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특명 “층간 소음 잡아라”…연구 시설 만들고 전담 조직 신설

집콕 생활로 더 늘어난 층간 소음 갈등…입주민 불만 최소 위한 기술 개발 총력전

[비즈니스 포커스]

DL이앤씨 연구원이 경기 평택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바닥 충격음 현장 성능등급을 측정하고 있다. 출처: DL이앤씨


층간 소음으로 이웃끼리 폭행 등의 범죄가 발생하는 사회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아파트 설계·건축 과정에서 층간 소음 대비가 완벽하지 않아 서로 조심한다고 해도 밤낮 없이 층간 소음이 발생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재택근무와 원격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는 예전보다 더 커지고 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아파트 층간 소음 접수 건수는 2016년 1만9495건에서 지난해 4만2250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해에는 2019년(2만6257건) 대비 76.2% 많아졌다.

건설사들은 ‘집콕’ 생활이 길어진 만큼 입주민의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관련 연구 시설을 건립하거나 전담 조직을 꾸려 층간 소음 잡기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삼성물산이 경기 용인 기흥에 설립하는 층간소음 연구시설 '래미안 고요안(安) 랩' 조감도. 출처: 삼성물산


“층간 소음 게 섰거라” 전문 연구소 설립·신기술 개발

건설업계는 앞다워 층간 소음을 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한국 최대 규모인 층간 소음 전문 연구 시설 ‘래미안 고요안(安) 랩’을 설립한다. 이 시설은 경기 용인 기흥구에 지하 1층~지상 4층, 총면적 2390㎡ 규모로 내년 4월 개관될 예정이다.

시설에는 총 100억원이 투입된다. 층간 소음 실증 연구를 위해 10가구의 주택과 측정실·체험실 등이 구축된다. 한국 공동 주택에 적용되고 있는 구조 형식을 모두 적용해 층간 소음의 영향을 일괄적으로 연구하고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바닥 슬래브(철근 콘크리트 구조 바닥) 두께를 높여 층간 소음을 줄이는 최신 기술도 연구된다.

삼성물산은 “고요안 랩 착공을 계기로 기술 개발과 검증은 물론 적극적인 외부 소통과 협업으로 층간 소음 문제 해결에 선도적인 역할을 맡겠다”며 “시설이 완공되면 외부에도 개방해 일반인도 층간 소음 연구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한국 최초로 층간 소음 차단 최고 수준인 1등급 성능 기술을 확보했다. 지난 5월 개발한 ‘H 사일런트 홈시스템Ⅰ’에서 바닥 구조 시스템에 고성능 완충재에 특화된 소재를 추가로 적용했다. 충격 고유 진동수를 조절해 저주파 충격 진동 전달을 차단한다.

적용된 소재는 ‘진동 억제’와 ‘충격 제어’로 구분돼 사람이 걷거나 뛸 때 발생하는 소음을 효과적으로 낮춰 준다. 이 시스템은 국가 공인 시험 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서 중량 충격음 차단 1등급 39dB(데시벨) 성능을 인증 받았다.

DL이앤씨는 12개의 층간 소음 저감 특허 기술력과 건축 구조·재료 분야의 박사급 연구원 등을 총동원해 ‘디 사일런트’ 바닥 구조를 완성했다.

실험실이 아닌 아파트 현장에서 바닥 충격음 성능 평가가 실시된 것이 특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DL이앤씨의 경기 평택 e편한세상 현장에서 지난 7월 충격음 성능 평가를 실시했다. 이 결과 해당 바닥 구조는 경량 충격음 1등급, 중량 충격음 2등급의 차단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됐다. 현장 성능 평가 기준 중량 2등급은 한국 최고 수준의 성능이다.

디 사일런트 바닥 구조는 중량 충격음 2등급(41~43dB)으로 가정용 에어컨의 저소음 작동 모드와 비슷한 수준의 소음 차단 성능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 아파트는 대부분이 법적 기준인 중량 충격음 4등급에 해당한다.

대우건설은 올해 1월 ‘스마트 3중 바닥 구조’를 개발해 관련 기술 특허 등록도 완료했다. 층간 소음의 주요 원인인 중량 충격음 저감을 위해 콘크리트 슬래브 강도를 높이고 차음재와 모르타르(시멘트·모래 반죽) 두께를 늘렸다.


층간 소음 평가제 도입, 기준 미달 시 영업정지 ‘철퇴’

층간 소음을 구분하는 기준은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2014년 제정한 ‘공동 주택 층간 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들어 있다. 규칙에 포함된 기준을 넘으면 층간 소음으로 간주하며 그렇지 않으면 층간 소음으로 보기 어렵다.

발소리와 같은 직접 충격 소음이 낮시간대에 1분간 평균 43dB을 넘거나 57dB 이상의 소음이 1시간 이내에 3회 이상 발생하면 층간 소음으로 규정한다.

단, 이 기준에 따르면 아이가 집에서 뛰는 소리는 층간 소음에 포함되지 않는다. 환경부가 발간한 ‘층간 소음 민원 사례집’에 따르면 아이가 뛰는 소리는 일반적으로 40db이다. 문제는 한국환경공단에서 2012~2020년 접수한 층간 소음 민원 6만61건 중 67.6%가 ‘뛰거나 걷는 소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소음은 1분간 낮시간 기준 평균 38dB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실에 맞게 소음 기준을 완화하는 검토안을 마련 중이다. 이르면 내년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개정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건설사도 층간 소음 해소에 앞장서도록 새 제도를 도입한다. 주택법을 개정해 내년 7월부터 ‘층간 소음 사후 확인 제도’를 실시한다. 30가구 이상 공동 주택 전체에 대한 사용 검사 신청 전 단지별로 바닥 충격음 차단 성능을 검증하도록 하는 것으로, 5%의 샘플 가구가 국토부의 바닥 충격음 권고 기준에 도달해야만 한다.

평가된 바닥 충격음 차단 성능이 기준에 미달하면 해당 건설사는 영업 정지를 당할 수도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층간 소음 저감은 주거 편의성 부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건설사마다 각자의 장점을 살려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내년 도입될 사후 확인 제도에 대비함과 동시에 입주민의 갈등을 포함한 사회적 이슈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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