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윤 지식재산단체 총연합회장 “IoT 등 지식재산 서비스 활성화하면 신규 일자리 67만 개”
[인터뷰]정갑윤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장은 제19대 국회 부의장 등을 역임한 5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지난해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계를 떠났다. 지난해 10월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이 하나 된 지식재산 강국 실현’을 목표로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이하 지총)를 출범했다. 5선의 원혜영 전 의원과 공동 회장을 맡고 있다.
정 회장은 “지식재산은 일자리 창출 등의 파급 효과를 지닌 경제·산업의 핵심 자원”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와 청년 실업, 저성장 등을 극복하는 해법이 지식재산에 있다”고 말했다.
-지식재산은 구체적으로 뭘 뜻합니까.
“흔히 알고 있는 특허·실용신안·상표·디자인 외에도 수많은 지식재산이 있습니다. 보르도 와인처럼 상품의 산지를 밝히는 ‘지리적 표시’도 국제적으로 지식재산의 범주에 속합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는 의약품의 원료로 쓰일 수 있는 유전 자원과 이를 활용하는 전통 지식을 지식재산의 범주에 포함할 여부를 논의하고 있을 정도로 그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식재산이 왜 중요합니까.
“국민 경제에 미치는 지식재산의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37.2%가 지식재산 집약 산업에서 발생합니다. 미국도 GDP의 38.0%가 관련 산업에서 창출되죠.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제조 기업의 특허권이 1개 증가하면 6.4개의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한국의 지식재산 현황이 궁금합니다.
“한국은 세계적 지식재산 강국에 속합니다. 우선 특허 분야에서 ‘아이피-파이브(IP5)’에 해당합니다. IP5는 ‘세계 5대 특허청’이라고도 하는 글로벌 특허 출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의 협의체입니다. 한국은 미국·중국·일본·유럽 특허청과 IP5로 자리매김한 상태죠.
한국은 상표 분야에서도 ‘티엠-파이브(TM5)’에 속합니다. TM5는 세계 상표 출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의 협의체로 IP5와 구성 국가가 같습니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아이디-파이브(ID5)’에 해당합니다. 특허·상표·디자인 분야 모두 세계 5대 지식재산 강국인 셈이죠.”
-관련 제도나 정책은 어떻습니까.
“기본법으로 ‘지식재산기본법’이 있습니다. 2011년 제정된 지식재산의 기초적 원칙을 망라한 법입니다. 2017년 법 개정과 함께 지식재산의 날이 생겼습니다. 매년 9월 4일이죠. 국회의원 시절 지식재산의 날 제정을 위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특허법’과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실용신안법’은 개별 지식재산권 중 특허권·상표권·디자인권·실용신안권에 대한 출원·등록·보호 등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네 가지는 산업재산권이라고 칭하며 특허청이 소관하고 있죠.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의해 규율되고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입니다.
그 밖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 다양한 지식재산 관련 법령이 존재합니다. 다만 거버넌스가 다소 파편화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지식재산 기본 정책을 조율하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부터 특허청과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지리적 표시와 식물 신품종 분야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전통 지식 및 유전 자원은 환경부가 각각 소관합니다. 국가적 통합 정책 계획과 수립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총이 출범한 이유겠군요.
“맞습니다. 지총은 지식재산 관련 민간 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공익 법인입니다.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의 발전을 견인하고 혁신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지총은 현재 45개 분야의 협회와 단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습니다. 단지 지식재산권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정책과 문화·산업 발전을 위해 행동하는 조직입니다.
지총이 보는 한국의 지식재산인은 500만~600만 명 수준입니다. 물론 지식재산권자나 직접적으로 지식재산권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이보다 적겠지만 지식재산 관련 산업과 정책의 변동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600만 명 정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지식재산 세계 5대 강국으로 질적 성장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민간의 역할이 중요시되는 만큼 민간 단체가 하나로 모인 지총이 구심점이 돼 다양한 현안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출범 이후 어디에 중점을 뒀습니까.
“의원 시절 2014년 출범한 국회 세계 특허(IP) 허브 국가 추진위원회 공동 대표를 맡아 지식재산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허 소송 관할 집중,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지난해 정계를 떠난 뒤 글로벌 정세가 크게 바뀌고 있고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청년 실업 및 저성장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이 답이라고 줄곧 생각해 왔습니다. 세계 각국이 기술 확보 경쟁과 기술 패권 전쟁에 나서는 이른바 ‘팍스-테크니카 시대(기술 지배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지총 출범 뒤 우선 민간 전문가와 산업계, 정부·공공 부문 및 국회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K지식재산’ 전략 수립을 위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해왔죠.
이러한 노력을 확산하고 보다 많은 지성을 하나로 묶기 위해 지난 9월 29일 관련 콘퍼런스를 열었습니다. 지총 구성원은 물론 민간 전문가, 학계 인사, 관련 단체가 참석했죠. 박병석 국회의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학영 의원, 이원욱 의원, 이채익 의원, 정상조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 등도 참석했습니다. 한국 지식재산의 미래 전략을 논하는 장을 개설해 기뻤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지식재산 정책의 싱크탱크를 가동할 예정입니다.”
-향후 지총 운영 방안이 궁금합니다.
“지식재산 관련 협회·단체 및 기업 지원과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45개 지식재산 분야 기관·단체를 중심으로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범 지식재산 협업·소통 강화에도 힘을 쏟을 생각이죠.
특히 지식재산을 활용해 관련 분야 교육 및 일자리 창출 연계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식재산 관련 일자리 창출은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가능합니다. IoT는 사물과 사물을 인공지능(AI)으로 연결해 인간의 기존 활동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인간의 기존 활동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IoT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AI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지식재산입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지식재산 서비스는 하나하나가 새로운 일자리나 다름없습니다.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IoT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67만 개를 창출해 낼 수 있습니다. 청년에게 적합한 일자리인 만큼 청년 실업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봅니다.”
-정계 복귀 계획은 없습니까.
“5선 국회의원에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사람이 정치 무대에 복귀한다는 것은 정계 후배들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면에서 어울리지 않아요. 다만 대한민국의 근간이 적지 않이 헝클어졌고 대통령을 새로 뽑는 중대한 시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인정하는 올바른 리더십을 구축한 뒤 지금의 정갑윤을 만들어 준 울산 시민에게 보답할 계획은 가지고 있습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