회와 자산 운용사들은 시장 상황이 바뀌자 빠르게 올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A급(A-~A+)’에 머무르고 있는 동원시스템즈의 회사채 발행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던 배경이다.

이에 따라 동원시스템즈가 회사채 시장에 들어선 이후 꾸준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한국투자증권은 유난히 이번 딜에 공을 들였다. 회사채 발행 구조를 짜고 동원시스템즈의 투자 매력을 부각시키는 것에 집중했다.

이 노력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었다. 올해 10월 동원시스템즈가 진행한 회사채 수요 예측(사전 청약)에 총 1300억원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 동원시스템즈가 당초 계획한 회사채 발행 규모는 900억원이었지만 예상보다 뜨거운 투자 수요에 최종적으로 1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동원시스템즈의 성장 가능성과 탄탄한 영업 수익성이 기관투자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아셉틱(무균 충전 공법)과 2차전지 소재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해 점진적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3년 평균 매출 대비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EBIT)은 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안정적인 영업 현금 흐름 창출로 차입금을 줄이고 이익 누적을 통해 자기 자본을 확충하면서 2015~2020년 재무 구조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2016년 연결 기준 238.6%이던 부채 비율은 2017년 140.8%로 대폭 낮아지더니 올해 6월 기준으로 121.9%를 기록했다.

금융 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트렌드도 잘 활용했다. 동원시스템즈는 이번 회사채 중 일부를 ESG 채권으로 구성했다. 한국기업평가로부터 녹색 채권 인증을 받아 조달한 자금을 2차전지 연구소 구축과 2차전지 원형 캔 설비 증설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자체적인 ESG 투자 비율을 맞추기 위해 ESG 채권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영업으로 창출한 현금으로 신규 사업 관련 투자를 충당할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며 “우수한 수준의 재무 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회사채 발행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향후 투자 부담에 대한 평가는 ‘분분’

동원시스템즈는 지속적인 M&A로 사업 역량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2012년까지 연간 4000억원 수준이던 연결 기준 매출은 잇단 M&A를 거치면서 2015~2017년 연간 1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동원시스템즈는 2013년 1월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건설과 통신 부문을 물적 분할했다. 이와 함께 알루미늄 압연과 가공 사업을 하는 ‘대한은박지’를 흡수·합병했다.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외주 생산의 일부를 대체하는 효과를 거뒀다. 또한 2014년 1월에는 한진피앤씨를, 10월에는 테크팩솔루션을 인수했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가운데 미국령 사모아 소재 참치 캔 업체와 베트남 소재 연포장재 업체인 TTP도 인수해 해외 생산 거점도 확보했다. 영업망 통합으로 운영 효율성도 끌어올렸다.

하지만 동원시스템즈의 사업·재무 전망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외형 성장이 예측되고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신용도 상향이 예상되지만 신용 평가사들이 동원시스템즈의 신용도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로 신용 평가사들은 동원시스템즈의 신용 등급을 다르게 부여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동원시스템즈의 장기 신용 등급으로 ‘A+’를 매기고 있다. ‘A급’의 최상단에 자리한 수준이다. 하지만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A’를 부여 중이다.

신용 평가사의 등급이 다르게 부여됐을 때는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 등급을 매긴 신용 평가사가 신용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달아 놓는 경우가 많다. 등급에 차이가 있지만 중·단기적으로 동일하게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에서다.

단, 한국신용평가는 동원시스템즈의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 중이다. 신용 등급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만큼 신용 평가사 간 의견 차이가 확고한 셈이다.

신용 평가사들의 의견 차이가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투자 부담이다. 동원시스템즈는 주요 전방 산업인 국내 음식료업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자 신규 사업을 발빠르게 키우고 있다.

기능성·비(非)식품군 포장재의 비율을 높이고 아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했다. 2018년부터 신규 사업 중 하나인 아셉틱 관련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집행했다. 또 지난해 알루미늄 관련 유형 자산 투자도 늘렸다.

올해 상반기에도 운전 자금 부담이 커져 잉여 현금 흐름이 저조해졌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동원시스템즈의 잉여 현금 흐름은 180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78억원의 흑자였다. 잉여 현금 흐름이 저조해지기 전인 2016년에는 762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윤성국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우수한 EBITDA 창출 능력을 감안할 때 동원시스템즈가 중·단기 자금 소요의 상당 부분을 자체적인 창출 현금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민유성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조성된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이후에는 수익성이 낮아질 것”이라며 “동원그룹의 지배 구조 안정을 위한 지분 취득과 M&A 관련 추가 인수 가능성을 고려하면 사업·재무 전망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동원시스템즈의 신용 등급이 오르려면 차입금 의존도가 30% 미만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해 상반기 동원시스템즈의 차입금 의존도는 38.3%다. 2019에는 33.8%, 지난해는 34.7%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 자산 운용사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뿐만 아니라 배당 정책으로 자금 소요가 변동될 수 있다”며 “재무 구조 개선 가능성에 대한 신용 평가사의 의견이 달라 당분간 신용 등급 격차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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